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경기 저점보다 긴축 정점 먼저 올 것…3월 혼란기 지나 ‘낙폭 과대’ 성장주 주목
[머니 인사이트] 1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7.5% 상승하며 40년 내 최고치를 경신했다. 에너지와 식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 물가도 전년 대비 6.0% 상승하며 1982년 8월 이후 최고치를 넘어섰다. 여러 항목들의 물가가 고르게 오르고 있다는 뜻이다.인플레이션 상승 속도가 예상치를 웃돌면서 금융 시장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도 빠르게 강화됐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단번에 0.50%포인트 인상을 포함해 상반기에만 1.0%포인트의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혔고 일부 투자은행 중에서는 1980년대 초 폴 볼커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그랬던 것처럼 시장이 예상하지 못한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자산 시장의 변동성을 촉발해 인플레이션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성장주를 중심으로 주요국의 주식 시장이 강한 조정을 받고 있다.
Fed 긴축 본격화, 경제 타격 불가피
현재 자산 가격에는 매우 강한 통화 긴축이 반영돼 있다. 유로 달러 선물 시장에서는 3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가 0.64%로 인상되는 것을 포함해 대체로 상반기 3~5회(0.75~1.25%포인트), 연말까지 6~8회(1.5~2.0%포인트)의 기준금리 인상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금융 시장은 이미 꽤 적응을 마친 상태라는 뜻이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하반기 미국 경제의 회복을 전망하고 있지만 3월에는 경기 둔화 우려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시장은 최근 경제 지표 둔화를 오미크론 변이에 의한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해석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그러나 Fed의 긴축이 3월 중순부터 본격화되면 시차를 두고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최근 재정 절벽 문제가 제기되면서 경기 둔화 우려를 높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 성장률을 끌어올렸던 재정 지원이 종료됐고 5월부터 학자금 상환도 재개될 예정이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 수요도 약해지는 조짐이 관찰된다. 실제로 경기 예측의 신뢰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 미국의 공급관리자협회(ISM)지수 안에서도 선행성이 있는 신규 주문, 신규 수출 주문, 주문 잔량 등의 하위 지수들이 최근 비교적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인플레이션 때문에 물건 값이 올라 이전보다 적게 팔아도 매출액은 증가해야 하겠지만 실질 수요 약화로 상품이나 서비스가 덜 팔리는 만큼 재고도 늘고 있다. 경기 사이클 자체가 무너지는 흐름이 아닌 데도 불구하고 재정 지원 종료로 나타나는 부정적 효과가 시장의 예상보다 크게 부각될 수 있는 시점이다.
기준금리 인상 전망이 강화되지 않아도 부담이 지금보다 더 커질 수 있다. 통화 긴축 강도는 경기 전망과 상대 비교해야 한다. 올해 기준금리가 7회 인상될 것으로 예상해도 경기 확장세가 강하다면 문제가 없지만 7회 인상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 둔화 우려가 높아지면 7회 인상 전망이 낮아지지 않는 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인플레이션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확대되면서 Fed가 경기 둔화에 대응해 통화 긴축 속도를 늦추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통화 긴축과 경제 전망의 관계를 보여주는 장·단기 금리 차가 축소되고 있는 이유다. 미국 증시는 등락을 반복하고 있지만 아직은 추가 하락 가능성이 있다. 물가가 안정되면서 Fed의 정책 기조가 달라질 때까지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
인플레이션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적으로는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 이후 인플레 수준이 이전보다 한 단계 더 높아졌다는 점을 감안해야 하겠지만 단기적으로는 1분기가 정점이고 올해 중반에는 예상치를 밑도는 데이터도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수요가 둔화되면서 단기 물가 압력도 완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가계의 보조금과 저축이 소진됐고 연말 쇼핑 시즌을 앞두고 집중됐던 기업의 가수요는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연말에 재고가 부족해 소비를 못했다는 뉴스는 없었다. 최근 미국 서부 항만에 대기 중인 컨테이너선 수가 기존 60여 척에서 100여 척으로 크게 늘었지만 공급 병목 뉴스도 감소했다. 결국 수요 둔화가 경기나 기업 실적에는 부정적인 요인이 되겠지만 가파른 인플레이션 상승세를 둔화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KB증권은 ‘경기 저점’보다 ‘긴축 정점’이 먼저 나올 것이고 그 시기는 2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오미크론 이후, 영국에서 얻는 힌트
오미크론 변이의 치사율이 독감이나 그 이하가 될 것이라는 연구들이 나오면서 오미크론 이후 훨씬 더 완화된 새로운 코로나19 방역 대응책을 검토하겠다는 발언이 선진국을 중심으로 늘고 있다.
