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사람 아니지만 악성 댓글 등에 따른 ‘모욕죄’로 처벌 가능

[지식재산권 산책]
걸그룹 에스파와 이들을 모티브로 제작한 가상 아이돌 아이 에스파.  사진=한국경제신문
걸그룹 에스파와 이들을 모티브로 제작한 가상 아이돌 아이 에스파. 사진=한국경제신문
디지털 공간에서 새롭게 창조된 ‘가상 아이돌’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가상의 캐릭터로 그룹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는 ‘이세계 아이돌’, 현실의 걸그룹 ‘에스파’의 가상 공간 멤버들인 ‘아이 에스파’, 인공지능(AI) 기술로 탄생한 11인조 걸그룹 ‘이터니티’ 등이 대표적이다.

가상 아이돌들은 각각 고유한 개성과 성격, 스토리를 갖고 있고 실제 가수들과 마찬가지로 공연도 하고 팬들과 소통도 하고 있다. 적어도 디지털 세상에서는 실제 사람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그런데 ‘가상 아이돌’에 대해 악성 댓글을 달거나 딥페이크 등을 이용해 음란한 영상 등을 작성·배포하거나 성희롱 등의 행위를 했을 때 ‘가상 아이돌’들은 실제 사람과 동일하게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을까. 가상 아이돌은 실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의문이 생긴다.

실제 연예인에 대해 악성 댓글을 달게 되면 경우에 따라 명예훼손죄나 모욕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딥페이크를 통해 음란한 영상 등을 작성·배포하는 행위는 음란한 화상 또는 영상을 배포·전시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죄(정보통신망법 제74조 제1항 제2호)로 처벌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해당 연예인의 초상권 침해 기타 불법 행위 등 민사적인 책임도 지게 될 수 있다.

가상 아이돌이 실제 연예인의 ‘아바타’로서 디지털 공간에서 실제 연예인과 동일시되는 경우에는(어느 정도로 밀접한 관련성을 가져야 ‘동일시’된다고 볼 수 있는지는 별도로 검토가 필요한 문제이지만) 기본적으로 위와 동일한 법적 책임을 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메타버스와 같은 가상 공간에서 팬들이 자신의 아바타를 통해 가상 아이돌과 지속적으로 대면 접촉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가정해 보자.

특정 팬이 자신의 아바타로 가상 아이돌에 대해 성희롱·성추행 등의 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통신 매체를 통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음향·영상 등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죄(성폭력처벌법 제13조)로 처벌될 가능성도 있다.

특정 팬이 자신의 아바타로 가상 아이돌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가상 아이돌에게 말·그림·영상·화상 등을 도달하게 해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켰다면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죄(스토킹처벌법 제18조 제1항, 제2조 제1호 다목)로 처벌될 수 있다.

다만 실제 연예인과 관련이 없는 완전한 ‘가상 인물’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가상 아이돌 자체에는 인격이 인정될 수 없다.

실제 사람과 동일한 법적 지위가 부여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따라서 가상 아이돌이 실제 연예인과 전혀 관련이 없는 완전히 새로 창조된 ‘가상 인물’이라면 가상 아이돌 자체에 대한 명예훼손, 초상권 침해, 성희롱, 스토킹 등의 행위에 앞서 살펴본 법률들을 적용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와 같은 행위들이 아무런 법적 책임 없이 허용되는 것도 아니다.

우선 가상 아이돌에 대한 무분별한 악성 댓글은 가상 아이돌을 창작해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회사에 대한 ‘업무 방해’ 행위로 평가돼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

메타버스 공간에서 가상 아이돌에 대한 성희롱·스토킹 등의 행위에 대해서는 앞서 살펴본 형사 책임들은 인정되기 어렵겠지만 이와 같은 행위들이 음란한 문언·음향·영상 등으로 평가된다면 정보통신망법위반죄가 성립될 여지가 있고 이로 인해 가상 아이돌의 이미지 또는 상품성이 훼손된다면 가상 아이돌 사업을 운영하는 회사에 대한 불법 행위 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도 있다.

한편 가상 아이돌을 이용한 음란한 영상 등을 작성·배포하는 행위는 가상 아이돌에 인격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와는 무관하게 그 자체로 정보통신망법위반죄로 처벌될 수 있고 가상 아이돌 저작자의 저작권 침해의 책임을 질 수도 있다.

부정 경쟁 방지 및 영업 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은 한국에 널리 인식된 타인의 상품 또는 영업임을 표시한 표지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을 사용해 타인의 표지의 식별력이나 명성을 손상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다목) 가상 아이돌을 이용해 음란한 영상을 작성·배포하는 행위는 이 조항에 의해서도 법적 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김우균 법무법인(유) 세종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