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사건과 관련해 경찰에서 수사 중인 금액과 그 시기가 확정되고 재무제표 수정 여부를 지켜보면서 회계 감리 착수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감리 착수 여부 검토는 회사 측도 횡령 등을 추후에 인지한 만큼 과거 재무제표 정정이나 수정된 부분을 우선 모니터링한 후에 가능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재 이미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어서 수사 결과에 앞선 대책을 수립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회사의 재무제표 공시 또는 수정 공시가 있기 전 금감원이 개입에 나설 가능성이 낮은 셈이다.
금감원은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다. 정은보 금융감독원 원장은 지난 5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감원장-연구기관장 간담회’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금융당국도 면밀히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필요한 시기에 조사에 나서겠다”면서도 “사법당국에서 현재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어떤 말을 하는 것은 좀 어렵다”고 말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시가총액 2조원 가량의 코스닥 20위권 상장사에서 2000억원에 가까운 수상한 자금 흐름을 금융감독당국이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직원 한 명이 수개월간 거액의 회삿 돈을 빼돌렸는데 사내 자체 감시는 물론 당국이 해당 직원이 거액의 자금을 어떻게 이동시켰는지, 지난해 3분기 금감원에 제출한 분기보고서는 부실하지 않았는지 파악한 게 하나도 없다.
게다가 금감원은 횡령 직원이 동진쎄미켐 지분의 7.62%인 1430억원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공시까지 됐는데 미리 포착하지 못했다. 특정 종목의 지분을 5% 이상 보유하면 의무적으로 지분 공시를 해야 하고 자산 규모도 공개된다. 금감원은 개인이 1500억원에 가까운 주식을 매입했지만 자금 출처 등의 이상징후를 포착하지 못한 것이다.
이에 대해서도 정 원장은 “(당시) 그 부분 포착이 가능했는지 여부나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수사 상황을 지켜보면서 판단하겠다”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한편, 횡령 혐의를 받는 오스템임플란트 자금관리 직원 이모(45) 씨가 지난 5일 경기도 파주 소재 자신의 건물에 숨어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오스템임플란트가 지난해 12월 31일 이씨를 업무상 횡령(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소한 지 5일 만이다.
횡령 추정 금액은 1880억원으로 회사 자기자본(2047억6057만원)의 91.81%에 달하는 규모다. 상장사에서 발생한 횡령 사건 중 역대 최고액으로 추정된다. 이씨는 지난해 11~12월 6차례에 걸쳐 해당 주식을 매각, 지난해 12월 30일 기준으로 1.07%를 보유 중이다.
경찰은 이씨가 1㎏짜리 금괴 수백 개를 매입한 정황을 파악하고 구매 경위와 운반 방법, 금괴의 소재 등을 확인하고 있다.
오스템임플란트 측은 자금 회수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오스템임플란트가 횡령 사건을 공시한 이후 최대 주주인 최규옥 회장과 엄태관 대표는 한국거래소를 방문해 1500억원 정도는 회수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공식적인 발표는 아니고 한국거래소에 상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다. 1500억원 회수를 어떻게 할 건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 건 아니다”면서도 “다만 계좌가 동결됐고 경찰 수사로 자금 회수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거래소는 오는 24일까지 오스템임플란트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올릴지 검토할 예정이다. 상장적격성 실질심사가 필요하다는 결정이 내려지면 한 달 안팎의 실질심사를 받는다. 이후 기업심사위원회와 코스닥시장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치는데 여기서 상장폐지 여부가 가려진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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