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투자’ 앞세워 MZ세대 공략…연평균 7~10% 안정적 수익률, 변동성 장세에 각광

[비즈니스 포커스]
로보어드바이저 업체 핀트는 지난해 투자일임자산 1000억원을 돌파했다. / 사진=핀트
로보어드바이저 업체 핀트는 지난해 투자일임자산 1000억원을 돌파했다. / 사진=핀트
‘쉽고 간편한 투자’를 앞세우는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이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재테크 비밀 병기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요즘처럼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때면 아무리 재테크에 관심이 많아도 직접 투자를 결정하고 실행하는 모든 과정이 복잡하고 어렵기만 하다. 이 모든 과정을 ‘인공지능(AI)이 알아서’ 자산을 불려준다는 한국의 대표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들을 살펴봤다.
‘더 쉽고 간편한 투자’로 MZ세대 눈도장
2016년 한국에 첫 등장한 로보어드바이저는 2020년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 이후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 투자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며 한국에서도 빠르게 시장 규모를 불리고 있다. 코스콤이 운영하는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센터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한국의 로보어드바이저 가입자 수는 총 41만여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약 24만 명) 약 2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총 운용 규모 역시 2020년 11월 1조3000억원에서 지난해 11월 기준 1조9000억원까지 불어났다. 하나은행은 한국의 로보어드바이저 시장 규모가 2025년 30조원으로 급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자료=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센터
자료=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센터
‘로봇’과 ‘어드바이저’의 합성어인 로보어드바이저는 컴퓨터 알고리즘을 사용해 고객과 금융 데이터를 분석한 뒤 투자를 도와 주는 금융 서비스를 일컫는다. 크게 ‘투자 자문’과 ‘투자 일임’으로 나뉜다. 투자 자문은 고객에게 투자 상품을 ‘추천’해 주고 고객이 직접 투자를 실행하는 방식이고 투자 일임은 AI 알고리즘이 투자 상품의 추천은 물론 투자 실행까지 알아서 운용까지 맡아 주는 방식을 말한다. 한국의 대표적인 3대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로 자주 소개되는 곳은 파운트·핀트·에임이다. 같은 로보어드바이저라고 하지만 에임은 투자 자문 업체로 분류되는 반면 핀트는 투자 일임 서비스만 제공하고 있다. 파운트는 투자 자문과 투자 일임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고 있다.

2015년 첫선을 보인 파운트는 2021년 9월 기준 고객 수 12만2000명, 자산 운용 규모(AUM) 8394억원으로 한국의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들 가운데 가장 많은 자금을 굴리고 있다. 김영빈 파운트 대표는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시니어 컨설턴트로 일하던 시절 처음으로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을 접했다. ‘고액 자산가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프라이빗 뱅크(PB) 서비스를 누구나 받을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목표다. 창업 후 은행과 증권사 등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AI 알고리즘 솔루션을 제공하다가 2018년 6월 파운트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하며 본격적으로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투자의 귀재’로 잘 알려진 짐 로저스가 창업 초창기부터 투자는 물론 회사의 고문을 맡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블루웨일’이라는 별칭을 지닌 자체 AI 알로리즘을 활용한다. 최소 10만원부터 펀드와 국내외 상장지수펀드(ETF)·연금 등 다양한 상품의 일임·자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최근에는 직접 메타버스와 구독 경제 관련 ETF를 만들어 뉴욕 증시에 상장해 주목받았다. 고객의 70% 정도가 2030 투자자로, 꾸준히 연간 7%의 수익률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코스콤의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센터에 따르면 ‘파운트 블루웨일(펀드)1.0’의 1월 5일 기준 연평균 수익률은 9.8%를 기록 중이다.

