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공약 이행에 이재명 350조, 윤 후보 266조…“재정 효율 투입” “세출 구조 조정” 두루뭉술
[홍영식의 정치판]대선 막판 여야 후보들이 10대 공약집을 내놓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1번 공약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극복을 내세웠다. 2번 공약으로 두 후보 모두 제목은 다르지만 경제 활성화와 관련된 것이라는 점도 닮은꼴이다. 교육과 복지, 청년, 외교 안보 등도 10대 공약에 담긴 공통 주제들이다. 하지만 원론적·선언적 수준에 머무르고 수조원, 수십조원씩 소요되는 공약이 수두룩한데 재원 대책은 허술하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코로나19 대책과 관련해 이 후보는 백신과 치료제 확보, 의료 보건 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을 제시했다. 백신과 치료제 개발 지원,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매출 회복 지원을 위한 지역화폐와 소비 쿠폰 발행 확대 등도 내놓았다.
윤 후보도 소상공인의 온전한 손실 보상을 강조했다. 다만 방법은 규제 강도와 피해 정도에 따른 비례 지원을 제시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신체적·정신적 건강 회복과 유지를 위한 심리 상담 치료 무상 지원, 감염병 종식 후 2년간 피해 지원 및 극복을 위한 모니터링 지속을 약속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코로나19 특별회계’를 마련해 5년간 150조원 규모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손실을 보상하겠다고 했고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자영업자 지원을 위한 특별재난연대기금 조성, 자영업자 임대료 및 부채 이자 탕감 등을 약속했다.
기본소득 100만원, 청년에게 100만원 등 ‘퍼 주기’
이 후보는 ‘신경제, 세계 5강의 종합 국력 달성’이라는 제목의 2번 공약에서 산업 혁신으로 수출 1조 달러, 국민소득 5만 달러, 디지털 대전환, 모빌리티 대전환과 친환경 탄소 중립에 대응하는 국가 교통 전략 수립 등을 제시했다. 경제적 기본권 보장을 내세운 3번 공약에서는 임기 내 100만원으로 확대하는 전 국민 보편기본소득, 만 19~29세 청년에게 연 100만원 지급, 20~30대 청년부터 1000만원까지 저리로 대출하는 기본대출, 생애 최초 주택 구입 청년에게 신규 물량 30%를 우선 배정하는 청년 주택 등을 약속했다.
지역 균형 발전과 관련해선 전국을 초광역 단위, 산업과 현안 중심의 5개 수도(메가시티)로 나누고 대통령 제2집무실과 국회 제2의사당 설치 등을 통해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완성한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복지·노동 공약으로는 요양 및 아동 돌봄, 기초·장애인 연금, 아동·청소년 수당, 기초 생활 보장 등 확대와 상병 수당 도입, 전 국민 산재보험 등을 내놓았다.
정치와 사법 분야에선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과 책임총리제,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폐지 및 무노동 무임금법 도입, 위성 정당 설립 금지, 수사 기소 분리 등을 공약했다. 외교 안보 분야에선 원자력 추진 잠수함 건조, 우주사령부 창설, 선택적 모병제, 병사 월급 2027년까지 200만원 이상으로 인상, 북한 비핵화를 위한 스냅백(제재 완화 뒤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복원) 등이 있다.
윤 후보는 일자리 창출을 2번 공약으로 제시하면서 이행 방법으로는 규제 혁신으로 기업 투자 활성화, 중소기업이 중견기업과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 강화 및 규제 폐지 등을 강조했다. 부동산 대책으로는 5년간 250만 가구 공급을 제시했다. 개건축과 재개발(47만 가구), 도심·역세권 복합 개발(20만 가구), 공공택지(142만 가구), 소규모 정비 사업(10만 가구) 등 방법을 통해서다.
복지 공약으로는 임신·출산 전 성인 여성 건강 검진 확대, 모든 난임 부부 치료비 지원, 임신·출산과 직접 연관성이 있는 모든 질병 치료비 지원 확대, 자녀 출생 후 1년간 월 100만원 부모 급여 공제 등을 제시했다. 청년 대책으론 여성가족부 폐지, 강성 노조 불법 행위 엄단 등을 약속했다.
