“데이터 활용 능력이 성패 가른다”…풀무원·CJ프레시웨이 등 잰걸읍

[비즈니스 포커스]
오리온 공장에서 초코파이를 생산하는 모습. 오리온은 데이터를 분석해 제품 생산량이 나 판매 계획 수립 등에 적용하고 있다.   사진=오리온 제공
오리온 공장에서 초코파이를 생산하는 모습. 오리온은 데이터를 분석해 제품 생산량이 나 판매 계획 수립 등에 적용하고 있다. 사진=오리온 제공
위탁 급식과 휴게소·레스토랑 운영 등을 주력 사업으로 하는 풀무원의 계열사 풀무원푸드앤컬처는 최근 KT와 손잡았다. KT의 데이터 기술력을 활용해 경영 효율성과 서비스 만족도를 제고하기 위해서다. 현재 양 사는 풀무원푸드앤컬처가 운영 중인 사업장들의 홀이나 주방 업무 등을 데이터로 전환하기 위한 연구·개발(R&D)에 돌입한 상태다. 결과물은 약 6개월 후 나올 예정이다. 풀무원 측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데이터를 기반으로 풀무원푸드앤컬처의 사업장을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데이터 경영’이 유통업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데이터 경영은 사업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수치들을 내재화해 이를 분석하고 유의미하게 활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유통사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디지털 전환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에서 데이터 활용 능력이 이들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관측된다.데이터 활용으로 신제품 성공 가능성 높여유통사들이 데이터에 주목하는 이유는 자사의 제품이나 서비스의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기존의 유통사들은 내부 직원들의 막연한 ‘예측’을 통해 신제품 발매와 서비스 제고를 꾀해 왔다. 사람의 ‘감’에 주로 의존하다 보니 큰 비용과 인력을 투입해 만든 신제품 또는 서비스가 제대로 빛을 보지도 못한 채 사라지는 경우가 빈번했다.

데이터 경영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소비자들의 트렌드나 소비 동향 등을 엿볼 수 있는 근거들이 바로 데이터다. 이를 모으고 분석한 뒤 ‘키워드’를 도출해 여기에 맞는 제품을 내놓거나 서비스를 출시하면 그만큼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게 된다.

풀무원 또한 KT와의 협업으로 이런 효과를 노리고 있다. 풀무원푸드컬처가 운영하는 단체 급식을 예로 들어보자.

단체 급식 계약은 보통 수년 단위로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연장 여부를 결정하게 되는데 이때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이용자들의 맛과 서비스에 대한 평가다. 풀무원은 데이터에 기반해 풀무원푸드컬처를 이용하는 이들의 만족도를 높여 안정적인 수익처가 사라지는 것을 막을 방침이다. 다음은 풀무원 관계자의 말이다.

“구내 급식은 영양사가 자신의 전문성에 기반한 메뉴를 선보이는 게 일반적이다. 이용자들의 반응이 좋은 메뉴가 있는 반면 나쁜 메뉴들도 있는데 영양사들은 주로 자신이 현장에서 느끼고 본 경험을 토대로 이를 판단하고 개선해 왔다. 그런데 단순하게 사람이 판단하다 보니 자연히 새로운 메뉴가 반응이 나쁠 때도 종종 생기기 마련이다. 데이터를 활용해 정확하게 이용자들이 선호하는 것을 파악하고 실제 메뉴에 적용할 예정이다.”
유통가 화두 떠오른 ‘데이터 경영’

운영비 절감도 기대하고 있다. 이용자들이 선호하는 메뉴를 파악해 내놓으면 자연히 버려지는 음식이 감소하는 만큼 식재료 구매 비용이 낮아질 것이라고 풀무원은 내다보고 있다.

이 밖에 주방 근무자들의 업무 강도도 데이터를 활용해 낮출 방침이다. 위탁 급식업계 주방 종사자들은 대량으로 음식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업무가 고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를 견디지 못하고 갑자기 그만두는 직원들이 많다는 후문이다.

