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기술과 접목한 로봇으로 인간의 노동 대체… 동반자로서의 테슬라봇 실현 여부는 미지수

[테크 트렌드]
일론 머스크가 공개한 시속 8km '테슬라 봇'. 사진=테슬라
일론 머스크가 공개한 시속 8km '테슬라 봇'. 사진=테슬라
테슬라를 이야기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아마 전기차일 것이다. 그만큼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을 혁신적으로 바꾼 회사가 테슬라다. 그런 테슬라가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에 사업 역량을 쏟겠다고 한다. 지난 1월 26일 테슬라의 4분기 실적 발표에서다.

이 자리에서 엘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테슬라 제품 개발의 무게 중심을 인간형 로봇인 테슬라봇과 자율주행차용 소프트웨어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이번 발표를 통해 테슬라가 개발하고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가 사이버트럭이나 전기차보다 더 중요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배경에서인지 테슬라는 올해 신형 자동차 모델을 출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물론 테슬라가 로봇을 만든다는 소식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2016년 인공지능(AI) 연구소인 오픈 AI와 함께 집안일을 수행하는 일명 설거지 로봇을 개발하겠다고 한 적이 있고 지난해 8월 AI 데이에서는 테슬라봇을 소개하기도 했다.

당시 소개된 테슬라봇은 높이 5피트 8인치(172cm), 무게는 125파운드(56kg), 시속 5마일(8km)로 걸어 다니는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30개의 전기 구동기를 장착해 45파운드(20kg) 정도의 물건을 들 수 있도록 설계됐다. 머리에는 중요한 정보를 표시하는 얼굴 모니터가 있는데 8대의 카메라로 구성된 테슬라 오토파일럿 시스템을 통해 사람의 눈 역할을 수행한다. 마치 자율주행차가 이 시스템을 통해 주변을 탐지하고 자율적으로 주행을 하듯이 이 얼굴 모니터를 통해 정보를 처리하고 판단 및 통제하게 된다.

이 시스템의 신경망 역할은 도조(Dojo)라고 불리는 슈퍼컴퓨터가 수행하는데 도조에는 데이터 처리 속도가 초당 36테라바이트(TB)인 테슬라 자체 개발 AI 반도체 칩인 ‘디원(D1)’이 탑재돼 있다.
로봇 회사로 탈바꿈하는 테슬라
전기차보다 로봇에 전념하겠다는 머스크 CEO의 이번 발표는 전기트럭 ‘세미’나 전기 스포츠카 ‘로드스터’ 같은 새로운 전기차 모델 출시를 기대했던 투자자들에게는 아마도 실망스러웠던 소식이었을 것이다. 머스크 CEO는 왜 전기차보다 로봇 제작에 더 자사의 미래 역량을 집중하려는 것일까.

사실 자동차 업체가 로봇을 개발한다는 것은 더 이상 생소한 일은 아니다. 1996년 일본 혼다의 ‘아시모’와 2005년 일본 도요타의 ‘파트너 로봇’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현대차가 인수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와 4족 보행 로봇 개인 ‘스폿’이 주목받은 적이 있다.

우선 기술적인 관점으로만 본다면 이미 휴머노이드 로봇과 전기차, 엄밀히 말해 자율주행차 기술이 밀접하게 연계돼 있어 시너지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실제로 자율주행차와 전기차에 들어가는 기술들이 거의 대부분 로봇 제작에 필요한 요소 기술로 돼 있다. ‘옵티머스’는 오토파일럿과 같은 테슬라의 자율주행 운전자 지원 기술을 구동하는 동일한 AI 시스템에서 실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머스크 CEO도 로봇이 테슬라 차량과 동일한 AI 컴퓨터와 자동 조종 카메라를 가질 것이라고 말한다.

이미 테슬라는 차량과 로봇 등의 분야에서 대규모의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테슬라봇에는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완전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용으로 개발된 신경망에 8대의 카메라가 탑재된다.

