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완전 민영화 후 첫 행장에 내정…인사이트 뛰어난 전략통 평가

[비즈니스 포커스]
[인물탐구]“옛 위용 회복”…리딩 뱅크 깃발 든 우리은행 이원덕
공적자금 투입 23년 만에 완전 민영화에 성공한 우리금융그룹이 새 우리은행장에 이원덕 수석부사장을 낙점했다. 그룹 내 대표적인 전략통이자 발로 뛰는 리더로 꼽히는 그는 이제 우리은행의 리딩 뱅크 도약을 이끌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우리금융지주는 2월 7일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를 열고 우리은행장 후보에 이원덕 부사장을 단독 추천했다. 1월 28일 열린 자추위에서 이 부사장과 박화재 우리은행 여신지원그룹 집행부행장, 전상욱 리스크관리그룹 집행부행장보 등 3명의 최종 후보군(쇼트 리스트)을 선정한 지 열흘 만이다. 2020년부터 우리은행을 이끌었던 권광석 행장은 쇼트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지 못해 2년 임기를 끝으로 지휘봉을 내려놓는다.

이변이 없는 한 이 내정자가 이사회의 적합성 검증을 거친 후 주주 총회에서 최종 선임되면 3월부터 2년 동안 우리은행을 이끌게 된다.

우리금융그룹이 새 우리은행장에 이원덕 수석부사장을 발탁한 이유는 뭘까.

우선 이 내정자가 자추위 위원들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이유는 ‘뛰어난 인사이트’에 있다. 그는 그룹 내 ‘전략통’으로 재무·전략·자금·디지털 및 인수·합병(M&A) 등 핵심 부서에 몸담으며 리더십을 인정받았다. 다양한 업무를 담당해 온 경험에 기반한 날카로운 통찰로 시기적절한 전략을 내놓으며 우리금융그룹의 굵직한 이슈들을 성공적으로 해결했다. 2016년 민영화 작업, 2018년 지주사 설립, 2019년 푸본생명 블록딜, 2021년 예금보험공사 잔여 지분 매각을 통한 완전 민영화 등이다. 특히 예금보험공사 소유의 우리금융 지분 매각 당시 실무까지 직접 챙기는 등 발로 뛰는 리더로 주목 받았다.
우리은행의 옛 위용 회복 과제
이 내정자는 1962년생으로 공주사대부고와 서울대 농업경제학과를 졸업했고 같은 대학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0년 우리은행의 전신인 한일은행에 입행한 후 2006년 전략기획팀에서 수석부부장, 2007년 일산호수지점장과 2008년 검사실에서 수석검사역, 2009년 자금부장 등 본사와 영업점을 오가며 다양한 실무 경험을 갖췄다.

이후 우리금융지주로 옮겨 2012년 글로벌전략부장, 2013년 전략기획부장으로 활약했다. 2014년 다시 은행에 복귀하며 전략사업부장을 맡았고 2016년 미래전략부장을 거쳐 2017년 미래전략단 상무가 됐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우리은행장에 취임한 2017년 12월 우리은행 경영기획그룹 상무로 이동했다. 당시 손 회장은 행장 취임 후 강도 높은 쇄신 인사를 단행, 부행장급 임원 3분의 2가 물러나는 등 대대적인 물갈이가 진행됐지만 이 내정자는 전임 이광구 행장이 선임했던 인물임에도 상무직을 이어 갔다. 손 회장이 강조해 온 인사 원칙인 능력 중심의 대표 사례로 꼽혔다. 이후 이 내정자는 2018년 은행 경영기획그룹 집행부행장에 오른 뒤 2020년 12월 다시 지주사로 이동하며 수석부사장(사내이사)으로 일하고 있다.

이 내정자는 노겸근칙의 인생관을 지향해 왔다. ‘부지런함을 기본으로 매사 겸손하고 삼가며 해이해짐을 경계한다’가 평소 지론이다. 이런 자세 덕분에 내부에서도 과하게 튀지 않으면서도 항상 맡은 일을 완벽하게 수행한다는 평가다.

