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씽, 아부다비에서 모듈형 수직 농장 운영…파력 발전 ‘인진’, 이상 행동 감지 ‘이투온’도 주목

[비즈니스 포커스]
사진=엔씽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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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한 정보기술(IT)과 참신한 아이디어로 사회 문제 해결에 나선 스타트업들이 있다. 이들은 중동의 사막을 채소밭으로 바꾸고 빅데이터 분석으로 사건·사고를 예방하며 파력 발전으로 에너지 문제의 해법을 찾고 있다.

사진=엔씽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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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씽
모듈형 수직 농장으로 농업 혁신


“모두가 농부가 되는 세상을 꿈꿉니다.”

중동 사막에서도, 화성에서도 채소밭을 꿈꾸는 이들이 있다. 모바일 서비스와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적용된 첨단 농업 서비스로 무장한 스타트업 엔씽의 이야기다.

엔씽은 IT와 데이터로 농식품 시장의 혁신을 주도하는 기업이다. 환경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농업에 시공간의 제약을 없애 주는 인터넷 기술을 결합해 깨끗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경험할 수 있게 한다는 비전으로 2014년 설립됐다.

설립 직후 아시아 최대 창업 콘퍼런스인 ‘아시아비트2014’에서 아시아 톱10 스타트업’에 선정됐을 만큼 화제를 모았다. 이 회사의 대표작은 컨테이너 모듈형 농장인 ‘플랜티 큐브’다.

엔씽의 플랜티 큐브는 40피트 컨테이너에서 농작물을 키우는 모듈형 농장이다. 수요에 따라 품종과 생산량을 유연하게 관리할 수 있다. 온도와 영양 등을 IT를 통해 통제하기 때문에 최대 연 13회까지 농작물 수확이 가능하다. 흙이 아니라 배양액을 사용하는 게 특징이다.

플랜티 큐브엔 IoT 기술이 들어간다. 농장은 큐브 운영체제(OS)로 자동으로 운영된다. 운영체제가 온도·습도·조도·산소와 이산화탄소 농도 등을 분석하고 이를 데이터화해 최적의 환경을 조성한다. 원하는 성분과 맛을 의도적으로 조절해 작물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엔씽 측은 설명했다. 예컨대 칼륨을 다량 섭취하면 위험한 신장 질환 환자를 겨냥해 칼륨을 80% 줄인 채소를 선보이는 식이다.

이 제품은 올해에는 ‘세계 가전 전시회(CES) 2022’에서 ‘지속 가능성, 에코 디자인 및 스마트 에너지’ 부문 혁신상을 받았다. 지난 CES 2020에서 ‘스마트시티’ 부문 최고 혁신상을 받은 데 이어 둘째 수상이다.

2020년 모듈형 컨테이너 수직 농장으로 스마트 시티 측면에서 주목 받았다면 이번에는 탈중심 농장 솔루션을 제시하고 지구 환경과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접근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불거진 공급망 문제를 도시형 농장 모델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호평을 샀다.

실제 엔씽의 무대는 공간을 가리지 않는다. 한국을 넘어 과거엔 농업이 불가할 것으로 여겨진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에서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엔씽의 경쟁력은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식량 안보 문제를 해결하고 팬데믹(세계적 유행) 등으로 상승하는 물류비를 혁신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도시형 농장 모델과 솔루션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신선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하는 밸류 체인 혁신을 견인하고 있다.
사진=인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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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진
파력 발전 활용해 청정 에너지 공급


“모두가 기다리는 블루오션이 있습니다.”

러시아발 에너지 대란이 현실화된 지금 차세대 에너지 기업의 잠재력에 주목하는 이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파력 발전으로 무한한 가능성을 꿈꾸는 기업이 있다. 2011년 파력 발전 연구·개발(R&D)을 시작하며 설립된 파력 발전 시스템 개발 전문 기업 인진이다.

