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회사들이 새판 짜기에 돌입했다. 주요 수익원인 가맹점 수수료율은 점점 낮아지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비대면 소비의 증가로 빅테크 기업의 금융권 공략은 더욱 매서워졌다. 더 이상 본업만으로는 수익을 보존하기 어려워진 카드사들은 디지털 전환을 앞당기며 금융 플랫폼 기업으로의 대대적인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카드사들이 플랫폼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지역 화폐 운영·판매 대행 사업 공략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지역 화폐 시장이 블루오션으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빅테크와의 플랫폼 경쟁에서 카드사들이 지역 화폐를 통해 자사 플랫폼으로 고객을 끌어들이려는 전략이다. 지역 화폐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 동안 10배 가까이 발행 규모가 커지며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지역 화폐는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카드형(선불카드·체크카드)·지류형·모바일형으로 구성된다. 카드형 지역 화폐를 사용하는 광역자치단체는 경기·인천·제주·대전·세종·광주·대구·부산·울산 등 9곳이다.
9조원이 넘는 누적 결제액을 기록 중인 인천 지역 화폐 인천이음(인천e음)은 운영 대행사 선정을 경쟁 입찰로 공모하고 있다. 시는 지난해 11월 인천이음 운영 대행사 선정을 위한 정보 제공 요청서(RFI) 공고를 냈다. 이때 RFI를 제출한 곳은 신한카드·하나카드·NH농협은행·KT·나이스정보통신·비즈플레이·코나아이 등 7곳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말 공모를 통해 서울사랑상품권의 운영 대행사에 신한컨소시엄(신한카드·신한은행·티머니·카카오페이)을 선정했다. 올해 1월부터 서울시민은 서울페이+와 신한플레이·신한쏠 등을 통해 서울사랑상품권을 구매하고 이용할 수 있다. 체크카드 결제, 계좌 이체 등 방식과 함께 신한 신용카드로도 이 상품권을 살 수 있게 됐다.
사실 카드사에는 지역 화폐 운영·판매 대행을 위한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앱) 개발 비용이 드는데 이는 지방자치단체에서 받는 발행 수수료와 맞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카드사가 이를 감수하고 운영·판매 대행 입찰에 참여했다는 것은 눈앞의 수익성보다 고객이라는 미래 가치를 선택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플랫폼 이용 고객의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는 기대가 더 크다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지역 화폐는 영세 가맹점에서 결제되기 때문에 큰 수익이 나지는 않는다”며 “다만, 최근 지역 화폐 시장이 커지면서 플랫폼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카드사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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