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지방 이전은 퇴보”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온라인으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KDB산업은행 제공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온라인으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KDB산업은행 제공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대우조선해양의 정상화 방안을 전면 재검토한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을 승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27일 오후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대우조선해양 민영화는 조선산업 정상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며 “국내에서 새 주인을 찾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13일 대우조선과 현대중공업의 기업결합을 최종 불허했다. 양 사 결합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의 독과점을 형성해 경쟁을 저해한다고 봤다.

이 같은 결정에 이 회장은 “철저한 자국 이기주의에 근거한 판단”이라며 강한 유감을 표시하면서, 현대중공업이 EU를 상대로 소송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또 대우조선의 ‘새 주인’ 찾기는 다시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회장은 “현재는 전면 재검토가 필요한 상황으로 구체적인 플랜B는 말하기는 곤란하다”면서도 “3월 외부전문기관의 경영컨설팅이 끝나면 경쟁력 강화 방안과 중장기 관리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잠재 부실을 생각하면 매수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지울 수 있는 구주(산업은행 보유 주식) 매각보다 신주 발행을 통한 자본 확충이 바람직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이어 “산업은행 관리 기업이 금융 지원 속에서 살아남을 것이라는 인식이 퍼지면 해외 경쟁 당국이 산업은행 산하 기업이 포함된 기업결합 심사 모두를 불허할 수 있다”며 “산업은행이 추가 자금 지원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회장은 대선후보들의 산업은행 지방 이전 공약과 관련해 “금융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회장은 “지역 정치인들이 산업은행 지방 이전을 주장하는 것은 결국 소탐대실”이라며 “(산업은행의 지방 이전은)진보가 아닌 퇴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산업 생태계 조성은 돈만 갖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근본적인 인프라와 사업성이 갖춰질 때 가능하다”며 “지난 5년간 산은 회장으로서의 경험에 비춰 볼 때 산업은행이 금융경제 수도인 서울에서 아우르며 전국의 균형 발전을 지원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지역별 특성에 맞는 금융지원은 계속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