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형 플라나 대표… “한국의 유일한 AAM 스타트업, 뛰어난 맨파워가 강점”

[인터뷰]
김재형 대표 약력: 1983년생. 나고야대 항공우주학과 수석 졸업. MIT 항공우주학 석사. MIT 기계공학 박사. 2012년 현대차 입사. 2017년 현대차 UAM 사업부. 2021년 플라나 대표(현).     사진=이승재 기자
김재형 대표 약력: 1983년생. 나고야대 항공우주학과 수석 졸업. MIT 항공우주학 석사. MIT 기계공학 박사. 2012년 현대차 입사. 2017년 현대차 UAM 사업부. 2021년 플라나 대표(현). 사진=이승재 기자
활주로 없이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에어택시’를 활용해 도심 곳곳을 이동하는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는 전 세계적으로 큰 화두다.

UAM은 2025년께부터 본격적으로 상용화돼 이때를 기점으로 시장 규모가 급속히 팽창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의 뒤를 잇는 미래 교통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일례로 미국 투자은행인 모간스탠리는 2040년 세계 UAM 시장 규모가 1조5000억 달러(약 169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현대차·SK·한화 등이 UAM을 새로운 먹거리로 점찍고 시장 선점을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플라나는 이런 대기업들이 눈독을 들이는 UAM 분야에서 야심차게 출사표를 던진 스타트업이다. 현대차에서 UAM 사업부를 이끌었던 김재형 대표가 지난해 7월 설립한 이 회사는 한국에서 유일무이한 UAM 관련 스타트업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경기도 기흥에 있는 플라나 사무실에서 2월 28일 만난 김 대표는 “자체 개발한 전기 추진 항공기(VTOL : Vertical Take-Off and Landing)를 앞세워 향후 UAM 분야의 글로벌 톱 기업 대열에 합류하는 게 목표”라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현재 관련 분야에서 뛰어난 전문성을 가진 인재 영입과 기술 개발을 한창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안정적인 회사를 박차고 나와 창업에 뛰어든 이유가 있습니까.

“지난 6년간 UAM 산업을 최전선에서 지켜보면서 업무를 담당하면서 수많은 초대형 항공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과 글로벌 UAM 스타트업들을 방문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그들을 보면서 새로운 개념의 기체 개발 하나에만 집중하는 모습이 참 인상 깊었어요. 마치 이들이 테슬라의 길을 가는 것처럼 보였죠. 테슬라가 어떻게 전기차 시장에서 성공했습니까? 기존 내연기관 사업이 아닌 새로운 개념의 자동차 개발에만 집중했기 때문이죠. 머지않아 열릴 하늘길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테슬라처럼 스타트업을 세워 개인적으로 꿈꾸는 모빌리티의 개발과 사업화를 집중력 있게 추진하고 싶었어요.”

-플라나가 내세우는 주력 사업은 정확하게 어떤 것인가요.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전기 추진 항공기(VTOL), 이른바 에어택시를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주력 사업입니다. 이를 통해 미래의 교통수단이 될 선진 항공 모빌리티(AAM : Advanced Air Mobility) 시장 선점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AAM이라는 개념이 생소합니다.

“현재 잘 알려진 용어인 UAM은 도심 항공 모빌리티죠. 그리고 이와 비슷한 지역 항공 모빌리티를 의미하는 RAM이라는 개념도 있습니다. 또 사람을 태우지 않는 무인 항공 시스템(UAS) 개념도 있는데 이 세 가지를 합쳐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AAM이라고 이름 붙였어요. 다소 복잡한 개념인데 쉽게 설명하면 비행체로서의 안정성을 인증 받아 하늘길을 활용해 사람들을 이동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현재 개발 중인 전기 추진 VTOL은 어떤 모습인가요.

