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보는 경제]
2월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센터에서 시민들이 일자리 정보 안내판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한국경제신문
2월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센터에서 시민들이 일자리 정보 안내판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한국경제신문
한국 기업 매출이 늘어도 고용은 늘어나지 않는 ‘고용 없는 성장(jobless growth)’이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성장과 고용 간 관계 : 기업 자료를 이용한 분석(BOK이슈노트)’에 따르면 한국에선 5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성장과 고용 간 관계가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통계청의 2014~2019년 기업 활동 조사를 활용해 기업 매출 증가율에 따른 고용 증가율을 회귀 분석해 고용 민감도를 살펴봤다. 고용 민감도는 매출 증가율 1%포인트 변화에 대한 고용 증가율의 반응을 의미한다.

조사 결과 2014~2019년 4만1467곳의 기업 매출이 평균 1%포인트 상승 시 고용 민감도 수치는 0.29%포인트에 그쳤다.

고용 민감도를 기간별로 보면 매출 증가율이 1%포인트 상승할 때 2014~2016년 0.31%포인트 늘었지만 2017~2019년 0.27%포인트 증가했다.

한국은행은 최근의 고용 민감도 하락은 매출이 증가한 제조업 300인 이상, 서비스업 300인 미만 기업의 고용 창출력이 큰 폭으로 하락한 데 기인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분석에서 서비스업 300인 미만 기업은 2014~2016년, 2017~2019년 기간 중 매출 증가에 대한 고용 민감도가 0.28%포인트에서 0.13%포인트로 하락했다.

송상윤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분석팀 과장은 “경쟁 심화 등에 따른 가격 결정력 약화에 상당 부분 기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경쟁 심화로 기업의 가격 결정력이 약화되면 비용이 가격으로 전가되기 어려워 매출 원가율 상승으로 이어진다. 특히 숙박음식·정보통신·사업시설·부동산업 등의 고용 창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진단했다.

제조업 300인 이상 기업도 같은 기간 고용 민감도는 각각 0.37%포인트에서 0.28%포인트로 감소했다. 매출 증가가 채용보다 기계 장치에 대한 설비 투자 증가로 이어진 영향이다. 매출이 증가한 제조업 300인 미만 기업의 2017~2019년 기계 장치 연간 증가액은 2014~2016년 대비 2.1배 증가에 그친 반면 300인 이상 기업은 3.0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