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과 차이 보이는 온라인 저작권…침해 여부 반드시 살펴야

[지식재산권 산책]
디지털 시대, 저작물을 보호하는 ‘기술적 보호 조치’ [문진구의 지식재산권 산책]
온라인으로 모든 것을 소비하는 시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더욱 앞당기고 있다. 콘텐츠도 예외는 아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로 영화와 드라마를 시청하고 거실 소파에 앉아 콘서트를 관람하며 가상의 전시 공간에서 미술 작품을 감상한다.

극장·공연장·미술관이라면 티켓을 검사하는 시스템 등을 통해 콘텐츠에 접근하는 것을 비교적 쉽게 통제할 수 있다. 만약 무단으로 그 장소에 들어가면 주거 침입 등의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무단으로 들어가 콘텐츠를 듣고 보고 했다고 해서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온라인에서는 어떨까. 저작물에 접근하는 것을 통제하는 기술적 시스템이 있다고 하더라도 해킹 등을 통해 그 시스템을 무력화하는 것은 오프라인에 비해 쉽다. 그리고 시스템을 무력화했다고 하더라도 주거 침입 등 전통적인 법적 구제 수단은 적용할 수 없다. 콘텐츠에 접근했다는 것만으로 저작권 침해로 볼 수도 없다.
블리자드의 승리로 끝난 MDY의 소송전
이처럼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저작물의 보호 정도에 차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배경에서 저작권법은 저작물에의 접근을 통제하는 기술적 조치를 무력화하는 경우 저작권자가 금지 청구 등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저작권법 제28조 제2호, 제104조의2).

‘기술적 보호 조치의 무력화 금지’ 조항은 미국 저작권법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미국에서 실제 문제가 된 흥미로운 사례를 하나 소개한다.

미국의 게임 업체 블리자드가 만든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WOW)’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을 대표하는 게임이다. WOW는 70여 개의 레벨로 구성돼 있고 유저는 이들 레벨을 하나씩 거치면서 캐릭터를 성장시켜 나간다.

그런데 엠디와이 인더스트리스(이하 MDY)라는 회사가 WOW의 초반 레벨을 자동으로 실행하는 ‘글라이더’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WOW 유저들에게 판매했다. WOW 유저는 글라이더를 이용해 다른 활동을 하면서도 WOW 캐릭터를 성장시킬 수 있게 됐다.

이에 대응해 블리자드는 글라이더를 포함해 허가 받지 않은 프로그램을 WOW에서 사용하는 것을 막는 ‘워든’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러자 MDY는 워든의 탐지를 피할 수 있도록 글라이더를 개량하며 반격을 이어 갔다.

결국 블리자드가 MDY에 글라이더의 판매 중지를 요청하자 MDY는 블리자드를 상대로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았다는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반대로 블리자드는 MDY를 상대로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소를 제기하며 맞불을 놓았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미국 법원은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MDY의 저작권 침해(간접 침해)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이에 앞서 WOW 유저가 글라이더를 사용하는 행위가 저작권 침해(직접 침해)여야 하는데, 글라이더를 사용하더라도 WOW 프로그램이 복제되거나 변경되는 등 블리자드의 독점적 권리가 침해되지 않고 단지 사용 약관이라는 계약에 위반될 뿐이라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MDY의 행위는 저작권법상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법원은 WOW라는 게임의 요소 중 실제 게임을 할 때의 영상과 음향(real time experience)은 블리자드 서버에 접속할 때만 접근할 수 있고 워든은 이런 접근을 통제하는 기술적 조치인데 글라이더가 이를 무력화한 것이라고 봤다. 결국 법원은 MDY가 글라이더를 생산해 판매하는 것은 ‘기술적 보호 조치 무력화 금지’ 조항 위반이라고 판단하고 글라이더의 판매를 금지했다.

참고로 최근 부정 경쟁 방지 및 영업 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이 개정됐고 2022년 4월 20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데이터 부정 사용 행위가 부정 경쟁 행위로 추가됐는데, 저작권법 상의 ‘기술적 보호조치 무력화’와 유사한 행위가 데이터 부정사용행위의 한 유형으로 규정했다.

다만 차이점도 있다. 저작권법은 접근을 통제하는 기술적 보호조치의 무력화 자체도 금지하지만 개정 부정경쟁방지법에는 이런 내용은 없다. 그리고 저작권법은 ‘기술적 보호조치 무력화 금지’의 면책사유를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지만 개정 부정경쟁방지법은 ‘기술적 보호조치의 연구·개발’만을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저작권법은 ‘업으로 또는 영리를 목적’으로 기술적 보호조치를 무력화한 경우에 형사처벌을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반면 개정 부정경쟁방지법은 이와 같은 목적을 형사처벌의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저작권법과의 유사성과 차이점을 고려하면서 개정 부정경쟁방지법을 적용해 나가야 할 것이다.

문진구 법무법인(유) 세종 파트너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