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아이피샵 이사 “엔터 계열사 연계해 음원 수익성 높여, NFT몰 내달 오픈”

[인터뷰]
김정남 아이피샵 이사가 1월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본사에서 한경비즈니스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서범세 기자
김정남 아이피샵 이사가 1월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본사에서 한경비즈니스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서범세 기자
지난해 특허 등 지식재산권(IP) 출원 건수가 60만 건에 육박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년보다 6.3% 증가했고 이전 10년(2010~2019년)간 평균 증가율 3.6%를 웃돌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대유행 속에서도 우리 국민이 특허 등 지식재산권 확보에 열을 올린 것이다.

하지만 그중 3분의 1은 사업화되지 못한다. 유망한 기술이나 콘텐츠 등을 안전하고 쉽게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이 없기 때문이다. 음악이나 미술품 등의 소유권을 분할해 거래하는 방식의 플랫폼이 있지만 이미 발표 된 작품이기 때문에 수익성이 낮거나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 등이 있다. 스타트업 아이피샵은 이러한 수요에 주목했다. 자체 제작한 신규 음원을 플랫폼에 올려 저작권에 대한 수익성을 높였고 블록체인,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 기술을 접목해 원본 증명, 거래 히스토리 관리 등을 명확히 했다.

김정남 아이피샵 이사는 “모든 지식재산권 소유자들이 자신의 지식재산권을 자산화하는 행복을 누리고 아이피샵을 통해 지식재산권을 확보한 모든 이들이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IP 거래 플랫폼에 관심을 두게 된 이유가 있나.
“2019년 기준 한국에서 출원되는 특허의 35.4%, 26만여 건이 사업화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사장되는 특허가 필요한 사람이나 기업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피샵 사업의 출발점이다.

또 특허를 비롯해 음원, 미술품, 캐릭터 라이선스, 창작 영상, 웹툰 등 지식재산권의 범위를 넓혀 생각해 보면 저작권자의 권리가 심각하게 침해 받고 있다. 침해를 받았지만 제대로 구제받지 못하거나 침해를 받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도 흔하다. 각종 지식재산권 보유자들이 그들의 권리를 필요한 누군가와 공유해 수익을 창출하고 보호받을 수 있다면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피샵의 강점은 뭔가.
“아이피샵은 음원, 미술품, 특허권, 캐릭터 라이선스, 웹툰, 창작 영상 등 다양한 지식재산권에 투자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한국은 물론 아직 세계적으로도 우리와 같이 전 분야의 IP 상품을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은 없다. 일부 IP 상품을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은 있지만 종합 IP 거래 플랫폼으로는 최초라는 것이 가장 큰 강점이다. 또 아이피샵의 모든 음원을 제작 발매하는 계열사(새라온E&T)가 있다. 이 회사는 신생 엔터테인먼트 기업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매월 가장 많은 음원을 제작하는 한국 최대의 음원 제작사로 우뚝 섰다. 콘텐츠 기업으로서는 가장 큰 강점인 셈이다.”
새라온E&T와 아이피샵은 어떤 연관성이 있나.
“먼저 다른 IP 플랫폼과 차이점을 말하고 싶다. 많은 사람이 경쟁사로 뮤직카우나 테사를 꼽는다. 아이피샵의 일부 사업 모델과 유사한 점이 있기 때문이다. 음원의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을 거래하는 것이나 미술품의 분할 판매(공동 구매) 방식에 대한 것인데, 아이피샵은 좀 다르다.

예를 들어 음원 부문에서 아이피샵은 타사처럼 기존에 발매된 음원의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을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자체 제작한 신곡을 ‘오디션’ 채널을 통해 선발된 가수가 불러 완성한 음원의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을 거래하는 방식이다. 기존 음원들은 이미 저작권료가 높게 발생하는, 즉 신곡의 시기를 지난 곡들이다. 신규 음원은 이제부터 저작권료가 발생하기 시작하는 곡이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음원이 나오고 초기 몇 달 동안 발생하는 저작권료가 높기 때문이다. 이때 가수 발굴과 음원 제작은 새라온E&T가 담당한다.

