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욱 CJ 인사기획실 경영리더 인터뷰

[스페셜 리포트=CJ 인사 혁신, 대변혁이 시작됐다]

CJ가 혁신의 고삐를 당기고 있다. 급변하는 글로벌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함이 반영된 것이다. 그 첫 시작은 바로 ‘사람’이다. CJ의 미래를 위해서는 ‘최고의 인재’가 핵심이고 최고의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해 인사 제도와 조직 문화를 변화시키는 게 최우선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미래를 위해 과감한 변화를 진행 중인 CJ의 인사 혁신과 그 의미를 짚어 봤다.
사진=서범세 기자
사진=서범세 기자
2000년 ‘님’ 문화로 한국 최초로 호칭 파격을 시작한 CJ가 다시금 인사 혁신 실험에 나섰다.

지난해 11월 CJ그룹의 중기 비전을 선포하며 비전 실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재가 중요하다고 판단, 그룹 차원에서 인사 혁신 프로젝트에 나선 것이다. 비전 선포 6개월 전부터 물밑에서 진행된 이번 혁신안은 연공서열타파, 그룹 잡포스팅, 업무 시공간 자기 주도적 설계 등 파격적인 인사·조직 문화 제도를 포함하고 있다.

프로젝트를 주도한 이용욱 CJ 인사기획실 경영리더는 “CJ는 미래 지속 성장을 찾기 위한 중대한 변곡점에 서 있었고 위기의식에서 이번 인사 혁신안이 나오게 됐다”며 “우수 인재 확보와 조직 문화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만큼 제도적 시스템 구축과 조직 문화 혁신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3월 11일 서울 중구에 있는 CJ 사옥에서 이용욱 경영리더를 만나 CJ의 인사 혁신의 비하인드에 대해 물었다.

-이번 인사 혁신안의 배경은 무엇입니까.

“CJ의 현재가 ‘성장정체’라는 이재현(CJ그룹 회장)님의 인식이 그 시작점입니다. 지금이 미래성장을 위한 변곡점에 놓여 있다는 판단이었는데요. CJ가 미래혁신성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조직문화 및 인사혁신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주문이 있었습니다. 최근 소위 ‘디지털 어태커’라고 하는 정보기술(IT) 혁신 기업들이 등장하면서 기존 레거시 산업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상황이 왔습니다. 최고 경영진의 의지와 이같은 상황 속에서 중기 비전 실현을 위한 인사 혁신안을 마련했습니다.”

-중기 비전과 인사 혁신은 어떻게 연결됩니까.

“지난해 중기 비전을 발표하며 내세운 ‘4대 성장 엔진(CPWS : 컬처·플랫폼·웰니스·서스테이너빌리티)을 미래의 성장 방향으로 제시했습니다. ‘그러면 어떤 부분이 우리에게 필요한가’라는 질문이 이어졌고 답은 결국 ‘인재’로 귀결됐어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문제일 수도 있지만 결국에는 좋은 사람이 좋은 비전을 제시할 수 있죠. 평소 이재현님도 CJ의 미래를 구현하고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은 인재이고 최고의 인재를 모으려면 그들에게 최고의 기회를 주고 그에 합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전제 조건은 제도적 시스템 구축과 조직 문화의 혁신이죠. 우수 인재 확보와 조직 문화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입니다.”

-CJ는 이미 선진화된 인사 문화를 갖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CJ는 인재제일 철학을 바탕으로 20년 전인 2000년 초 4대 사업군 포트폴리오가 완성될 당시 호칭 파격을 시작한 첫 대기업이었습니다. ‘님’ 문화, 플렉시블 타임제, 비지니스 캐주얼, 카페테리아식의 복지 제도 등으로 인사 제도 혁신을 선도해 왔습니다. 한국 기업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기도 했고 인사 혁신의 모범 사례로 많이 회자됐죠. 하지만 최근 디지털 어태커들이 새로운 혁신 사례를 내놓으면서 CJ 역시 다시 한 번 틀을 깨고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위기의식을 갖게 됐습니다. 이번 인사 혁신안은 그런 고민의 해법을 찾는 첫 출발점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혁신안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입니까.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3대 키워드를 선정하고 이 부분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첫째는 다양한 기회, 둘째는 공정한 경쟁, 셋째는 탁월한 성과에 따른 파격 보상과 성장입니다. 이 키워드를 어떻게 구현하느냐에서는 ‘셀프 디자인’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자기 주도적인 업무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거점 오피스’와 ‘선택 근무제’를 도입했고 의욕 있는 사람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잡 포스팅’과 ‘프로젝트 공모제’, ‘리더 공모제’를 도입했습니다. 연공서열이 아니라 역량과 의지를 갖춘 사람에게 신사업 참여 등 주요 역할을 맡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심사 과정을 오픈 프로세스로 진행해 공정한 경쟁이 되도록 할 겁니다. 또한 성과에 따른 파격적인 보상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제도를 보완해 가고 있습니다. 혁신안이 완성된 것은 아닙니다. 하나씩 구체화하며 진화시켜 나갈 것입니다.”
사진=서범세 기자
사진=서범세 기자
-MZ세대 직원들의 의견도 반영됐습니까.

