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족 들었다 놨다 한 2021년
거래소,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통해 제도권 편입 가속화

[비즈니스 포커스]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가 고객들로 붐비고 있는 모습. 사진=한국경제신문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가 고객들로 붐비고 있는 모습. 사진=한국경제신문
가상화폐 거래소는 2021년 롤러코스터를 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유동성이 커진 가운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과 ‘빚투(빚내서 투자)’의 열기 속에 비트코인 가격이 사상 최고치(8200만원대)를 기록했다. 연중 최저가(3100만원대)와 비교하면 약 2.6배 차이가 나는 셈이다. 비트코인의 열기와 함께 코인을 사고팔 때마다 수수료로 떼는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지난 한 해 최대 수익을 달성하기도 했고 제도권 편입이 가속화되면서 규제 홍역을 제대로 치르는 격동의 시기를 보냈다.
2021년은 특금법, 2022년은 트래블 룰
한국에서 2021년 가상화폐업계를 뜨겁게 달군 키워드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과 ‘과세 적용’이다.

우선 지난해 3월 특금법의 시행으로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까다로운 요건을 충족시킨 뒤 금융 당국의 사업자 신고 승인을 받아야만 사업을 영위할 수 있게 됐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따르면 현재까지 공식적인 가상 자산 사업자는 모두 29개다. 하지만 이 중 매출 대부분이 나오는 원화마켓(원화·가상화폐 간 거래) 사업자 자격을 얻은 업체는 업비트·코빗·코인원·빗썸 등 4곳 뿐이다. 원화마켓에 등록하기 위해선 정보 보호 관리 체계(ISMS) 인증과 실명 확인 입출금 계정 개설 확인 등 요건을 갖춰야 되다 보니 ‘빅4’ 거래소의 과점 형태로 시장이 재편된 것이다.

이 밖에 플라이빗·지닥·고팍스·비둘기지갑·프로비트·포블게이트·후오비코리아·코어닥스 등 20곳은 코인마켓(가상화폐 간 거래) 사업자로, 한국디지털에셋(KODA),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 등 5곳은 기타 사업자로 신고했다.

가상화폐 업계 관계자는 “실명 계좌 발급은 은행들이 금융 사고를 우려해 대형 거래소 위주로 발급하려고 하고 ISMS는 1000만원 이상의 높은 수수료가 발생해 중소 거래소들이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다”고 말했다.

2021년 한국 가상화폐 거래소들의 과제가 금융 당국의 영업 신고였다면 2022년 숙제는 트래블 룰이다. 특금법에 따라 올해 3월부터 가상화폐 사업자에게 트래블 룰 규제가 적용된다. 트래블 룰은 100만원 이상 코인 송금 시 송금인과 수취인의 신원을 확인하고 거래 내역을 저장해야 하는 룰로,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권고 사항이다. 투자자가 거래소를 통해 코인을 주고받을 때 거래소는 이 거래가 불법 자금에 연관되지 않았는지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트래블 룰 솔루션이 필요한데, 이 프로그램은 특정한 트래블 룰 프로토콜(기술 표준) 위에서 개발해야 한다.

현재 한국에선 코드(CODE : COnnect Digital Exchanges)와 베리파이바스프(VerifyVASP)가 개발됐다. 코드는 지난해 빗썸·코인원·코빗이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합작 법인을 설립해 주도했고 베리파이바스프는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블록체인 자회사 람다256이 개발했다. 당초 업비트도 함께 코드 설립에 참여할 예정이었지만 독자적인 솔루션을 개발하기 위해 도중 탈퇴했다.

가상화폐 관계자는 “당장은 사업자 신고에 성공한 거래소가 시장을 선점하고 있지만 트래블 룰 시스템 구축으로 2차 개편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가상화폐 수익에 대한 세금 부과는 1년 더 미뤄졌다. 당초 정부는 2022년 1월 1일부터 가상화폐로 250만원 이상의 수익을 거둘 경우 20%의 세금을 물리기로 했지만 과세 시행일은 2023년 1월 1일, 첫 세금 납부는 2024년 5월로 1년씩 연기됐다. 2030대의 표심을 염두에 뒀다는 해석이 나오는데 어쨌든 업계와 투자자 모두 두 팔을 벌려 환영했다.
호재와 악재가 겹친 2021
해외에선 코인베이스 나스닥 상장, 엘살바도르 비트코인 법정화폐 공식 채택,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비트코인 선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중국 암호화폐 규제 등이 2021년 가상화폐 업계의 키워드로 꼽힌다.