테슬라봇의 인공 신경망은 차량이 카메라를 통해 주변 환경을 분석하고 다양한 경로와 이미지를 식별하고 레이블을 지정해 장애물을 만났을 때 수행해야 할 작업을 결정하도록 설계돼 있다. 즉, 테슬라봇은 테슬라의 자동차 AI·자율주행 기술을 통합해 경로를 계획·추적하고 보행자를 탐색하고 장애물을 피할 수 있는 인간과 유사한 로봇의 개념인 셈이다.
테슬라봇, 실현 가능성은
하지만 단지 기술적 측면에서만 해석하기에는 뭔가 부족해 보인다. 따라서 이번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의지는 ‘괴짜 천재’라고 불려 온 머스크 CEO의 세계관, 즉 혁신 기술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비전 맥락에서 봐야 할 듯하다. 그동안 머스크 CEO는 자율주행 자동차·스페이스X·솔라시티·뉴럴링크 등 지속 가능한 인류의 미래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 왔기 때문이다.
이번 실적 발표를 통해 짐작할 수 있는 것으로는 테슬라봇이 일단 경제의 근간인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머스크 CEO는 사람이 하기 어렵거나 위험한 일 또는 사람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테슬라봇과 같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대체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세계 경제가 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투자자들에게 휴머노이드 로봇의 첫째 용도는 테슬라 공장에서 부품을 운반하는 등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머스크 CEO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단지 공장 자동화 같은 노동 업무만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사실 비용이 많이 드는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자동차 완성 업체에 그리 의미 있는 효과를 가져다줄지는 미지수다. 이미 로봇은 차량 용접·조립·도장하는 것과 같은 산업용 자동차 제조에 널리 사용되고 있고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협동 로봇도 있다.

이에 대해 머스크 CEO는 테슬라봇은 단순히 물리적 작업을 수행하기 위한 휴머노이드 로봇이 아니라 잠재적으로 고유한 성격을 가진 인간의 동반자가 될 수 있다고 내비쳤다. 예를 들어 ‘스타워즈’ 시리즈에 등장했던 C3PO 또는 R2D2와 같은 인간의 외로움을 덜어주거나 조수 또는 친구 역할을 할 수 있는 로봇을 말한다.

이 밖에 휴머노이드 로봇이 이미 많은 진전이 이뤄지고 있는 테슬라의 뉴럴링크와 통합될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있다. 이미 테슬라는 뉴럴링크 기술을 적용해 원숭이가 생각만으로 비디오 게임을 제어하는 마인드퐁을 시연한 바 있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뉴럴링크 기술이 성숙된 후 테슬라가 이를 사용해 환자와 대응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든다면 의료계에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기대에도 불구하고 인간을 닮은 로봇을 만들려는 머스크 CEO의 계획이 제대로 실현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그동안 머스크 CEO가 수많은 공수표를 남발했기 때문이다. 그는 2019년 4월 2020년 100만 대의 자율주행 로봇 택시를 출시할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결국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기술적 완성도나 비용 효율성 측면도 쉽지 않아 보인다. 기술적으로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한다고는 하지만 아직 개발 초기 단계이고 시제품이 나온 것도 아니다. 지난해 8월 발표 때는 로봇 의상을 입은 사람이 행사장에서 춤과 줄넘기를 하는 이벤트만 보여줬을 뿐이다.

비용 측면만 보더라도 현재 테슬라봇의 가격은 대략 1만 달러(약 1200만원)로 추정되는데 2015년 소프트뱅크가 선보인 휴머노이드 ‘페퍼’가 1800달러(약 220만원)에 불과한 것에 비하면 비싼 편이다. 휴머노이드 로봇 같은 인간을 닮은 로봇에 대한 회의적인 시장 반응도 걸림돌이다. 페페처럼 인간을 닮았다는 이유로 오히려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던 사례도 있다.

이러한 여러가지 기대와 우려에도 불구하고 전기차를 넘어 로보틱스 회사로 진화하려는 머스크 CEO의 계획은 확고해 보인다. 실제로 작년 ‘AI 데이’ 때 머스크 CEO는 테슬라가 세계 최대 로봇 공학 회사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머스크 CEO가 2022년 첫 휴머노이드 로봇 시제품을 선보이겠다는 약속을 지킬지 기대해 본다.

심용운 SK경영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