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경영인 체제 자리 잡은 금호석유화학
‘조카의 난’ 경영권 분쟁에도 최대 실적
친환경 신사업 핵심 전기차 시장도 눈독

[비즈니스 포커스]
금호석유화학 여수 고무 2공장. 사진=금호석유화학 제공
금호석유화학 여수 고무 2공장. 사진=금호석유화학 제공
금호석유화학의 전문 경영인 체제가 순항 중이다. 2021년 5월 박찬구 회장의 대표이사직 사임 후 백종훈 단일 대표 체제를 이어 가는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매출 8조4618억원, 영업이익 2조4068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전년 대비 각각 75.9%, 224.3% 증가한 것으로,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1970년 창립 이후 최대 실적이다.

페놀 유도체, NB 라텍스 잇는 캐시카우로

특히 니트릴부타디엔(NB) 라텍스, 페놀 유도체 사업에 대한 박 회장의 선구안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NB 라텍스가 포함된 합성 고무 사업 부문은 지난해 매출 3조532억원으로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방역, 의료용 장갑 등에 쓰이는 NB 라텍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팬데믹(세계적 유행)으로 수요가 급증하며 금호석유화학의 수익성 증가에 큰 역할을 했다.

페놀 유도체 사업 부문은 지난해 2조6173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금호석유화학의 캐시카우로 자리 잡았다. 페놀 유도체는 가전제품 외장재와 같은 고기능성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의 원료다. 박 회장은 2018년 페놀 유도체 자회사인 금호피앤비화학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는데 견조한 실적을 내며 수익성을 이끌었다.

금호석유화학이 박철완 전 상무와의 경영권 분쟁 속에서 사상 최대 호실적을 냈다는 점에서 더욱 값진 성과라는 평가다. 지난해 ‘조카의 난’의 명분이 됐던 금호리조트는 금호석유화학그룹에 편입된 지 1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부터 2020년까지 금호리조트는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당시 모기업의 투자 정체로 인한 자금 경색이 원인이었다.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박 회장은 재무 건전성을 회복시키기 위해 즉각 인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금호리조트 전 사업부 정밀 진단을 진행하고 최적화된 투자를 단행했다.

그 결과 금호리조트는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24% 증가한 70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역시 각각 5억원, 27억원을 기록해 흑자 전환했다.
그래픽=송영 기자
그래픽=송영 기자
배터리 소재 상용화 성공…전기차 시장도 노려

백 대표는 신사업 확장 등 3세 경영 체제를 위한 발판을 다져 놓아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지난해 박 회장이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와 등기이사 자리에서 물러난 데 이어 장남 박준경 부사장과 장녀 박주형 구매·자금담당 전무가 나란히 승진하면서 업계에서는 3세 경영이 본격화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백 대표는 미래 먹거리 사업에도 공들이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신사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 친환경 자동차 솔루션, 바이오·친환경 소재, 고부가 스페셜티 등 3대 영역에서 인수·합병(M&A)도 추진할 방침이다. 백 대표는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로 배터리 내부 전자의 이동을 돕는 탄소나노튜브(CNT)에 주목하고 있다.

CNT는 차세대 도전재 중 하나로 인장 강도가 철의 100배, 전기 전도성이 구리의 1000배에 달해 꿈의 신소재로 불린다. CNT는 양극재에서 기존 도전재인 카본블랙을 대신해 CNT를 사용하면 전자 이동도가 높아 도전재 사용량을 5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따라서 동일한 부피 내에서 도전재 사용량을 줄이고 양극 활물질을 더 많이 투입할 수 있어 에너지 밀도를 높이고 생산 원가도 절감할 수 있다.

음극재에서는 실리콘 음극 활물질과 연관성이 높다. 실리콘 음극 활물질은 기존 흑연 소재보다 부피 팽창이 크기 때문에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때 CNT가 실리콘 음극재의 팽창을 잡아주는 보완재로 사용된다.

금호석유화학은 2020년 2차전지용 CNT 소재 개발에 성공해 판매를 본격화했다. 글로벌 CNT 수요는 전기차 시장을 중심으로 2020년 5000톤 규모에서 2024년 2만 톤 규모로 연평균 4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CNT 시장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어 백 대표는 CNT 생산 공장 증설도 검토하고 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