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민 로컬스티치 대표…“건물주가 인테리어 비용 대고 운영 수익 나눠”

[인터뷰]
지하철 2호선 을지로4가역 인근에 자리한 ‘로컬스티치 을지로 크리에이터타운(이하 로컬스티치 을지로점)’은 신영웅 씨의 주거 공간 겸 사무실이다. 그는 매거진과 플랫폼 등을 제작하고 있는 회사 대표다. 부인과 함께 거주 중인 집이 있지만 신 씨는 1주일에 이틀 이상을 집에 가지 않고 여기에서 시간을 보내며 일한다. 집과 완벽하게 분리된 공간에서 업무의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자신의 업무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인맥’을 쌓을 수 있는 것도 그가 로컬스티치 을지로점에 터를 잡게 된 이유다. 여기에는 현재 신 씨처럼 출판물 제작뿐만 아니라 영화사 대표, 의류 디자이너 등 문화·예술 분야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다. 입주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라운지와 공유 사무실이 내부에 마련돼 있어 그는 이 장소에서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만나며 친분을 쌓고 있다.

신 씨는 “나만의 공간을 가질 수 있는 것 외에도 잠재적 파트너들이 될 수 있는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얘기를 나누며 새로운 영감을 얻고 때로는 협업을 제안할 수 있는 것 역시 로컬스티치 을지로점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로컬스티치 을지로점의 쇼룸에서 만난 김수민 로컬스티치 대표. 사진=김기남 기자
로컬스티치 을지로점의 쇼룸에서 만난 김수민 로컬스티치 대표. 사진=김기남 기자
로컬스티치 을지로점은 2018년 설립된 스타트업 로컬스티치가 운영 중인 ‘코리빙(공유 주거) 하우스’다. 크리에이터타운이라는 상호처럼 창의성을 필요로 하는 직업을 가진 ‘크리에이터들’이 함께 이곳에 살고 교류하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운 뒤 도심의 오래된 호텔(치선호텔 을지로점)을 리모델링해 2021년 7월 문을 열었다. 170여 개의 객실을 보유 중인데 오픈 5개월여 만에 70%가 넘는 입주율을 보일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이곳뿐만이 아니다. 로컬스티치는 현재 을지로점과 같은 공유 주거 지점을 비롯해 크리에이터들을 타깃으로 한 공유 오피스, 리테일 숍 등 약 20개에 달하는 ‘특별한 공간’을 서울과 대전 등에 선보이며 운영 중이다.

설립 3년 차에 불과한 스타트업임에도 불구하고 급속도로 사세를 확장하며 부동산업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로컬스티치 을지로점에서 만난 김수민 로컬스티치 대표는 “특색 없이 평범하거나 혹은 낡아서 활용도가 떨어지는 건물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 로컬스티치가 하는 일”이라며 “무엇보다 큰 자본 없이 출점이 가능한 수익 모델을 개발한 것이 빠르게 지점을 늘려 나가는 성장 비결”이라고 말했다.

-왜 크리에이터들을 타깃으로 삼았나요.
“처음 로컬스티치 공간을 선보인 것은 2013년이에요. 지금도 운영 중인 서울 마포 서교동에 로컬스티치 1호점을 출점했는데 당시엔 법인 설립 전이었죠. 저는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고 로컬스티치는 일종의 부업이었죠. 공유 주거와 공유 사무실을 결합한 모델로 기존에 있던 건물을 리모델링해 공간을 만들어 봤는데 예상외로 반응이 폭발적이더라고요. 입주자들이 금방 꽉 차 놀랐습니다. 그런데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니 예술이나 문화계에 종사하는 크리에이터들이 대부분이었어요. 특히 흥미로웠던 점은 입주자들이 함께 살고 사무실을 공유하면서 자연히 협업을 하게 되더라고요. 서로 얘기를 나누다가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고 결과물을 만들어 내며 시너지를 냈어요.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크리에이터들이 함께 살고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갖게 됐죠. 물론 그때만 해도 지금처럼 지점이 많아질 줄 몰랐습니다.”

-본격적으로 지점을 확장하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까.
“약 5년 동안 1호점인 서교점만 운영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서교점이 점점 입소문이 났어요. 2018년 한 건물주가 본인 소유의 빌딩을 서교점과 비슷한 공간으로 바꿔 줄 수 있겠느냐고 했어요. 그래서 직접 만나 얘기를 나눴는데 인테리어뿐만 아니라 새롭게 바뀌는 공간을 서교점처럼 직접 운영해 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았고 이를 수락했죠. 그때부터 ‘이런 비즈니스 모델로 지점을 확장해 나갈 수 있겠다’라는 확신이 섰고 결국 2018년 법인을 설립했죠.”
“낙후된 건물을 코워킹·코리빙 공간으로 재창조합니다”
-현재 운영 중인 지점들이 모두 비슷한 과정을 거쳐 출점했나요.
“맞습니다. 건물주가 먼저 제안하면 이들과 직접 만나 상담을 진행한 뒤 출점 여부를 확정하고 있어요. 로컬스티치가 자본이 많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면 인테리어 비용은 건물주들이 전부 지불합니다. 우리는 그분들의 예산에 맞춰 공간을 구성하고 운영하죠. 그리고 건물에서 발생한 수익을 건물주들과 나누며 이익을 냅니다. 그렇기 때문에 새롭게 지점을 오픈하더라도 자체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이 거의 없어요. 재무적 리스크가 크지 않아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 가고 있어요. 2021년 매출은 약 90억원이 예상됩니다.”