한국의 코로나19 일간 신규 확진자 수가 3월 2일 현재 22만 명으로 폭증한 가운데 오미크론 이후 세상에 대한 힌트는 2021년 11월부터 오미크론 확산을 먼저 경험했던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찾을 수 있다.
오미크론 확산이 한창이던 2021년 12월 영국은 ‘마스크 착용 의무화, 재택근무, 백신 패스 정책 강화’ 등을 축으로 하는 ‘플랜 B’를 도입했다. 이후 영국은 지난 1월 중순 일간 신규 확진자 수가 정점인 18만 명에서 절반 수준인 9만 명으로 하락하자 방역 기조 완화를 통해 ‘플랜 A’로 복귀하는 결정을 내렸다. 확진자의 격리 의무는 유지되지만(보리스 존슨 총리는 3월 이후 폐지 언급), 그 외에 주요 방역 정책을 전면적으로 해제했다. 비슷한 시기에 확진자 대확산과 급감을 겪은 아일랜드도 영국과 비슷한 방역 완화 결정을 내렸다.
오미크론 이후의 세상에서 나타날 방역 정책 완화는 실내외 활동·소비·문화 행사의 활성화와 노동력 부족 완화라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방역 완화와 확진자 재확산이 반복되면서 낮아진 리오프닝(reopening) 기대감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영국 증시에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기업은 리오프닝과 가치주 콘셉트를 동시에 가진 주식들로 은행·담배·정유·통신·광산·항공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은 3월 중 확진자 수가 큰 폭으로 증가하겠지만 그 이후에는 정점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과 아일랜드의 사례와 같이 투자자들의 초점도 리오프닝에 맞춰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달리 한국 증시는 먼저 큰 폭으로 가격 조정을 받았다. LG화학의 물적 분할 후 신규 상장의 영향으로 코스피의 주가수익률(PER) 10배는 2610포인트로 낮아졌다.
다만 PER 10배는 여전히 매수 대응 영역이고 봄이 지나면서 긍정적인 재료들이 점차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점진적인 리오프닝 정책, 중국의 ‘제로 코로나19 완화와 부양책, 하향 안정되는 물가 등이 2~3분기에 걸쳐 시차를 두고 서서히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업종에서는 특히 중국의 ‘제로 코로나19 완화’ 가능성과 관련된 기업들이나 ‘가격 인상’이 가능한 리오프닝 관련 기업들에 기회가 남아 있다는 판단이다.
3월의 혼란기를 지나면 낙폭 과대 성장주로 관심이 이동할 수 있다. 2분기부터는 인플레이션이 고점을 지나면서 금리 상승세도 다소 주춤해질 것이고 기업 이익 성장성 둔화도 좀 더 명확해질 것이며 주식 시장의 급락세도 어느 정도 마무리될 것이기 때문이다. 최악의 이슈들이 지나고 난 2분기를 바라보고 3월에는 급락을 이용해 성장주에 대한 비율을 선별적으로 높여 가는 전략이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지정학적 위험의 전개 방향은 판단이 쉽지 않은 문제다. 하지만 경험적으로 지정학적 위험이 높아졌다는 사실만으로 주식 시장의 추세가 바뀌지는 않는다. 2014년 3월 초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침공했을 때도 유럽 증시는 3%대의 하락세를 보였지만 미국 증시는 1%도 채 하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고 러시아와 서방 국가들 사이의 대결 구도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러시아가 에너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천연가스 17%, 석유 13%, 소맥 11%, 플래티넘 10%, 팔라듐 36% 등 원자재 시장에서의 비율이 꽤 높다. 지정학적 위험은 에너지 가격 상승세를 이끄는 요인이다. 미국이 러시아를 제재하고 러시아는 천연가스 공급을 제한해 유럽을 위협할 위험이 있다. 미국에 직접 타격은 주지 않더라도 유럽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미국도 대외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영향을 받을 위험이 있다.
신동준 KB증권 WM솔루션총괄본부장·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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