이 내정자는 은행이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회사라는 데 매력을 느껴 은행원을 선택했다고 말한다. 지금도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희망’”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 그는 은행 밖에서도 ‘희망’을 전도한다. 이 내정자의 사무실 책상에는 어린 남자 아이의 사진이 수년째 놓여 있다. 직원들은 손자라고 추측했지만 실제로는 입양 예정인 아이를 임시 보호하는 가정 위탁 봉사를 하며 인연을 맺은 아이였다. 봉사 이후에도 후원자가 돼 수시로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내정자가 강조하는 핵심 가치는 고객·신뢰·전문성·혁신 등 4가지다. 낮은 자세로 고객과 이웃을 먼저 생각하고 신뢰를 통해 직원들에게 다가가며 임직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시장을 선도하고 열정으로 미래 혁신을 이끌겠다는 각오다.

특히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면서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사로잡는 것은 물론 디지털에 서툰 중·장년과 고령층까지 모든 세대가 일상에서 편히 이용할 수 있는 은행으로 발돋움하겠다는 목표다.

그는 최근 4등의 길을 걷고 있는 우리은행의 옛 위용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은행장으로서 해야 할 일을 4가지로 요약했다. 첫째, 그룹 중심의 하나 된 조직을 지향한다. 지주사는 전략 방향을 수립하고 은행은 그룹 내 주력 자회사로서 그룹의 기업 가치 제고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방침이다.

둘째, 디지털 혁신이다. 빅테크(대형 IT 기업)와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금융 플랫폼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고객 중심의 디지털 플랫폼 혁신 추진과 마이데이터 차별화 및 데이터 분석 활용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은행의 미래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MZ세대 고객을 적극 유치하기 위해 젊고 유능한 디지털부문 임원(CDO)의 외부 영입도 추진한다.

셋째, VG(같이그룹, value group) 제도 개선이다. VG 제도는 거점 점포를 중심으로 인근 영업점 몇 개를 그룹화해 협업 체계를 구축한 영업 채널을 말한다. 영업점의 인적·물적 자원을 공동 활용해 효율을 높인다. 이 내정자는 VG 제도를 단순한 지점 간 협업 제도가 아닌 디지털 전환에 대응하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영업 현장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보완한다는 의지다.

넷째, 글로벌 진출이다. 현재 우리은행은 글로벌 23개국 449개의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지만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진출이 정체 상태다. 이 내정자는 동남아시아와 성장 잠재력이 높은 유망 지역으로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한편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에 대비해 600개의 해외 네트워크를 구축, 수익성 중심의 영업을 추진해 글로벌 당기순이익의 비중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그래픽=배자영 기자
그래픽=배자영 기자
M&A 예고한 손태승 회장과 시너지 기대
우리금융지주 이사회는 완전 민영화로 얻은 기회를 살려 리딩 금융으로의 도약을 노리고 있다. 손 회장과 이 내정자는 그룹 내 최고 ‘전략가’로 통한다. 이 내정자가 행장직에 오르면 본격적으로 지주와 시너지가 발휘될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우선 이 내정자는 손 회장과 오랜 기간 손발을 맞췄다. 특히 우리금융지주 출범 전후 손 회장을 도와 그룹의 기틀을 닦은 주인공이다.

손 회장은 올해 활발한 M&A를 예고한 상태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은행의 수장으로 나머지 자회사들과 시너지도 창출해야 한다. 이 내정자는 지주 사내이사로 활동하며 그룹 전반의 사업을 총괄했는데 그만큼 그룹의 경영 방향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다.

손 회장과 이 내정자는 같은 한일은행 출신이다. 이 내정자가 행장직에 오르면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출신이 각각 회장과 은행장을 나눠 맡던 우리금융의 내부 관행도 사실상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그룹 경영진 인사에 따라 차기 지주 사내이사 자리에 누가 오를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그동안 권광석 행장 대신 지주사 수석부사장인 이 내정자가 사내이사로 참여해 왔다. 이전 논리대로라면 박화재 신임 지주 사장이 사내이사를 맡아야 한다. 하지만 이 내정자가 지주 사내이사 자리를 이어 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다른 금융그룹에선 모두 은행장이 지주 등기이사를 맡고 있다.

이 내정자가 은행장에 지주 등기이사 자리까지 꿰찬다면 확실한 그룹 내 2인자로 입지를 굳힐 것으로 보인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