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후 확보한 자금으로 대대적 투자 청사진…업계 판도 뒤흔들 변수 떠올라

[비즈니스 포커스]
이커머스 기업 가운데 컬리가 가장 빨리 상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상반기 내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진=컬리 제공
이커머스 기업 가운데 컬리가 가장 빨리 상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상반기 내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진=컬리 제공


마켓컬리 운영사 컬리는 현재 증시 입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지난해 말 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JP모간을 주간사 회사로 선정한 컬리는 이른 시일 내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 심사 청구을 마칠 계획이다. 상반기 내에 반드시 증시에 입성하겠다는 목표다. 현재 컬리의 기업 가치는 약 4조원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상장에 성공하게 되면 시가 총액이 7조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컬리의 경쟁사라고 할 수 있는 SSG닷컴과 오아시스 마켓도 기업공개(IPO) 준비가 한창이다. 연내 상장을 목표로 이미 주간사 회사 선정을 마친 상태다. 이 밖에 11번가·티몬 등 여러 기업이 상장을 위한 담금질에 들어갔다.

이커머스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해를 거듭할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관련 기업들의 ‘상장 이슈’가 판을 뒤흔들 변수로 떠올랐다. 상장에 성공하게 되면 막대한 현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확보한 현금을 기업들이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업계 순위 다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벌써부터 이목이 집중된다.
‘투자 직진’ 예상되는 SSG닷컴증시 전문가들에 따르면 상장 이후 이커머스 기업들의 전략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뉠 것으로 보인다. ‘공격적 투자’냐 ‘매각이냐’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상장했을 때 기업들이 가질 수 있는 이점은 단연 자금 조달이다. 쉽게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그 돈으로 물류 인프라 확충 등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는 기업들도 있는 반면 상장으로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뒤 매각하는 기업들도 생겨날 수밖에 없다.” 유승우 SK투자증권 애널리스트의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상장을 목표로 하는 이커머스 기업들 중 이후 행보를 가장 주목하게 만드는 곳으로 단연 SSG닷컴을 꼽는다. SSG닷컴은 상장을 앞둔 기업들 가운데 가장 높은 기업 가치(약 10조원)를 인정받고 있다.

상장하게 되면 가장 많은 현금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게다가 여기에서 확보한 많은 자금을 점유율 확대에 쏟아부을 것으로 예상돼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이커머스 왕좌를 향한 신세계의 질주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예상이다.

신세계는 지난해 약 3조4000억원을 들여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했다. 이에 따라 쓱닷컴과 이베이코리아를 합친 거래액은 약 25조원으로 네이버에 이은 업계 2위로 올라선 상태다.

SSG닷컴이 상장을 마치면 여기에서 유입된 현금을 활용해 기존에 따로 운영됐던 양 사의 시너지를 높이는 데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물류 인프라 확충을 통해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내다봤다.

“그동안 이베이코리아는 물류에 거의 투자하지 않은 채 네이버 등 포털 유입을 활용한 이른바 오픈 마켓으로 덩치를 키워 왔다. 반면 SSG닷컴은 네오라는 이름의 온라인 전용 물류 창고를 앞세워 새벽 배송의 강자로 빠르게 떠올랐다. 현재 SSG닷컴은 총 3곳의 네오를 구축하고 있는데 막대한 투자를 앞세워 이를 늘려 나가면서 이베이코리아에서 소비자들이 구매한 상품을 보다 빠르게 배송에 나설 것이다.”

물류 창고 확충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할 때 당장은 어렵더라도 추후엔 업계 최강자의 자리를 노릴 만하다고 그는 예상했다.

마켓컬리도 SSG닷컴과 비슷한 전략을 취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마켓컬리는 상장을 통해 전국으로 물류센터를 확대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수도권에 집중됐던 고객을 전국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목표다.
“M&A 활발해질 것” 전망도마켓컬리가 최근 들어 신선식품을 넘어 다양한 생활용품 카테고리로 영역을 확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신선식품은 팔리지 않으면 전부 폐기해야 한다. 즉 신선식품만 팔아서는 이커머스가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마켓컬리 역시 이런 점을 고려해 신선식품 이외의 카테고리로 영역을 넓히면서 전국으로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11번가 또한 공격적인 투자의 길을 가는 기업으로 분류된다. 11번가는 아마존과의 협업을 앞세워 본격적으로 점유율 높이기에 나선 상황이다.

2023년 상장이 목표인데 상장되면 한국에서 아마존 상품의 보다 빠른 배송을 위해 국내외적으로 대대적인 물류 인프라 확충에 나설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와 반대로 상장 후 매각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기업들도 나타나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인수·합병(M&A)이 활발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와 눈길을 끈다.

티몬이 가능성이 높다. 티몬의 경우 사모펀드가 큰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기업 가치를 높여야 하는 건 거스를 수 없는 숙명이다.

한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는 인수한 기업의 가치를 높인 뒤 되팔아야(엑시트)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상장만큼 좋은 방법은 없다. 다만 문제는 티몬의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점차 미미해지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상장하더라도 엑시트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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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 일각에서는 티몬이 상장에 실패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실제로 티몬의 상장 일정은 계속 연기되고 있는 상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금 상황만 놓고 본다면 티몬의 기업 매력도가 현저히 떨어져 IPO 자체가 불가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마켓컬리 또한 매각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흥미로운 시각도 있다. 마켓컬리는 새벽 배송의 강자 중 하나로 입지를 굳힌 만큼 인수 매력도가 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마켓컬리가 재무 구조 개선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괜찮은 값을 부르는 기업이 나타나면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강력한 인수 후보로는 막강한 자금력을 갖춘 롯데가 거론된다. 롯데는 최근 중고나라 지분 투자, 한샘 지분 투자 등을 이어 가며 신선식품 외 영역에서 이커머스 전력을 강화했다. 하지만 여전히 신선식품이 약점으로 지목되며 이커머스 시장에서 부각받지 못하고 있다.

“롯데온이 아직 제대로 안착하지 못한 상황인 만큼 롯데에 신선식품 쪽 강자인 마켓컬리는 충분히 매력적인 인수 후보다. 만약 롯데가 컬리 인수에 성공한다면 신선식품과 가구·패션 등에서 더욱 시너지를 내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고 이렇게 되면 이커머스 시장이 3강을 넘어 4강 체제로 접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업계 전문가의 분석이다.

이어 그는 “11번가 또한 상장 후에도 물류 인프라 확충에 애를 태우거나 점유율 상승이 지지부진하게 되면 결국 아마존에 회사를 매각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