그러면 남은 직원들의 노동 강도는 더욱 세질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 풀무원이 내놓은 답 역시 데이터의 활용이다. KT의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등의 힘을 빌려 주방 노동자들의 업무 과정을 분석해 데이터화하고 기술이 대체할 수 있는 작업들을 찾아가며 ‘스마트 주방’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풀무원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경쟁사라고 할 수 있는 CJ프레시웨이도 데이터 경영을 선포하고 나섰다. CJ프레시웨이는 최근 ‘데이터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인적 경험과 개인 역량에 의존하던 기존의 경영 방식에서 탈피해 빅데이터 기반의 의사 결정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골자다.식품업계는 자사 몰 키워 데이터 확보내부 데이터와 외부에서 발생한 데이터를 합쳐 통합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위탁 급식 시장에서 급변하는 트렌드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메뉴를 개발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CJ프레시웨이에 따르면 그동안에도 여러 가지 데이터들을 갖고 있었지만 이를 실질적으로 활용하지는 않았다. 직원들이 갖고 있는 정보나 노하우 등을 앞세워 급식 사업을 전개해 왔는데 향후에는 이런 데이터를 정량화할 예정이다. 이를 활용해 이용자들의 선호도를 파악하고 급식장별로 제공하는 표준 메뉴를 재정립해 경쟁력을 높인다.

위탁 급식과 함께 양대 주력 사업으로 꼽히는 식자재 유통 부문에서도 데이터를 활용해 추가적인 매출 증대를 도모한다. 식자재를 공급받는 식당 업주 등과 같은 고객들에게 데이터 기반의 솔루션 제공하기로 했다.

CJ프레시웨이 관계자는 “계절별로 잘나가는 식자재가 무엇인지 자영업자들은 파악하기 어려운데 내부적으로 모은 데이터들을 분석해 이를 제공하거나 식당 업주들이 함께 판매했을 때 시너지가 날 수 있는 메뉴 등을 추천하는 등의 사업을 전개하며 추가 매출을 올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찌감치 ‘데이터의 힘’에 주목하고 실제 경영에 접목해 기대했던 것 이상의 성과를 내는 유통 기업들도 있다. 오리온이 대표적이다. 오리온은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높은 성장세를 이어 가고 있는데 주된 요인 중 하나로 뛰어난 데이터 활용 능력이 꼽힌다.

오리온은 2016년부터 편의점이나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점포에서 실제 소비자 판매 데이터인 판매 시점 정보 관리 시스템(POS) 데이터를 구매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해 제품 생산량이나 판매 계획 수립 등에 적용해 큰 효과를 내고 있다.

특히 소비자 수요에 발맞춰 실시간으로 생산 계획을 세움으로써 재고를 최소화했고 이는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로 직결되고 있다. 오리온에 따르면 자사 제품의 반품률은 2016년 2.8%에서 올해 상반기 기준 0.5%까지 줄었다. 거의 반품이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낮은 수치다.
오리온 관계자는 “판매가 저조한 제품은 데이터에 의거해 생산 물량을 줄이면서 프로모션을 진행해 판품률을 크게 떨어뜨렸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POS 데이터에서 반응이 좋은 제품은 생산량을 늘리며 매출을 끌어올렸다. 오리온이 지난해 8월 출시한 ‘꼬북칩 초코츄러스맛’은 데이터 경영을 극대화해 만들어 낸 히트 상품이다.
유통가 화두 떠오른 ‘데이터 경영’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확인하며 이 제품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는 점을 확인했고 빠르게 생산 라인을 교체하며 공급량을 늘렸다. 그 결과 ‘꼬북칩 초코츄러스맛’은 현재 누적 판매량 3000만 봉을 돌파했고 약 32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과거 해테제과의 허니버터 칩이 출시와 함께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를 끌었음에도 불구하고 공급량이 따라가지 못해 수요를 맞추지 못했던 것과 대조된다.

롯데제과도 2018년 데이터를 활용해 트렌드를 예측하는 시스템 ‘엘시아(LCIA)’를 구축해 신제품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엘시아는 소비자들의 관심사와 외식업계 동향 등 여러 정보들을 수집하고 분석해 최신 트렌드를 뽑아낸다. 롯데제과는 이 결과를 참고해 신제품 출시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CJ제일제당·동원F&B·대상 등의 식품 기업들도 자사가 직접 운영하는 ‘온라인몰’ 키우기에 열중하고 있는데 이 부분 역시 소비자들의 데이터를 이용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점포에서 데이터를 구매하려면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며 “직접 운영하는 온라인몰에서 데이터들이 쌓이면 별다른 비용을 들이지 않고 소비자의 구매 성향을 분석해 신제품 출시나 프로모션을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