외교 안보 분야에선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 완전한 비핵화 전까지 대북 제재 유지, 판문점에 남·북·미 연락사무소 설치, 한국형 3축 체계인 ‘킬 체인-미사일 방어체계(KAMD)-대량응징보복(KMPR)’ 복원, 북한 비핵화 달성 시 평화협정 체결 등을 제시했다. 원자력 발전과 청정 에너지 기술 구축을 통한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은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뚜렷하게 대비된다. 심 후보는 △신규 원전 원천 방지를 담은 탈핵기본법 제정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주4일 근로제 도입 △전 국민 일자리 보장제 △보증금 제로 공공 임대 주택 공급 △토지 초과 이득세 도입 △법인세·소득세율 최고 적용 구간 확대 △병원비 연간 100만원 상한제 등을 제시했다.
안 후보는 △디스플레이와 이차전지, 차세대 원전인 소형 모듈 원전(SMR) 등 5대 초격차 기술 육성 △5개 삼성전자급 글로벌 선도 기업 육성을 통한 5대 경제 강국 진입 △각종 연금 국민연금 단일 체제로 개편 △5년간 주택 총 250만 가구 공급 △로스쿨+사시제도 병행 △노동이사제 보류, 교원노조 타임오프제 반대 등을 내놓았다.
기본소득 50조원, 병사 월급 인상 25조원 소요
문제는 이런 공약들에 들어갈 막대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다. 각 후보 측이 밝힌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 규모를 보면 막대하다. 이 후보는 350조원, 윤 후보는 266조원, 안 후보는 201조원이 각각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공약별 세부 내용은 아직 미확정이어서 실제론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러나 천문학적인 돈을 쓰겠다면서 재원 조달 조달 방안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이 후보는 코로나19 이행 방안으로 소상공인 피해에 대한 완전한 보상을 공약했지만 재원 방안으로는 일반회계, 긴급 추경 편성뿐이다. 연간 50조원 정도 소요될 전 국민 보편기본소득에 대해선 토지 이익 배당 등을 제시했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면서 “집값, 세금이 갑자기 올라 화나지 않느냐. 나도 화난다”고 해놓고 이율배반이 아닐 수 없다.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지원 대책으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재정의 효율적 투입이라는 한 줄짜리 원론적 내용만 있다. 막대한 나랏돈이 들어갈 돌봄 국가 책임제 완성, 공교육 국가 책임 강화, 문화 분야 지원 공약들도 마찬가지다.
윤 후보는 △코로나19 대책 50조원 △기초연금 인상 35조4000억원 △병사 월급 인상 25조5000억원 △주택난 완화 및 주거 복지 12조1000억원 등 소요 재원을 밝혔다. 재원 마련에 대해선 역시 두루뭉술하다. 코로나19 대책 50조원에 대해 재량 지출 감축 등 지출 효율화라고만 적었다. 공공 임대 주택 50만 가구 공급에 대해선 재정 지출 시기 조정, 경기 회복을 전제로 한 세입 증대 예상분 활용을 제시했지만 이 역시 모호하다. 안 후보와 심 후보도 큰 틀에서 공약을 어떻게 실천하고 어떻게 돈을 마련할 것인지 구체적이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다.
각 후보들은 세출 구조 조정, 세 감면 축소를 단골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기존 집행해 오던 다른 분야의 예산을 1%라도 줄이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관료들의 반응이다. 세 감면 혜택을 줄이게 되면 해당 국민의 거센 저항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 때문에 일반 가정도 예상 수입을 기초로 지출 계획을 세우는데 하물며 나라 살림을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해도 되느냐는 비판이 적지 않다. 벌써부터 공약(空約)에 그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나온다. 유권자들의 혜안이 절실하다.
홍영식 대기자 겸 한국경제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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