-요즘에도 문의하는 이들이 많나요.
“매달 30건 이상의 문의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4개 지점을 추가로 열기로 확정한 상황이에요. 일이 많아지면서 직원 수도 많이 늘었어요. 2020년 요맘때쯤엔 20명 정도였는데 현재는 60명이 근무 중입니다. 따로 영업을 하지 않기 때문에 디자인을 전공한 직원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들이 건물주와 소통하며 하나의 지점을 만들어 내고 있어요.”

-운영 중인 지점들의 면면을 보면 ‘주거’가 빠진 채 공유 사무실과 리테일 숍으로만 구성된 곳들도 많습니다.
“처음에는 무조건 주거를 포함할 생각이었는데 그러다 보니 지점을 늘리는 일이 쉽지 않았어요. 관련 법상 주거로 전환하는 게 불가능한 건물들이 많기 때문이죠. 이런 제약을 받다 보니 결국 주거를 뺀 형태의 지점을 시험 삼아 선보이기 시작했는데 이런 형태의 점포도 반응이 괜찮아 꾸준히 확장할 예정이에요. 특히 공유 오피스와 결합된 형태로 선보인 리테일 숍이 큰 역할을 한 것 같아요. 차별화하기 위해 로컬스티치에 거주 중이거나 거주했었던 셰프·작가·디자이너들이 직접 론칭한 가게들로 대부분을 채웠거든요. 참고로 리테일 숍의 디자인은 우리가 직접 하고 있고 수익은 건물주와 로컬스티치, 리테일 숍 창업자가 각각 공유합니다.”

-수익 배분에서 창업자들의 불만은 없나요.
“커피숍을 예로 들면 창업자들과 함께 소통하며 의자나 테이블 같은 가구, 내부 자재들을 전부 로컬스티치에서 심혈을 기울여 디자인해 인테리어를 완성합니다. 창업의 성패를 가르는 가장 큰 요인이 인테리어인데, 이 부분에서 신경을 덜 써도 되는 셈이죠. 창업자들은 자신만의 철학을 입혀 운영만 하면 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창업자들이 만족하고 있어요.”
로컬스티치 을지로점에는 입주자들을 위한 다양한 편의시설이 있는데 공유 주방도 그 중 하나다. 객실에는 따로 주방공간이 없어서 지하에 따로 공유 주방을 마련해 음식을 해먹을 수 있도록 했다.   사진=김기남 기자
로컬스티치 을지로점에는 입주자들을 위한 다양한 편의시설이 있는데 공유 주방도 그 중 하나다. 객실에는 따로 주방공간이 없어서 지하에 따로 공유 주방을 마련해 음식을 해먹을 수 있도록 했다. 사진=김기남 기자
로컬스티치에서 직접 디자인해 운영하는 식당도 있다.   사진=김기남 기자
로컬스티치에서 직접 디자인해 운영하는 식당도 있다. 사진=김기남 기자
서울 시내를 훤히 내려다 볼 수 있는 18층에는 입주자들이 교류할 수 있는 라운지가 있다.  사진=김기남 기자
서울 시내를 훤히 내려다 볼 수 있는 18층에는 입주자들이 교류할 수 있는 라운지가 있다. 사진=김기남 기자
-공유라는 키워드에 대한 의문 부호도 상당합니다. 한국에 공유 오피스 바람을 일으켰던 위워크도 결국 사업에 실패했죠.
“위워크는 비즈니스 모델의 실패였다고 생각해요. 무리한 지점 확장 그리고 출점 시 들어가는 비용 대비 수익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실적이 악화됐다고 봅니다. 반면 로컬스티치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지점 확장에 비용이 거의 들어가지 않아요. 건물주가 인테리어 비용을 부담하고 운영 수익을 나누는 수익 모델을 갖춰 위워크와 같은 길을 갈 가능성은 없습니다. 그리고 시장 환경상 앞으로 ‘공유’라는 키워드는 더욱 각광받을 수밖에 없고 여기에 맞춰 로컬스티치도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김수민 로컬스티치 대표는 “시장 환경상 앞으로 ‘공유’라는 키워드는 더욱 각광받을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사진=김기남 기자
김수민 로컬스티치 대표는 “시장 환경상 앞으로 ‘공유’라는 키워드는 더욱 각광받을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사진=김기남 기자
-그런 전망을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돼 있는데 가장 큰 배경은 예전만큼 건물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겁니다. 비대면 소비가 일상화되면서 가장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1층이 공실인 건물들을 쉽게 찾을 수 있죠. 사무실도 마찬가지입니다. 시장 환경이 급변하는 만큼 기업들의 직원 수가 예전처럼 일정하지 않아요. 로컬스티치만 보더라도 1년 사이에 직원 수가 세 배 늘었어요. 작은 사무실을 임대했다가는 자칫 낭패를 볼 수도 있는 것이죠. 그래서 공유 오피스가 뜰 수밖에 없습니다. 주거도 마찬가지예요. 집값이 폭등하면서 살 만한 집을 찾기가 어렵게 됐잖아요. 공유가 새로운 형태의 주거 개념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죠.”

-앞으로의 계획은 세웠나요.
“목표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브랜드 매니지먼트입니다. 로컬스티치 지점에서 첫발을 내디딘 커피숍·음식점·소품 등의 브랜드들이 약 30개 정도 되는데 이들의 추가 점포 출점 방향이나 매출 확대 방안 등을 조언해 주며 함께 키워 나갈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둘째는 해외 진출입니다. 다양한 국가에서 한국과 비슷한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할 청사진을 그리고 있어요. 그리고 그 공간에 로컬스티치에서 관리하는 브랜드들을 입점시킬 계획입니다. 2022년부터 이를 달성하기 위해 실행해 나갈 예정입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