파력 발전은 전 세계적으로 태양광·풍력에 이은 차세대 청정 에너지원으로 꼽힌다. 인진에 따르면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에는 전 세계 연간 에너지 수요보다 높은 3TW의 잠재력이 있다. 평균 ㎡당 200~800W의 에너지 밀도를 가진 풍력이나 ㎡당 170~200W인 태양광에 비해 파도는 ㎡당 5000~5만5000W로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갖고 있기 때문에 더 경제적이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원으로 평가된다

인진은 발전부를 원해에 설치해 송전 케이블 등 큰 비용이 소요되는 기존 파력 발전 방식(off-shore)과 달리 발전부를 육상에 설치해 초기 설치 비용과 운영 비용이 크게 절약되는 파력 발전 방식(on-shore)을 개발한 것이 특징이다.

2014년 대한민국 창조 경제 대상(국무총리상)을 수상한 이후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2019년 SK이노베이션이 친환경 청정 에너지 산업 및 친환경 소셜 벤처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인진에 25억원을 투자한데 이어 최근에는 파력 발전 시스템의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KDB산업은행에서 4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인진은 자체 개발한 파력 발전 기술을 바탕으로 2015년부터 제주도에 파력 발전 플랜트를 건설해 현재 시운전 중이다. 또 베트남·프랑스·모로코·캐나다·인도네시아 등에 현지 법인 설립 또는 현지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등 해외 시장 개척에 한창이다.

특히 인진의 베트남 파력 발전 프로젝트는 친환경 기술을 활용해 안빈섬을 탄소 중립 지역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로 인진을 비롯해 SK이노베이션·두산비나·빈그룹·꽝응아이 인민위원회 등 5개 참여자들이 진행 중인 사업이다. 파력은 3000km에 이르는 해안선과 3000개 이상의 크고 작은 섬을 보유한 베트남의 에너지 전환에 매우 중요한 에너지 자원이다. 인진 관계자는 “파도는 전 세계 모든 해안가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며 “특히 적은 에너지 수요에 따라 전력의 공급 또는 수송이 힘든 작은 섬에 꼭 필요한 에너지원으로 지구의 지속 가능성과 삶의 질을 높여줄 단 하나의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진은 새로운 파력 발전을 조기 상용화해 국내외 친환경 청정 에너지 공급을 확대하고 파력 발전 분야의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성장해 간다는 포부를 안고 있다. 이를 위해 2023년 기업공개(IPO)가 목표다.
사진=이투온 제공
사진=이투온 제공
이투온
CCTV 영상 분석해 사건·사고 예방


“건설 현장에서의 인명 사고 패턴을 감지해 이상 행동 시 빠른 대처가 가능하도록 지원합니다.”

아파트 단지에서의 폭력이나 위험 행위, 건설 현장에서의 인명 사고, 어린이집의 아동 학대와 학교에서의 학원 폭력 등 매일 일어나는 아찔한 사건·사고의 재발 방지에 도전한 기업이 있다.

폐쇄회로(CC) TV에서 전송된 실시간 영상에서 폭행·절도·침입·아동 학대 등의 범죄 행위나 인명 사고 등의 문제를 이상 행동 분석 시스템으로 감지하는 인공지능(AI) 기업 이투온이다.

이투온은 2001년 고객 데이터를 분석하는 솔루션을 자체적으로 개발하며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 빅데이터와 AI 플랫폼을 주로 다루며 특히 사회 안전망 솔루션에 특화된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예컨대 건설 현장과 공장 안전모 미착용, 쓰러짐 등의 인명 사고, 폭행과 침입 등의 이상 행동, 위험 지역 접근, 화재 등의 위험 상황을 AI 이상 행동 분석 시스템으로 감지함해 범죄 행위와 긴급 상황에 빠른 대처가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대량의 영상 파일 속에서 발생된 사건 사고를 검색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비용, 인력이 필요한데 이투온은 이를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특히 이투온은 지자체·공공기관과 공공 안전 서비스 개선을 위한 협업에 강점이 있다. 대검찰청과 온라인 마약 정보 추적 시스템 구축, 해양경찰청과 사고 지점 예측 서비스 등을 만들었다. 최근에는 제주도 등 지자체와 손잡고 아동·여성·노인 등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 방지가 가능한 AI 기반 신변 안전 보호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