지난해 4월 미국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가 나스닥에 상장했다. 가상화폐 거래소 중 첫째 제도권 증시에 상장한 사례인데 외신들은 코인베이스 상장을 “가상화폐 시장이 주류에 편입되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전했다. 코인베이스는 상장 첫날 328달러(약 39만3400원)로 시초가 대비 약 52.4% 높은 수준으로 장을 마감했다. 현재 250달러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SEC가 프로셰어의 비트코인 선물 ETF를 승인하면서 증시에 상장한 점과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공식 채택한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특히 비트코인 ETF 출시까지는 무려 8년이 걸렸다. SEC가 가상화폐의 변동성과 투자자 보호를 이유로 번번이 승인을 거절한 것이다. 어쨌든 비트코인 선물 ETF는 상장 첫날 4% 이상 상승하며 증시에 성공적으로 입성했다.

중국의 가상화폐 규제는 대표적인 악재로 꼽힌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5월부터 가상화폐 채굴과 거래를 자본 시장 불법 행위로 인식, 집중 단속에 나섰다. 중국 당국의 완고한 방침에 따라 세계 2위 가상화폐 거래소 후오비는 중국 사업을 정리했고 세계 최대 거래소인 바이낸스도 지난해 말 중국 사용자에 대한 서비스를 전면 중단했다. 한국의 가상화폐 시장에서도 코인들이 속수무책으로 하락했는데 특히 5월 19일 부처님 오신 날 비트코인 가격이 하루 만에 30% 폭락하는 등 가상화폐 가격이 급락했다.
빅4는 NFT·메타버스 등 눈독
앞으로는 어떨까. 가상화폐 업계는 2022년 디지털 자산 시장이 더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과 메타버스 등 블록체인이 활용된 서비스들이 등장하면서 디지털 자산이 점차 생활 속에 스며든다는 것이다.

이미 빅4 거래소는 거래 수수료로 벌어들인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NFT·메타버스 등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고 있다.

업비트는 메타버스 플랫폼인 세컨블록과 NFT 거래소 ‘업비트 NFT’를 잇달아 선보이는 등 가장 적극적으로 신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업비트 NFT는 문을 연 지 하루 만에 수수료로 1억원 이상을 벌기도 했다. 두나무는 업비트 NFT와 세컨블록 플랫폼을 연계해 커뮤니티로 발전시킬 방침이다. 예컨대 업비트 NFT에서 NFT를 구매한 이용자들이 세컨블록에서 이를 소유하고 전시하는 등 새로운 디지털 경제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또 업비트는 대형 연예 기획사인 JYP엔터테인먼트·하이브 등과 협력해 미국에 NFT 합작 법인도 설립한다. 하이브에 소속된 방탄소년단(BTS) 등의 K팝 콘텐츠를 NFT로 발행한다는 전략이다.

코인원은 2대 주주인 컴투스홀딩스의 NFT 사업에 기술적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컴투스홀딩스가 NFT와 메타버스 등 신사업을 염두에 둔 조직 개편에 나서면서 시너지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빗썸도 모바일 콘텐츠 제공 업체 버킷스튜디오와 120억원을 들여 NFT·메타버스가 결합된 커머스 플랫폼 ‘빗썸라이브’를 준비 중이다.

빅4 거래소 중 가장 먼저 NFT 거래소를 오픈한 코빗은 넥슨 지주사인 NXC에 이어 SK스퀘어에서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향후 SK의 메타버스 플랫폼인 이프랜드를 포함해 SK스퀘어가 보유한 플랫폼·콘텐츠를 코빗의 서비스와 접목해 시너지를 낸다는 전략이다. 또 코빗은 자사 메타버스 플랫폼에 P2E(돈 버는 게임) 개념을 도입, 이용자들이 플레이하면서 보상으로 가상화폐를 획득할 수 있게 했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