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양조인이 말하는 좋은 술
[막걸리 열전]경북 공덕산과 용문산 자락, 그 사이를 흐르는 가는 물줄기는 경천호에서 한데 모인다. 그리고 이 산세와 수세가 휘감아 도는 자리에 문경주조가 있다. 이곳의 대표 홍승희 씨는 양조장을 열기 전 전통주 유통업에 몸담았었다. 15년간 다양한 우리 술을 접하고 마시며 좋은 술에 대한 갈망이 커질 무렵, 그는 자신만의 양조장을 갖겠다는 꿈을 키웠다. 그리고 2007년, 마침내 홍 대표는 황무지였던 이곳에 여아(麗雅)한 문경주조를 세웠다.
![홍승희 문경주조 대표.](https://img.hankyung.com/photo/202112/01.28388362.1.jpg)
“오랫동안 아주 많은 술을 마셔 봤어요. 여러 양조장도 숱하게 드나들었죠. 그중에는 좋은 술을 제대로 만드는 곳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허다했죠. 그러면서 언젠가는 내 마음에 꼭 드는 정직한 술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마음이 자꾸 들더라고요. 심지어 ‘조만간 나는 이 재료로 이렇게 술을 만들어야지’ 하고 구체적으로 구상했을 정도예요. 그만큼 늘 하고 싶던 일이라 주저 없이 뛰어들었어요. 뭐든지 다 때가 있다고 하잖아요. 돌이켜보면 그때 제가 이 일을 시작할 시점이었던 것 같아요.”
![문경 특산물 오미자를 넣어 빚은 ‘오미자 생막걸리’와 담백한 맛의 ‘구름을 벗삼아’.](https://img.hankyung.com/photo/202112/01.28388372.1.jpg)
문경주조가 자리 잡은 경북 문경시 동로면 노은리는 좌우로 공덕산과 용문산을 끼고 있고 양조장 앞에는 경천호로 향하는 물이 흐른다. 그야말로 완벽한 배산임수의 지세다. 게다가 멋들어진 바깥채와 안채로 이뤄진 한옥 양조장은 아름다운 풍경에 고아한 정취를 더한다. 그러나 이렇게 양조장을 구축하기까지는 무려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문경주조가 지어지고 난 후 홍 대표는 자신이 간직했던 전통주에 대한 꿈을 본격적으로 하나둘 실현하기 시작했다.
“특별한 술을 만들고 싶었어요. 제가 생각하는 특별한 술은 이 지역의 산물을 활용하는 술이에요. 우리 양조장 앞에 흐르는 물은 낙동강 발원이에요. 산과 물을 옆에 끼고 있어 기온이 문경 시내보다 평균 섭씨 2~3도 정도 낮지만 물과 공기는 아주 좋아요. 게다가 이 근방에는 한국에서 유명한 오미자 생산지가 있죠. 그야말로 특별한 술을 만들기에 최적의 입지죠.”
![홍승희 대표는 좋은 술을 만들기 위해 술을 발효하는 옹기에도 신경 썼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112/01.28388385.1.jpg)
끊임없이 꿈을 꾸는 문경주조
문경 주조에는 오미자 생막걸리 이외에도 지역 특산주 ‘구름을 벗삼아’, 고급 탁주 ‘문희’, 스파클링 막걸리 ‘오희’ 등 여러 탁주가 있다. 구름을 벗 삼아는 수확한 지 반년이 지나지 않은 햅쌀만을 고집해 빚는 문경 특산주로 깔끔한 맛이 특징이고 찹쌀 수제 탁주와 오미자 수제 탁주 두 종류로 선보이는 문희는 항아리에서 100일 이상 숙성 과정을 거친 막걸리다. 경북 문경과 전북 익산에 전해 내려오는 전통주를 기반으로 빚은 술이어서 더욱 특별하다.
오희는 오미자의 풍미와 풍부한 천연 탄산이 어우러진 샴페인 성격을 띠는 탁주다. 이 밖에 유기농 찹쌀과 우리 밀 전통 누룩으로 빚은 약주 ‘문희주’와 국내산 홉으로 만든 쌀 맥주 ‘폭스앤홉스’도 선보이고 있다. 양주에 버금가는 한국 정통 증류주도 곧 출시할 예정이다. 이토록 다양한 시도와 노력에 대해 홍 대표는 전통주에 품은 애정을 다시 꺼내 보였다.
![문경주조에서는 탁주 이외에도 다양한 술을 개발하고 있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112/01.28388389.1.jpg)
손유미 객원기자 mook@hankyung.com
사진=STUDIO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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