“플라나의 장점은 ‘파워트레인(Powertrain)’이라 하는 항공기 추진 시스템에 대한 엄격한 기준과 차별화된 기술을 내재화하는 것부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역사적으로 새로운 추진체가 완성될 때마다 새로운 형식의 항공기가 상용화되어 왔어요. 다시 말하면 새로운 추진체를 완전히 안전한 기술로 끌어올릴 수 없다면, AAM과 같은 새로운 형식의 항공기가 상용화 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하죠. 이런 부분에서 플라나는 5년 이상 세부 기술을 모두 검토해 왔고, 지금의 ‘리튬이온 배터리(LiB)’로는 AAM·UAM을 상용화하기엔 시기 상조라고 판단했습니다.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최고의 하이브리드 추진 기술을 플라나는 내재화하는 것에서 출발하고 있고, 이는 5년 후 시장에서 큰 기술력의 차이로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시장 진입 전략 또한 차별화해 세웠어요. AAM은 인간의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어떤 기술보다 삶에 파고드는 속도가 늦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도심에서의 혹독한 규제 문제를 해결하고, 방대한 인프라를 확보해 나아가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어요. 비교적 장거리를 비행하는 플라나의 기체는 인프라에 대한 민감도도 낮아 기존의 헬리콥터나 경비행기를 운항하는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시장을 누구 보다 빨리 열어 나갈 수 있는 점이 사업적으로 큰 장점이 될 것입니다.”

-어느 수준까지 VTOL 개발이 완료된 상태인가요.

“운항에 중요한 모터와 인버터, 열 관리 시스템 등을 구축하기 위해 설립 초기부터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전기 항공기에 최적화된 설계를 이미 끝낸 상황이죠. 현재 용인 인근 자체 제조 공장에서 완성된 설계를 바탕으로 기체 시제품 제작을 진행하고 있어요. 내년쯤에는 시제품이 나올 겁니다.”
사진=이승재 기자
사진=이승재 기자
-설립 1년 차에 불과한 스타트업인데 기술 개발 속도가 상당히 빠릅니다.

“맨파워가 바탕이 됐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현대차에서 UAM 관련 업무를 담당해 온 저 외에도 두 명의 공동 창업자가 더 있어요. 모두 한국 유수의 정보기술(IT) 대기업에서 근무하며 많은 경험을 쌓아 온 분들이죠. 직원들의 면면도 대단합니다. 대형 항공사에서 기체 제작을 직접 담당해 왔던 전문가도 있고 해외 항공 관제 분야의 전문가도 다수 영입했어요. 총 30여 명의 뛰어난 인력이 있어 빠르게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계속해 인재를 영입해 2028년 VTOL을 상용화할 계획이에요.”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는 기업들이 많은데 다소 늦은 것 아닌가요.

“개인적으로도 2025년 UAM이 상용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에는 동의해요. 하지만 그것이 완벽한 상용화는 아닐 것이라고 봅니다. 시장이 갖고 있는 리스크가 있기 때문이죠. 새로운 형식의 항공기가 만에 하나 도심에서 사고를 낸다면 관련 산업 전체가 열리기도 전에 무너질 수 있어요. 이를 감안해 정부 관계 부처에서도 다소 보수적으로 규제를 풀고 관련 법도 신중하게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봅니다. 또 풀어야 할 걸림돌도 많아요. 이런 측면에서 볼때 단계적으로 시장이 형성돼 2030년 이후 본격적으로 UAM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어떤 부분이 상용화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봅니까.

“항공 모빌리티를 도심에서 운행할 때 비행체가 날아다니는 길, 이른바 ‘공역(airspace)’이 필요한데 이 부분이 관건이 될 겁니다. 수많은 공역을 새로 확보해야 하고 이를 위해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지방자치단체들이 의지를 갖고 ‘공역’ 관련 규제를 풀어 나가야 합니다. 인프라 구축도 걸림돌이죠. 항공 모빌리티는 생각보다 인프라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높아요. 자동차를 예로 들면 고속도로라는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이를 위해 국가 차원의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것과 유사하죠. 특히 이착륙 거점은 방대한 전력 공사를 바탕으로 한 충전 시설이 있어야 하고 유지·보수 시스템이 함께 갖춰져야 하는데 이런 부분이 특히 상용화를 늦출 수 있는 요인입니다. 그래도 분명한 것은 언젠가는 반드시 항공 모빌리티가 미래 교통수단이 될 것이라는 사실이죠.”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플라나는 본격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 올해부터 내년까지 100명 이상의 연구자와 20명 이상의 운영 인력을 충원할 예정입니다. 다양한 국가의 우수한 인력 채용과 함께 항공기의 심장인 ‘파워트레인 기술’에 더 방대한 자원을 쏟아부을 계획이에요. 미래에는 지금의 보잉이나 에어버스와 같은 글로벌 톱 항공 OEM으로 도약하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죠.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반드시 투자가 필요한데 구체적으로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현재 여러 대기업들과 협력을 논의 중입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