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이자부문도 10조 넘어
‘이자 잔치’ 지적에 배당성향 높여

그래픽=배자영 기자
그래픽=배자영 기자
4대 금융 그룹이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KB·신한금융은 사상 첫 4조 클럽, 하나금융은 3조 클럽, 우리금융은 2조 클럽 가입에 각각 성공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원으로 대출 수요가 늘고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에 따른 이익)이 개선되면서 본업인 이자 장사가 쏠쏠했다. 증권사 등 비은행 계열사의 수익 증가도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4대 금융 그룹의 지난해 합산 순이익은 전년 대비 34.5% 증가한 14조 5429억원으로 집계됐다.

KB금융그룹은 4조 409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1위 자리를 수성했다. 2위는 신한금융그룹(순이익 4조 193억원)이 차지했고, 그 뒤를 하나금융그룹(3조 5261억원), 우리금융그룹(2조 5879억원)이 이었다.

역대급 실적을 견인한 건 이자이익이었다. 코로나19 사태로 막대한 돈이 시중에 풀린 가운데 대출을 활용한 부동산, 주식, 가상화폐 등 투자가 급증했고, 지난해 하반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대출 금리가 올라 순이자마진(NIM)이 커졌다. 4대 그룹이 거둬들인 지난해 이자 이익은 34조 7058억원으로, 이는 전년 대비 14% 증가한 수치다.

비은행 부문 성장세에 힘입어 비이자이익도 눈에 띄게 개선됐다. 지난해 4대 금융 그룹 비이자 부문 이익은 10조 274억원으로 전년 대비 9.31% 늘었다. 특히 리딩 금융 타이틀을 두고 경쟁 중인 KB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의 순이익에서 비은행 계열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42.6%, 42.1%로 확대됐다.

일각에선 코로나19로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은행들의 ‘이자 장사’를 통한 실적잔치를 곱지 않게 보는 시각도 있다. 금융 당국이 대출을 규제하면서 대출한도는 축소하고 금리는 올라 소비자는 허리띠를 졸라매는데 은행들만 규제 반사효과를 봤다는 지적이다.

비판이 이어지자 금융 그룹들은 배당, 자사주 소각 등 적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을 내놓고 있다. 4대 금융 그룹은 2020년 20%까지 낮췄던 배당성향(순이익 중 배당금 비율)을 코로나19 이전 수준인 25.2~26%로 높였다. 이들이 배당금으로 지급하는 금액은 총 3조 7309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총 배당액이 3조원을 넘어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4대 금융 그룹은 앞으로 배당성향을 30%까지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