“임직원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하고 팀별로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또 취업 준비생과 외부 자문 교수들의 의견도 들었습니다. CJ 주요 계열사 인력의 약 70%가 MZ세대(밀레니얼+Z세대)로 구성돼 있어요. 그러다 보니 세대 차가 크거나 의견 조율이 힘들 것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실제 설문 조사 결과는 달랐습니다. 직원들은 무엇보다 더 많은 성장 기회에 대한 니즈가 매우 컸습니다. 또한 과정과 결과의 공정성과 투명성, 업무 권한에서의 자율성을 매우 중시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제도 시행 후 내부 반응은 어떻습니까.

“아직 인사 혁신안이 시행된 지 얼마 안 돼 수치로 결과를 알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잡 포스팅’은 생각보다 신청자가 많았습니다. 처음 실시하는 것이어서 걱정이 많았는데 의외였습니다. 구성원들의 니즈가 확인된 거죠. ‘거점 오피스’도 현재 60% 이상 가동되는 중입니다. 직주 근접성과 워라밸의 측면에서 참여율이 계속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구성원의 니즈가 다양해 어떤 제도도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꾸준히 모니터링하며 보완, 점검해 나갈 계획입니다.”

-준비 과정에서 참고한 국내외 사례가 있습니까.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많은 기업의 제도를 살펴봤습니다. 화제가 되는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나 삼성·SK 등 한국 대기업뿐만 아니라 넷플릭스·디즈니·IBM·네슬레 등 해외 기업들의 사례도 검토했습니다. 요즘은 한국 기업도 해외 기업과 인사 제도가 큰 차이가 나지 않아요. 제도를 시행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죠. 중요한 것은 제도가 목적에 부합하게 효과를 내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거예요. 남들이 한다고 우리도 해야 한다? 그건 아니라고 봐요. 기업의 특성에 맞게 차별화가 필요하죠.”

-CJ는 취업 선호도가 높은 편입니다.

“2022 상반기 신입 사원 신입사원 채용 절차가 진행중인데요. 인사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외부의 잠재적인 CJ 지원자들이 회사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 얼마나 신뢰하고 있느냐라는 부분입니다. ‘고용 브랜드’라고도 하죠. 고용 브랜드는 결국 회사가 얼마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느냐로 판가름납니다. 내부 구성원들이 새로운 시스템을 통해 실제 사례를 만들어 나갈 때 고용 브랜드도 올라갈 수 있습니다. 인사 혁신은 인사뿐만 아니라 주요 경영진과 리더 그리고 모든 구성원이 함께 참여해야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 인사 혁신을 준비하는 다른 기업은 어떤 부분에 초점을 둬야 할까요.

“여러 가지 시도를 하면서 느낀 것은 ‘리더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직원을 육성하고 기회를 주고 성과를 내는 모든 과정을 리더가 책임집니다. 최고경영자뿐만 아니라 현장의 매니저들도 리더입니다. 그들이 제도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면 결국 유명무실에 그칠 수밖에 없습니다. 리더가 새로운 제도를 제대로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구성원들과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해야 혁신이 완성됩니다. 또 하나는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고 지속성과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제도를 만드는 것은 시작일 뿐입니다. 본래 취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장기적인 변화 관리가 매우 중요합니다. 구성원의 의견을 계속 청취하고 보완해야죠.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진정성 있는 소통입니다. 기존 관행에 익숙해 있어 제도 변화에 부담을 느끼는 구성원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왜 변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속적인 소통과 공감이 있어야 인사 혁신의 시너지 효과가 발휘될 수 있습니다.”

-이번 혁신안의 성공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조직 문화 혁신은 단순한 제도 변화가 아닙니다. 구성원들이 회사의 비전을 함께 품고 이를 실현해 나가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결국 미래 성장을 위한 첫 단추를 끼우는 과정인 거죠. 이재현님께서 중기 비전을 발표하며 ‘함께 만들어 갑시다’라고 말했던 부분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번 조직 문화 혁신의 성공 역시 함께 만들어 가는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