시각 예술 작품도 우리는 NFT 기술을 접목해 원본 증명, 거래 히스토리 관리, 소유권 입증 등을 명확히 할 수 있다는 데 장점이 있다.”
다른 IP 플랫폼과 비교해 차별점이 있나.
“예컨대 기술 이전은 아이피샵의 사업 모델인 ‘종합 지식재산권 거래’의 일부 영역이다. 아이피샵은 기술 이전 플랫폼을 통해 이전되는 ‘특허’의 경우 1건을 온전히 거래할 수 있지만 유망한 특허를 다수가 공동으로 소유할 수도 있다. 단건으로 거래되기 힘든 특허에 대해 쉽고 빠르게 소유권을 이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셈이다. 즉 유망한 기술의 사장을 막는 것이다. 특허뿐만 아니라 캐릭터 라이선스와 공연 등 문화 콘텐츠의 소유권도 쉽고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다.”
투자자를 보호할 장치는 마련했나.
“아이피샵은 저작권 신탁 회사인 IP크리에이션(CREATION)과 별도로 ‘사회책임투자위원회’라는 독립된 감시 기구를 둬 아이피샵이 진행하는 모든 사업 관련 법적·도덕적 책임에 대해 스스로 강하게 관리한다. 이는 투자 플랫폼이라는 특성상 혹시 발생할지 모를 투자자의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사회책임투자위원회는 금감원 선임 국장 출신, 대검 감찰본부장 출신 변호사, 경영학 교수, 회계 법인 최고경영자(CEO) 등 한국 최고의 감시·감독 전문가들로 구성해 독립성을 강화했다.”
시장성은 큰가.
“미국 상공회의소 글로벌혁신정책센터(GIPC)가 매년 발표하는 국제지식재산지수에 따르면 2020년 한국은 세계 53개국 중 13위를 기록했다. 특허·디자인등록·상표등록·실용신안등록 출원 등 산업재산권으로 좁혀 보면 2020년 기준 55만7256건을 기록해 글로벌 상위 5위에 들 정도로 강국이다. 인구 대비 특허 출원 건수로는 세계 1위다. 한국 정부가 지원하는 지식재산금융 규모는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2020년엔 2조640억원으로 2조원 시대를 열기도 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상반기 지식재산권 무역 수지를 보면 상반기에 저작권 무역 수지는 19억6000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전 세계 1억 명이 넘는 한류 콘텐츠 팬들을 대상으로 한 콘텐츠 수출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판단한다.”
해외 진출 계획은.
"올해 안에 30여 개국으로 플랫폼을 확장할 계획이다. 상반기엔 중국·태국·말레이시아를 비롯한 동남아 8개국에 진출하기 위한 준비를 마친 상태다. 하반기엔 미주·유럽 등에 서비스를 오픈할 예정이다.”
회사를 설립한 후 성과가 있었나.
“창립 후 1년간 그야말로 숨 돌릴 틈조차 없이 달려왔다.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밤낮없이 열정을 쏟았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영입하면서 강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매월 수십 명의 직원을 신규 영입했고 창업 당시 7명으로 시작했던 회사가 1년 새 20배 가까이 커졌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기 위해 창업 초기부터 각국 직원들을 채용하기도 했다.

우리의 노력이 조금씩 결과를 내놓기 시작하면서 시장의 반응도 나타났다. 서비스를 오픈하기도 전에 많은 기업·투자사·개인들이 투자 문의를 하기 시작했다. 회계 전문가에게 시드 투자를 받았고 창립 1주년인 지난해 12월 NHN벅스의 전략적 투자를 받아 2021년 투자 유치를 마무리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1월 6일 아이피샵 서비스를 시작했다. 오픈하자마자 매출이 1억7000만원을 넘기는 이변을 만들었고 오픈 하루 만에 완판 상품이 나오기도 했다.”
향후 계획과 목표가 궁금하다.
“올해 안에 음원을 매월 100개 이상 발매하고 플랫폼에 등록되도록 확대할 예정이다. 미술품을 비롯한 시각 예술 작품은 자체 소싱은 물론 다양한 기업·단체와의 협업을 통해 분야별로 다수의 IP 상품을 거래할 수 있는 NFT몰을 2월 중 오픈할 예정이다. 새라온E&T는 한국 최대의 음원 제작사로서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고 웹드라마·K팝 공연 개최 등으로 사업의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또한 NFT몰 운영의 주체가 될 계열사인 아이피버스(IPVERSE)는 NFT몰 외에도 블록체인 관련 사업 등으로 확장할 예정이다.

궁극적으로 아이피샵을 IP 소유자와 수요자가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오픈 마켓의 형태로 확대 개편할 방침이다.”
김정남 아이피샵 이사. 사진=서범세 기자
김정남 아이피샵 이사. 사진=서범세 기자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