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시브, ETF 등 요동치는 자금 흐름…단기적 변동성 확대에도 ‘알파 창출’ 기회

[화제의 리포트]
LG에너지솔루션 공모주 청약일인 18일 투자자들이 서울 종로구 인사동 KB증권 종로지점에서 청약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경제신문
LG에너지솔루션 공모주 청약일인 18일 투자자들이 서울 종로구 인사동 KB증권 종로지점에서 청약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경제신문
이번 주 화제의 리포트는 한지영·최재영 키움증권 애널리스트가 펴낸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이 전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을 선정했다. 한 애널리스트는 “LG에너지솔루션의 공모가가 밴드 상단인 30만원으로 확정된 가운데 주요 지수 조기 편입과 패시브 펀드, 2차전지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들의 매입 수요가 기대된다”며 “단기적인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 중 펀더멘털이 견조한 기업들에 대한 매수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을 둘러싼 수급 부담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고 있다. 이날 LG에너지솔루션은 시초가 59만7000원보다 15.41% 내린 50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른바 '따상(공모가 2배에 시초가 형성, 이후 상한가)'에는 실패했지만 공모가 30만원에 대비해서는 68.3% 상승했다. 상장 첫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118조1700억원으로 SK하이닉스(82조6283억원)를 제치고 단숨에 코스피 시가총액 순위 2위에 올라섰다.

역대 최대 규모인 만큼 코스피200 등 주요 지수의 조기 편입과 그에 따른 패시브 펀드, 2차전지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들의 매입 수요로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와 동시에 지주사인 LG화학의 주가 방향성이나 지수·펀드 구성 종목들의 빠른 편·출입으로 나타나는 주가 급등락과 수급 쏠림 현상 등이 시장의 안정성을 저해할 것이라는 혼란 역시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상반기에 몰린 대형 IPO, 시장 변동성 확대
대형 기업공개(IPO)에 따라 증가한 공급 물량은 지수 상단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2021년 코스피 시가 총액은 전년 대비 11.25% 증가한 반면 지수는 전년 대비 3.63% 상승에 그쳤다. 두 증감률 사이의 괴리율은 2010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2020년 유가증권시장 시가 총액과 지수의 연간 상승률은 각각 +34.19%, +30.75%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에 비해 작년 시총이 늘어난 만큼 지수가 따라가지 못했던 것은 대형 IPO의 영향으로, 여타 대형주들의 비율 축소와 관련 수급 변동성이 확대됐고 증가한 시총 대비 순이익이 따라가지 못하며 밸류에이션 부담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작년 상장한 공모 시총 10조원 이상, 코스피200에 특례 편입된 초대형 IPO에 해당하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카카오뱅크·크래프톤·카카오페이는 2021년 말 기준 유가증권시장 전체 시총의 4.03%를 차지했다. 해당 종목들의 상장 전후로 고객 예탁금과 개인 순매수 대금이 큰 폭으로 등락했다. 상장 직후 유가증권시장의 개인 순매수 대금은 크게 증가하는 반면 평균적으로 7~14 영업일 이후에는 순매도 전환하는 흐름을 보였다.

작년 초 균등 배정 방식이 도입돼 개인 투자자들이 소액으로도 공모주를 받을 수 있게 되면서 상장 당일 청약일부터 환불일까지 묶여 있던 증거금 물량이 출회되는 동시에 물량을 받지 못한 개인들의 수요가 집중되며 거래량이 증가하는 것이다. 이후 대부분 차익 실현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해당 종목들의 상장일 종가 대비 현재까지 주가의 추가 상승은 제한된 것을 알 수 있다.
공매도 리스크 역시 대형 IPO가 수급 불안을 야기하는 요인이다. 카카오뱅크와 크래프톤의 코스피200지수 편입이 결정된 9월 10일부터 11월 말까지 두 종목의 공매도 잔액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11월 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공매도 잔액은 3239억원(시총의 1.04%), 크래프톤의 공매도 잔액은 4352억원(시총의 1.77%)을 기록하며 연초 이후 처음으로 코스피 3000선을 밑도는 등 지수 하락을 부추겼다. 특히 카카오뱅크와 크래프톤은 상장 후 3개월 후인 11월 중 보호 예수 물량이 대거 출회되며 9월 10일 대비 11월 말 11.4% 하락한 코스피 약세에 기여한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 1월 12일 LG에너지솔루션의 기관 수요 예측이 대흥행을 기록하면서 공모가가 밴드 상단인 30만원으로 확정된 가운데 공모 시총 70조원 기준 유가증권시장 전체 시총의 3% 이상을 차지하게 된다. 또한 공모 금액 12조8000억원 기준 2021년 증시 전체(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 공모 금액의 65.3%를 차지하게 된다는 점은 수급상 부담 요인이다.

