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

[스페셜 리포트] K배터리 별들의 전쟁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 사진=SK온 제공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 사진=SK온 제공
SK그룹이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배터리 사업에는 오너 일가가 나섰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이 분사한 SK온은 최태원 SK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을 2021년 12월 각자 대표이사에 선임해 지동섭 사장과 ‘투톱 체제’를 구축했다.

최 수석부회장은 성장 전략과 글로벌 네트워킹을 맡고 지 사장은 경영 전반을 담당한다. SK온은 “그룹 대주주이기도 한 최 수석부회장의 책임 경영을 통해 중요한 성장기를 맞은 배터리 사업을 SK그룹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 SK온을 배터리 분야의 글로벌 톱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회사 의지가 담겼다”고 설명했다.

최 수석부회장은 미국 브라운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스탠퍼드대 대학원에서 재료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 출신 경영인으로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이후 하버드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아 기획력과 재무분석 능력도 겸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래픽=송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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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통 수장 가세…조 단위 공격 투자 계속된다

최 수석부회장은 일찍이 배터리 사업의 미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 사업 기획과 투자 확대를 주도해 왔다. 특히 SK그룹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초기 단계부터 이끌며 총책임자 역할을 맡았다.

최 회장에게 SK이노베이션의 정유·석유사업을 대체할 유망 산업으로 전기차 배터리 사업 투자 확대를 권유한 것도 최 수석부회장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국내외 배터리 생산 공장 기공식 등 중요한 배터리 사업 행사에 빠지지 않고 참여했다. 2018년 3월 SK온의 헝가리 코마롬 전기차 배터리 공장 기공식에서 최 수석부회장은 “머지않아 세계 전기차에 SK 배터리를 공급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최 수석부회장은 그룹 내에서 글로벌 전문가로도 통한다. 2008년에는 SK그룹 글로벌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해외 사업을 이끌었고 2000년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인수에서 자금 조달, 2004년 SK E&S의 전신인 SK엔론의 지분 매각 과정에서 탁월한 경영 수완을 인정받았다.

최 수석부회장은 “SK온을 빠르게 키워 SK그룹의 탈탄소 전략 가속화, 글로벌 전기차·배터리 서비스 시장 확대에 기여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수석부회장이 SK온을 이끌게 된 만큼 글로벌 생산 능력 확대에도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총 6조5000억원 규모의 시설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데 그중 4조원이 SK온의 배터리 사업에 투입된다.
그래픽=송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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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온은 해외 공장 설립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면서 지난해 영업 손실 6831억원을 기록해 전년(4265억원)보다 적자 규모가 커졌다. 대규모 투자가 지속되며 영업 손실이 이어지고 있지만 SK온은 올해도 흔들림 없이 투자를 이어 갈 예정이다.

SK온은 현재 누적 수주 잔액이 220조원에 달한다. 수주 잔액을 기반으로 연간 배터리 생산 능력 확대에 박차를 가한다. SK온은 2022년 말 글로벌 배터리 생산 능력을 기존 60GWh에서 77GWh까지 약 28% 상향 조정했다. 2025년 220GWh, 2030년까지 500GWh 이상의 글로벌 배터리 생산 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SK온의 매출액은 성장세를 이어 가고 있다. SK온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1조6102억원)보다 약 90% 늘어난 3조398억원을 기록했다. 중국 옌청·후이저우 공장 등의 해외 배터리 공장 판매량 증가 덕분이다.

SK온은 해외 공장 증설을 위한 투자금 확보를 위해 최근 상장 전 투자 유치(프리 IPO)를 통해 자금 조달에 나섰다. SK온이 2월 7일 진행한 예비 입찰에는 세계 최대 사모펀드(PEF) 블랙스톤·KKR·칼라일그룹 등이 모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 최대 국부펀드 GIC,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PIF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SK온은 예상 밖의 프리 IPO 흥행에 당초 3조원을 목표로 잡았던 자금 조달 규모를 4조원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송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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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온은 글로벌 전기차 최대 시장 중 하나인 미국 시장 선점을 위해 미국 완성차 2위 포드와 손잡고 현지 생산 능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온은 지난해 9월 포드와 13조5000억원 규모의 배터리 합작법인 ‘블루오벌SK’를 설립하고 미국 테네시·켄터키 주에 총 129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테네시 주 공장은 1550만㎡ 규모의 부지에 43GWh 규모로 포드의 전기차 조립 공장과 함께 들어서게 된다. 켄터키 주 배터리 공장은 628만㎡ 부지에 43GWh 2곳으로 총 86GWh 규모로 건설될 예정이다.

블루오벌SK의 배터리 공장은 2025년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SK온이 기존에 조지아주에 짓고 있던 1·2공장을 합치면 미국에서만 연산 약 150GWh의 생산 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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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