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남자’·‘구광모의 믿을맨’·총수 일가까지 역대급 중량감
바이든 공급망 재편에 올라탄 빅3
글로벌 증설 경쟁 본격화
배터리 산업이 반도체를 능가할 차세대 핵심 먹거리로 부상한 만큼 그룹에서 중량감 있는 최고경영자(CEO)들을 배치해 배터리 사업에 힘을 실어 주는 모습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공격적인 투자로 생산 능력 확대에 주력하고 삼성SDI는 양적 팽창보다 질적 성장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세계 1위 탈환을 준비하는 LG에너지솔루션은 그룹 2인자로 꼽히는 권영수 부회장을 새 사령탑에 선임했다.
배터리 후발 주자인 SK온은 10년 내 글로벌 선두 업체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앞세워 공격적인 생산 능력 확대에 집중한다. 이를 위해 오너 일가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을 선임해 지동섭 사장과 투톱 체제로 전환했다.
삼성SDI는 기존 전영현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고 삼성전자에서 이재용 부회장을 보좌해 온 최윤호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해 리더십을 한층 강화했다. 새로운 CEO들은 모두 그룹 내 내로라하는 해외통이자 전략통으로 꼽힌다. 미국 시장 독주 채비 나선 K배터리
배터리 3사의 승부처는 세계 3대 전기차 시장 중 하나이자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격전지인 미국이다.
2021년 미국의 신차 중 전기차 판매 비율은 4.1%에 불과해 글로벌 평균인 7.5%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미국의 전기차 침투율이 아직 낮다는 점을 고려할 때 향후 시장이 개화하면 성장 잠재력이 가장 높은 시장이기도 하다.
미국 전기차 시장은 올해 우호적인 정책 환경 속에서 한국의 배터리 3사가 수혜를 온전히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정부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05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친환경 공약을 내걸고 전기차 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내연기관 차량이 내뿜는 탄소량은 미국 전체 탄소 배출량의 28%를 차지한다. 바이든 정부는 2030년까지 미국에서 판매되는 신차의 50%를 친환경 전기차로 대체하는 행정 명령을 내린 상태다.
여기에 자동차 연비 규제 강화, 전기차 구매 보조금 부활, 충전 인프라 확충 예산 집행 등 전기차 보급 확대 및 관련 산업 육성에 강력한 정책적 드라이브를 걸면서 미국 전기차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가 예상된다. 1~3위 완성차와 동맹…3년 뒤 美 생산 비중 70% 돌파
바이든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더 나은 재건(BBB·Build Back Better)’ 법안도 상반기 내로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BBB 법안은 전기차에 대한 기존 대당 7500달러의 세금 공제에 더해 노동조합이 결성돼 있는 미국 공장에서 생산한 전기차에는 4500달러, 미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경우에는 500달러의 추가 보조금 혜택을 제공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렇게 되면 보조금은 최대 1만2500달러에 달하게 된다.
노조가 없는 테슬라는 이 법안의 일부 혜택만 받을 수 있다. 무노조 원칙을 고수하던 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3월 2일(현지 시간) 트위터를 통해 직원들이 노조 결성 투표를 하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테슬라가 보조금 혜택의 상당 부분을 놓치게 되자 오랫동안 노조 결성에 반대해온 입장을 뒤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배터리가 3사가 손잡은 제너럴모터스(GM), 포드, 스텔란티스는 노조가 있어 전기차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배터리 3사가 미국 1~3위 자동차 업체들과 합작법인(JV)을 설립하고 현지 배터리 공장 증설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리는 이유다.
미국은 2025년 7월부터 신북미자유협정(USMCA : 미국·멕시코·캐나다 간 협정)을 발효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완성차는 물론이고 핵심 부품 제조에서도 역내 조달 비율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 비율은 순 원가 기준으로 기존 62.5%에서 2025년 75%까지 단계적으로 상향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미국 현지 생산 공장 증설에 주력하고 있다.
미국 시장이 전기차 최대 격전지로 부상하면서 세계 1위 배터리 업체인 중국 CATL도 최근 미국 공장 설립을 선언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2018년 7월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 발발 이후 정치적 긴장이 지속되고 있고 한국 배터리 3사가 장악한 상황에서 CATL의 미국 시장 공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DOE)에 따르면 2025년까지 미국 내 건설 예정인 13개 대규모 배터리 생산 설비 중 11개가 한국 배터리 3사 관련 설비다. 배터리 3사의 미국 생산 설비 비중은 현재 10%에서 2025년 70%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페셜 리포트 : K배터리 별들의 전쟁 기사 인덱스]
-‘배터리에 미래 달렸다’…삼성·SK·LG 거물급 전진 배치
-LG에너지솔루션, 미국 전기차 붐 타고 세계 1위 진격
-SK온, 과감한 미래 투자로 ‘배터리 톱’ 야심
-삼성SDI, ‘쩐의 전쟁’ LG·SK와는 다른 길 간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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