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강자들 새로운 전략 앞세워 ‘고객 모시기’ 박차…린나이·쿠팡 등은 신규 출사표
[비즈니스 포커스] “2월부터 금융 거래 실적이 적은 이들도 LG전자의 렌털 서비스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LG전자 관계자의 설명이다. 렌털 사업 계정 수 약 270만 개로 업계 2위인 LG전자는 1월 말부터 자사 렌털 서비스인 케어솔루션에 비금융 정보 기반의 신용 평가 모형인 ‘텔코스코어’를 도입한 상태다. 텔코스코어는 휴대전화 실적과 금융 신용 평가사의 신용 점수를 결합한 모델이다.
기존에 렌털 서비스는 금융권 거래 실적 정보만을 활용해 서비스 가입 여부를 결정했다. 금융 거래 실적이 많지 않은 사회 초년생이나 대학생·고령층 등이 이용을 거부당하는 일이 빈번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LG전자는 이런 부분을 노렸다.
서비스 이용의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소비자들이 일상에서 가장 많이 쓰는 휴대전화 실적(LG유플러스만 가능)을 신용 평가에 반영한 것이다. 텔코스코어 도입으로 LG전자의 신규 렌털 서비스 가입자 수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LG전자 역시 이번 텔코스코어 도입을 계기로 업계 1위로 올라서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렌털 시장을 잡기 위한 기업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LG전자처럼 기존의 업계 강자들은 이용 고객을 늘리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내놓으며 신규 고객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런가 하면 신성장 동력으로 렌털 사업을 점찍고 출사표를 던진 기업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2025년 시장 규모 100조원 전망기업들이 이처럼 렌털에 큰 관심을 두는 이유는 간명하다. 시장의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렌털 시장 규모는 약 40조원으로 추정된다. 2014년 처음으로 10조원을 돌파한 렌털 시장은 이후 더욱 가파르게 성장해 이 같은 규모로 커졌다. 앞으로는 그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관련 업계는 2025년 렌털 시장이 100조원에 달하는 초거대 산업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렌털 산업이 뜨는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소비 트렌드다. ‘소유’보다 ‘사용’이나 ‘경험’을 중시하는 가치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부담 없는 초기 비용에 고가의 제품을 합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렌털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둘째는 서비스다. 정수기·공기청정기·비데 등 위생에 민감한 환경 가전을 예로 들어보자. 이 제품들은 주기적인 청소, 필터 교체, 점검 등이 필수다. 이를 개인이 일일이 하기엔 무리가 있다. 렌털을 활용하면 전문가가 주기적으로 관리해 준다. 이런 부분들을 앞세워 소비자들 사이에서 렌털 서비스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렌털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는 소비자들의 서비스 이용 카테고리 범주를 더욱 넓히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정수기·비데·공기청정기를 넘어 셀 수 없는 수많은 제품들이 렌털 상품으로 등장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런 성장성에 따라 기존의 렌털업계 강자들은 자사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박차를 가하며 시장 공략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LG전자에 이어 업계 2위인 SK매직도 현재 텔코스코어에 기반한 신용 평가 모델 도입을 준비 중이다. LG전자와 마찬가지로 관계사인 SK텔레콤에서 받은 데이터를 활용해 이를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
업계 1위인 코웨이는 상품성 강화에 나섰다. 최근 대표 렌털 품목으로 자리매김한 매트리스의 기술력 강화를 통해서다. 코웨이 관계자는 “스프링이 아닌 공기를 사용해 사용자의 체형에 맞게 변형돼 숙면을 취할 수 있는 매트리스 렌털 상품을 개발해 연내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보일러업계도 렌털 시장 진출 러시새롭게 시장에 뛰어드는 기업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기업들이 볼 때 매달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렌털 사업은 매력적인 시장으로 각광받는다. 이를테면 보일러 시장의 강자인 린나이는 새롭게 렌털 사업에 뛰어든 대표 사례다.
린나이는 최근 홈앤쇼핑 방송을 통해 업계 최초로 보일러 렌털 서비스 상품을 선보이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혜택 또한 파격적이어서 더 관심이 모아졌다.
우선 보일러를 설치할 때 들어가는 설치비·출장비를 면제했다. 또 보일러는 고장 날 때마다 큰 비용이 들어가는데 린나이는 렌털 기간 동안 무상으로 이를 점검해 준다는 조건도 내걸었다.
홈앤쇼핑 관계자는 “홈쇼핑에서 보일러 렌털 서비스를 소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전에 없던 다양한 혜택을 내걸며 소비자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린나이를 시작으로 보일러업계가 줄지어 렌털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타이어업계의 전례가 이런 관측에 힘을 실리게 한다. 현재 한국의 타이어 주요 3사가 모두 렌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그 시작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넥센타이어가 업계 최초로 ‘넥스트레벨’이라는 렌털 서비스를 개시했다.
합리적인 가격뿐만 아니라 렌털 기간 동안 고객의 자택과 직장 등을 방문해 타이어 공기압, 마모 상태, 엔진오일, 부동액 등을 점검해 주는 서비스를 앞세워 소비자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이를 목격한 한국타이어·금호타이어 등이 이후 비슷한 방식의 렌털 서비스를 내놓았다. 그 결과 현재 렌털은 소비자들이 타이어를 교체할 때 고려하는 선택지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타이어처럼 제품의 질이나 가격이 서로 엇비슷한 보일러업계 또한 비슷한 길을 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최근 경동나비엔이 렌털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이커머스 기업들도 렌털 사업 진출을 가시화하고 있다. 컬리·쿠팡 등이 정관을 변경하며 렌털 사업을 추가한 상태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내놓지 않고 있는데, 이들의 사업 특성상 다양한 가전 업체의 상품을 직매입한 뒤 빠르게 배송하며 렌털 서비스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렌털 사업 진출을 주저하고 있는 가전 업체들이 이들의 타깃이 될 것이다. 렌털 사업이 성장성은 높지만 리스크도 크다. 제품을 관리해 주기 위한 대규모 인력 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삼성전자는 직접 렌털 시장에 진출하지 않고 SK매직을 통해 렌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 또한 높은 진입 장벽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 업계 관계자의 분석이다.
다만 그는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이커머스 기업들의 렌털 사업은 도리어 재무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며 “이들이 정관을 변경했지만 신중에 신중을 기해 사업 진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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