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스페셜 리포트] K배터리 별들의 전쟁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사진=LG에너지솔루션 제공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사진=LG에너지솔루션 제공
권영수 부회장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전기차 화재 리콜 사태 등 악재 속에서 2021년 10월 LG에너지솔루션의 새 사령탑이 됐다.

권 부회장은 LG그룹의 위기 때마다 구원투수로 등판해 역량을 발휘했다. 2018년 6월 구 회장 체제 출범에 따라 지주회사 최고운영책임자(COO)에 선임돼 전자·화학·통신 분야의 주력 사업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구 회장을 보좌해 왔다.

권 부회장을 그룹 핵심 사업으로 떠오른 배터리 사업의 수장에 선임한 것은 ‘선제적인 미래 준비를 위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경영자를 선임한다’는 구광모 LG 회장의 의지와 믿음이 담긴 인사라는 평가다.

권 부회장은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 LG디스플레이 최고경영자(CEO) 등을 거치며 LG그룹 주요 계열사의 성장을 이끌어 탄탄한 재무적 역량과 글로벌 감각을 두루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LG화학이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본격화한 2012년 초부터 2015년 말까지 전지사업본부장을 맡아 배터리 사업 성장을 이끌었다.

전지사업본부장 재임 시절 권 부회장은 아우디·다임러 등 글로벌 유수의 완성차 업체에서 수주를 이끌어 내 취임 2년 만에 전기차 배터리 고객사를 10여 개에서 20여 개로 두 배 확대했다. 전기차 등에 사용되는 중대형 배터리를 시장 1위에 올려놓은 주역이다.
그래픽=송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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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전기차 시장에 깃발…260조원 규모 일감 확보

권 부회장은 취임 이후 또 한 번 해결사 기질을 발휘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최대 현안이었던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기관 수요 예측 1경원에 이어 일반 투자자 442만 명이 몰리는 등 기업공개(IPO)의 역사를 새로 썼다.

권 부회장은 상장을 통해 확보한 10조원의 투자 재원으로 미국 내 생산 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주력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1년 말 기준 수주 잔액이 260조원 규모로 세계 최대다. 공격적인 마케팅과 적극적인 합작법인 설립에 따른 결과다. 권 부회장은 수주 잔액과 압도적인 생산 능력을 바탕으로 중국 CATL을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서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 세계 배터리 시장점유율에서 CATL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시장 매출 비율이 84.3%에 달하는 CATL을 제외하면 사실상 세계 1위 배터리 기업이다.

CATL의 해외 생산 거점이 독일 튀링겐 주 공장이 유일한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제너럴모터스(GM)·스텔란티스 등과 함께 건설 중인 미국 내 4개의 합작 공장과 자체 생산 공장을 비롯해 한국-미국-중국-폴란드-인도네시아로 이어지는 글로벌 5각 생산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그래픽=송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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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전기차 시장의 약 90%를 차지하는 미국·중국·유럽 등 3개 지역에 생산 거점을 구축한 배터리 기업은 LG에너지솔루션이 유일하다. LG에너지솔루션의 글로벌 생산 능력 확대는 경쟁자들의 진출을 막는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설립한 합작법인 얼티엄셀즈를 통해 미국 내 합작 공장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GM은 2025년까지 전기차 판매 비율을 신차의 40%까지 늘리고 30개의 전기차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현재 얼티엄셀즈는 미국 오하이오 주와 테네시 주에 각각 35GWh 규모의 배터리 제1·2공장을 짓고 있다. 1월 25일(현지 시간) 미국 미시간 주 랜싱에 50GWh 규모의 제3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세 곳에서 연 120GWh 이상의 생산 능력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얼티엄셀즈는 넷째 공장도 세울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까지 북미 지역에서 160GWh 이상의 생산 능력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다수의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장기 공급 계약을 하고 있다.

세계 4위 자동차 업체인 스텔란티스, 일본 혼다와도 미국 내 합작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다. 스텔란티스는 2030년까지 40% 이상의 차량을 전기차로 전환할 계획이다. 해당 공장에서 생산한 배터리는 미국·캐나다·멕시코 지역에 공급할 예정이다.


[스페셜 리포트 : K배터리 별들의 전쟁 기사 인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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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