이에 반해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 직후 유통 물량은 전체 상장 주식 수의 14.5%에 해당하는 3400만 주에 불과하고 물량이 적은 만큼 청약에 참여하지 못한 개인과 기관들의 수급이 쏠릴 수 있다. 향후 85.5%에 달하는 보호 예수 물량이 출회될 시점까지 여파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LG에너지솔루션뿐만 아니라 현대오일뱅크·SSG닷컴 등 시총 10조원 이상의 대형 IPO가 상반기에 예정돼 있다는 점 역시 상반기 증시 상단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LG엔솔, MSCI·코스피200 조기 편입 가능성
LG에너지솔루션의 역대급 IPO 규모에 따라 패시브 자금의 움직임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주요 벤치마크 지수 중 규모가 가장 큰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지수는 증시 상장 후 첫 거래일 혹은 그다음 거래일의 시총을 기준으로 조기 편입 여부가 결정되고 편입이 확정되면 10영업일 이후 편입되게 된다. 현재 시장 컨센서스는 조기 편입 가능성에 무게가 실림에 따라 편입된다면 2월 중순에 MSCI지수 정기 변경 관련 움직임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스피200지수의 조기 편입과 관련해서는 신규 상장 종목은 상장 후 15 매매 거래일 동안의 일평균 시총이 유가증권시장 보통주 종목 중 상위 50위 이내면 조기 편입이 가능하다. 위 조건에 만족하면 상장일부부터 15 매매 거래일이 경과한 이후 처음 도래하는 코스피200 선물 시장의 최근 월물 거래일에 변경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3월 10일 다음 거래일이 이에 해당한다. 다만, 거래소에서 유동 주식 비율이 10% 미만인 종목은 심사 대상에서 제외하기 때문에 현재의 낮은 유동 비율의 변화 그리고 거래소의 락업 물량 관련 기준이 관건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돈의 흐름 바꾸는 LG엔솔, 들썩이는 2차전지 테마株
MSCI·코스피200지수와 관련한 패시브 수급보다 더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한국 주식 중 2차전지 테마 ETF의 자금 흐름이다. 한국의 2차전지 테마 ETF 중 총자산 운용 규모(AUM)가 현재 3000억원을 넘는 ETF는 KODEX 2차전지산업(1조3000억원), TIGER 2차전지테마(1조2000억원), TIGER KRX2차전지 K-뉴딜(5300억원), TIGER KRX BBIG K-뉴딜(3200억원)이다.

각 ETF를 구성하고 있는 종목별 금액 기준 구성 비율을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SK이노베이션·LG화학·삼성SDI의 비율이 높다. 따라서 정해진 자금 내에서 신규 편입되게 되는 LG에너지솔루션의 비율 확보를 위한 매물 출회가 이뤄질 가능성이 가장 높다. AUM 규모가 가장 큰 KODEX 2차전지산업과 TIGER 2차전지 테마 ETF는 (유동) 시총을 기준으로 하고 개별 종목의 상한이 각각 20%, 10%로 설정돼 있다. 해당 ETF들은 정해진 상한 비율 내에서 종목 편입 그리고 기존 종목의 비율 축소 시 시총 비율에 비례하는 조정세가 예상된다.

종합적으로 패시브 자금 측면에서는 2월 이후 이뤄질 주요 벤치마크(BM) 내에서의 종목 간 비율 조절을 위한 매물 출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해당 움직임 국내 종목들 중에서도 2차전지와 관련된 종목군에 보다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련의 흐름은 신규 상장되는 대형 종목에 따른 지수 내의 비율 변화를 맞추기 위한 수급적인 흐름으로, 단기적 변동성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단기적인 수급 변화에 따른 변동성 확대가 예상되는 종목들을 대상으로 이익 전망의 개선과 함께 최근 주가와 밸류에이션 수준이 큰 부담이 없는 종목들을 중심으로 알파 창출의 기회를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정리=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