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호’ 출범 앞두고 계열사 인사 마무리…영업통·내부 전문가 전지 배치

[비즈니스 포커스]
그래픽=배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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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그룹의 수뇌부가 싹 바뀐다. 우선 ‘김정태 체제’ 10년 만에 수장을 교체한다. 차기 회장에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이 내정됐다. 함 회장 내정자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물리적·화학적 결합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냈고 그룹의 2인자로 전략·기획·재무 등을 총괄하며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호흡을 맞춰 온 인물이다. 이와 함께 하나금융은 비은행 계열사 사령탑을 대거 교체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상고 신화’ ‘영업통’ 함영주
리딩 금융 도전 과제는

하나금융은 2월 8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열고 함 부회장을 하나금융의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 이달 개최되는 정기 주주 총회와 이사회에서 최종 승인이 나면 함 내정자는 임기 3년의 하나금융 차기 대표이사 회장에 최종 선임된다. 회추위는 은행장과 부회장직을 수행하면서 그룹의 성장을 이끌어 온 함 부회장이 최고 적임자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충남 부여 출신으로 강경상고를 졸업한 뒤 1980년 서울은행에 텔러(창구 전담 직원)로 입사한 함 내정자는 ‘상고 신화’를 거론할 때면 항상 빠지지 않았다. 그런데 함 내정자를 수식하는 또 다른 단어가 있다. 바로 ‘영업통’이다. 그는 하나은행 분당중앙지점장과 가계영업추진부장, 남부지역본부 본부장, 충남북지역본부 부행장보 등 영업 일선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며 은행장 자리를 꿰찼다. 취임 후에도 업계 최고의 영업통답게 당시 1조원대에 머무르던 하나은행의 당기순이익을 1년 만에 2조원대로 끌어올렸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함 내정자는 2016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직에 올랐고 2018년부터 단독 부회장으로 그룹의 안살림을 맡으며 차기 회장 후보로 입지를 다져 왔다. 현재는 그룹 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다만 함 내정자가 이끌 하나금융의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네이버·카카오 등 초대형 플랫폼을 바탕으로 한 빅테크의 금융권 진출이 본격화하고 기존 금융사는 해외와 비금융권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등 경쟁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

한국 4대 금융그룹에서 만년 ‘3위’라는 타이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특명도 있다. 하지만 리딩 금융을 두고 경쟁하는 KB금융과 신한금융이 지난해 4조원대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한껏 격차를 벌렸고 완전 민영화를 이룬 우리금융이 바짝 추격해 오고 있다. 향후 우리금융이 증권·보험사 등 비은행 계열사 인수·합병(M&A)에 성공하면 향후 하나금융의 순이익을 추월할 가능성도 있다. 앞서 KB금융과 신한금융도 생명보험사 등을 인수하고 비은행권 제2금융 계열사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등 비은행 부문에 힘을 주며 몸집을 불렸다. 지난해 이들의 비은행 부문 순이익 기여도는 이미 40%를 넘었다.
주요 계열사 CEO, 은행 출신 베테랑
함영주 행장 시설 지근거리에서 보좌

위기감을 느꼈을까. 하나금융은 비은행 계열사 대표이사를 대거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하나금융은 2월 23일 저녁 늦게 하나카드·하나캐피탈·하나저축은행·하나생명 등 4개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 사장 후보를 추천했다고 밝힌 데 이어 1주일 만에 하나자산신탁·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하나손해보험·하나펀드서비스·하나벤처스·핀크 등 6개 관계사의 대표이사 사장 후보도 추천했다고 밝혔다.

일단 권길주 하나카드 대표이사 사장과 김동환 하나벤처스 대표이사 사장, 권영탁 핀크 대표이사는 연임에 성공했다. 이들은 내부 화합과 함께 실적 상승도 이끌어 냈다는 평가다. 출생 연도는 각각 1960년생, 1974년생, 1970년생이다. 연임 임기는 1년이다.
그래픽=배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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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캐피탈·하나생명·하나저축은행은 1963~1964년생의 은행 부행장들을 낙점했다. 박승오 하나캐피탈 대표이사 후보와 이승열 하나생명 대표이사 후보, 정민식 하나저축은행 대표이사 후보 등이다. 이들은 함 내정자가 하나은행장 시절 같이 호흡을 맞췄던 인물들이다.

박 후보는 2015년 하나은행 중앙영업본부장에 신규 선임된 이후 2017년 초 기업사업본부 전무로 점프하면서 이목을 끌었다. 2018년부터 여신그룹 전무를 맡았고 지난해 부행장으로 승진, 4년간 은행의 여신부문을 이끌었다. 은행에서의 풍부한 여신 경력이 하나캐피탈과 그룹의 시너지 창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란 평가가 주효했다.

같은 기간 이 후보는 은행의 요직으로 꼽히는 경영기획그룹을 맡으면서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하는 등 능력을 입증했다. 2019년 지주로 옮겨 그룹재무총괄(CFO)을 맡으면서 계열사를 관리했고 이듬해 하나은행 경영기획그룹장 겸 사회가치본부 부행장으로 이동했다. 지난해 초엔 차기 하나은행장 후보로 박성호 행장과 접전을 벌였을 정도로 입지를 갖춘 인물이다. 이 후보처럼 무게감 있는 ‘재무통’을 그룹 내 지위가 약한 하나생명으로 보냈다는 것은 하나금융이 비은행 강화에 칼을 뽑아든 것으로 풀이된다.

정 후보는 ‘영업통’으로 분류된다. 그는 봉선동·금남로·광주지점과 광주금융센터 지점장을 거쳐 2017년부터 하나은행의 호남영업그룹장 겸 광주전남영업본부장을 역임했다. 지난해 1월 전무 자리에 오른 후 4개월 만에 다시 부행장으로 승진했다.

민관식 하나자산신탁 대표이사 후보와 강성묵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대표이사 후보, 김재영 하나손해보험 대표이사 후보도 1963~1964년생이다. 강 후보와 김 후보 역시 2016~2018년 각각 은행 영업지원그룹·HR본부, IT통합지원단·신탁사업단에서 임원으로 활동하며 함 내정자와 합을 맞췄다.

하나금융은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도 배출했다. 1968년생인 노유정 하나펀드서비스 사장 후보는 하나은행 지점장과 금융소비자보호부 부장, 변화추진본부장, 손님행복그룹장 등을 거쳤다. 그는 고객 우선 경영을 강화할 수 있는 적임자로 평가받았다.

내년 3월까지 임기가 남아 있는 박성호 하나은행장과 이은형 하나금융투자 대표를 포함하면 주요 계열사 대표 인사는 마무리된 셈이다. 하나금융은 이번 계열사와 관계사 대표이사 사장 후보 선임을 마무리하며 조직의 세대교체를 이뤄 냈다는 설명이다. 총 10명의 CEO 후보 중 1960년대생이 8명, 1970년대생이 2명이다. 또 최근 그룹의 실적 개선을 견인하는 카드·캐피탈·저축은행 등 제2금융 계열사에 영업통과 내부 전문가를 배치, 실적을 이끌어 내겠다는 복안이다.

이변이 없다면 함 내정자가 차기 회장에 오른다. 하나금융 정관상 회장의 나이가 만 70세를 넘길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1956년생인 함 내정자는 3년 임기 후 1년만 더 추가로 연임하는 형태가 아닌 이상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회장직을 수행하게 된다.

앞으로 3년. 새로운 수뇌부 진용을 갖춘 하나금융이 만년 3위를 벗어나 리딩 금융 도전에 성공할 수 있을지 또는 발판을 다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