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경 부분 전부에 대해 반드시 원상 회복해야 할 의무는 없어

[법으로 읽는 부동산]
서울 명동의 한 상점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한국경제신문
서울 명동의 한 상점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한국경제신문


대부분의 주택이나 상가 건물에 대한 임대차 계약서에는 임대차 계약 종료에 따른 ‘원상 회복 의무’에 관한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 ‘원상 회복 의무’는 임차인이 건물을 변경해 사용하다가 건물 임대차가 종료되는 시점이 되면 임대차 계약 당시의 상태로 회복시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택이나 상가 건물 임대차가 종료되면 임차인은 변경 부분 전부에 대해 원상 회복 의무를 부담해야 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임차인은 원상 회복시키는 대신 임대인의 동의를 얻거나 임대인에게 매수한 부속물을 일방적으로 임대인에게 매수할 것을 청구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이나 상가 건물 임대차보호법에서 정하지 않은 사항은 민법을 따른다. 그런데 민법 제646조에는 ‘건물 기타 공작물의 임차인이 그 사용의 편익을 위해 임대인의 동의를 얻어 이에 부속한 물건이 있는 때에는 임대차의 종료시에 임대인에 대해 그 부속물의 매수를 청구할 수 있고 임대인으로부터 매수한 부속물에 대해서도 이와 같다’고 명시했다.

민법 제652조는 ‘위 규정에 위반하는 약정으로 임차인이나 전차인에게 불리한 것은 그 효력이 없다’고 했다.부속물 매수청구권은 강행 규정즉 위 규정을 강행 규정으로 정하고 있고 판례는 민법 제646조 에서 건물 임차인의 매수청구권의 대상으로 규정한 ‘부속물’을 ‘건물에 부속된 물건으로 임차인의 소유에 속하고 건물의 구성 부분으로 부합되지 아니한 것으로서 어느 정도의 독립성이 인정되며 건물의 사용에 객관적인 편익을 가져오게 하는 물건’으로 해석했다.

그 예로 ‘유리 출입문, 기름 보일러, 새시 등 영업에 필요한 시설, 모터 펌프, 전기 시설, 환기 시설 및 냉방 장치를 위한 냉각탑과 그 배관 시설 등’을 들고 있다.

다만 카페 운영 등 오로지 임차인의 특수 목적에 사용하기 위해 부속된 내부 시설(인테리어)은 건물의 객관적 가치를 증대시킨 것이 아닌 것으로 보고 부속물 매수청구권의 대상이 아니고 건물 자체의 수선 내지 증·개축 부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건물 자체의 구성 부분을 이루고 독립된 물건이라고 보이지 않으므로 부속물 매수청구권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한다.

또 한편으로 판례는 ‘건물 임차인인 피고들이 증·개축한 시설물과 부대 시설을 포기하고 임대차 종료시의 현상대로 임대인의 소유에 귀속하기로 하는 대가로 임대차 계약의 보증금 및 월차임을 파격적으로 저렴하게 하고 임대 기간도 장기간으로 약정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임대인은 임대차 계약의 종료 즉시 임대 건물을 철거하고 그 부지에 건물을 신축하려고 하고 있으며 임대차 계약 당시부터 임차인도 그와 같은 사정을 알고 있었다면 임대차 계약 시 임차인의 부속 시설의 소유권이 임대인에게 귀속하기로 한 특약은 단지 부속물 매수청구권을 배제하기로 하거나 또는 부속물을 대가없이 임대인의 소유에 속하게 하는 약정들과 달라서 임차인에게 불리한 약정이라고 할 수 없다’고 해 부속물 매수청구권 포기 특약이 임차인에게 불리하지 않은 것이라면 그 특약은 유효하다고 보고 있다.

이와 같이 몇몇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부속물 매수청구권은 강행 규정이므로 이론상으로는 자주 활용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가 부속물 매수청구권의 행사를 자주 접하지는 못하는 상황인데 이는 임차인이 부속물을 설치할 때 임대인의 동의를 얻거나 임대인에게 매수해 설치하는 경우가 적기 때문이다.

또한 임차인의 특수 목적에 사용하기 위해 부속물을 설치하는 경우가 많아서일 것으로 추측된다. 임차인으로서는 임대인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동의를 얻거나 임대차 계약서의 특약사항란에 명시하고 부속물을 설치해 투하 자본을 회수하고자 할 것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임대인으로서도 임차인이 설치한 인테리어 등이 상당한 가치가 있거나 다음 임차인이 기존 인테리어 등을 그대로 사용하겠다고 하는 경우 등에 있어서는 가능한 한 부속물을 매수하며 임차인의 원상 회복 비용을 절감해 주려고 한다면 더욱 아름다운 사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이철웅 법무법인 밝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