핀트는 지난해부터 전지현 씨를 광고 모델로 앞세우며 ‘24시간 알아서 해주는 투자’로 빠르게 세를 불려 나가고 있다. 정인영 핀트 대표를 비롯해 주요 경영진은 엔씨소프트 출신이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부부가 디셈버앤컴퍼니의 최대 주주이기도 하다. 2021년 12월30일 기준 핀트의 고객 수는 64만 명으로, 2020년(31만 명)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투자 일임 자산(AUM) 또한 빠르게 늘고 있다. 2020년까지 280억원의 AUM을 기록 중이던 핀트는 지난해 말 평가액 기준 1000억원의 AUM을 달성했다.

핀트는 ‘쉬운 투자’라는 AI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어필하며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많은 관심을 얻고 있다. 핀트의 사용자 10명 중 8명은 MZ세대일 정도다. 핀트는 자체 개발한 AI 엔진 ‘아이작(ISAAC)’을 활용해 투자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아이작은 글로벌 시장 상황을 시기각각으로 분석한 뒤 고객의 투자 성향에 맞춰 상품을 알아서 선택하고 매매하며 시장 상황에 맞게 리밸런싱 해 준다. 지난 1월 4일 디셈버앤컴퍼니 측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핀트의 연간 수익률은 20.7%(2021년 12월 30일. 디셈버 ISAAC 자산 배분 해외 적극 투자형 기준)에 달한다.
변동성 장세에 강한 ‘안정적인 수익률’
미국 씨티그룹과 헤지펀드 아카디안에서 퀀트 매니저로 경력을 쌓은 이지혜 대표가 2016년 창업한 에임은 ‘미국 월가의 헤지펀드 서비스를 일반인에게도 제공하겠다’는 게 목표다. 금융투자협회 전자 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2021년 6월을 기준으로 에임의 투자 자문 계약 자산 총액은 약 2900억원에 달한다. 월스트리트 투자 노하우를 집약한 AI 자산 관리 알고리즘 ‘에스더’가 전 세계 77개국 1만2700여 개 글로벌 ETF에 분산 투자해 리스크를 최소화한다. 연평균 7~8%의 수익률을 목표로 설계돼 있다.

에임은 지난해 4월 2017년부터 4년간 꾸준히 에임을 이용해 온 고객들의 누적 수익률 42.54%로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고 밝힌 바 있다. 에임의 최소 투자 금액은 300만원부터다. 보통 시중 은행의 PB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현금이 최소 10억원 이상 필요한 것을 감안한다면 비교적 소액으로 은행 PB 서비스와 같은 자산 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핀테크업체 파운트. 사진=한국경제신문
핀테크업체 파운트. 사진=한국경제신문
수익률은 각 사마다 천차만별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현황과 성과 분석’에 따르면 어떤 로보어드바이저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성과가 크게 달라지는 결과를 보였다. AI라고 해서 전문가나 시장보다 ‘높은 수익률’을 담보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로보어드바이저 3사가 목표로 하는 연평균 수익률은 대체로 7~10% 안팎이다. 2021년 미 증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의 상승률만 봐도 25%를 넘어서는 등 투자 시장이 호황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AI 알고리즘을 통한 로보어드바이저 업체의 수익률은 성에 차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AI를 통한 투자의 강점은 변동성이 높아지는 장세에도 흔들림 없이 안정적인 수익률을 추구한다는 데 있다. 연평균 7~10%의 수익률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강세장에서 ‘높은 수익률’을 얻는 것만큼이나 하락장에서 ‘얼마나 덜 잃느냐’ 또한 중요하다.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더 많은 투자자들이 AI 로보어드바이저에 투자를 맡길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수수료도 기존 금융 상품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는 것 또한 장점으로 꼽힌다. 금융회사 직원을 거치지 않고 온라인으로 맞춤형 자산 배분 전략을 짤 수 있기 때문이다. 파운트는 연 수익금의 15%, 핀트는 연 수익금의 9.5%를 수수료로 받고 있다. 수익이 나지 않으면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에임은 투자 금액의 1%, 최소 5만원을 수수료로 받는다. 따라서 소액 투자자에게는 파운트와 핀트가 유리하지만 투자 금액이 커질수록 1%만 수수료로 떼는 에임이 유리할 수 있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