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타이어코드 호황으로 고실적 달성…공급 부족 현상 여전히 지속될 것

[비즈니스 포커스]
코오롱인더스트리 구미공장. (사진=코오롱인더스트리)
코오롱인더스트리 구미공장. (사진=코오롱인더스트리)
타이어코드는 타이어의 뼈대 역할을 하는 고강도의 섬유 보강재다. 승용차 타이어에는 폴리에스터(PET) 타이어코드가 주로 쓰인다. 현재 글로벌 타이어코드 시장에서 ‘톱 티어’ 기업은 효성첨단소재와 코오롱인더스트리다.

KB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PET 타이어코드 시장에서 증설은 ‘제로(0)’였다. 2020년에도 공급량은 5000톤 증가에 그쳤다. 이에 반해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수요 증가는 10만2000톤에 달했다. 수요는 늘었지만 부족한 공급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PET 타이어코드의 몸값이 올랐다.

‘귀한 몸’이 된 타이어코드 덕분에 양 사는 지난해 최대 실적을 일궈 낼 수 있었다. 올해 또한 공급량이 크게 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양 사의 실적 개선 행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언제까지 이런 수요 증가에만 기댈 수 없다는 게 두 회사 경영진의 판단이다. 효성첨단소재는 ‘수소 시대’를 맞아 늘어날 전기차·수소차의 타이어 수요에 대비하고 있다.
만들면 팔리는 타이어코드, 효성과 코오롱 기술과 규모로 격차 벌린다

‘지속 가능’으로 진화하는 효성의 타이어코드 산업
효성첨단소재 공장에서 타이어코드를 생산하는 모습.(사진=효성첨단소재)
효성첨단소재 공장에서 타이어코드를 생산하는 모습.(사진=효성첨단소재)
효성첨단소재는 PET 타이어코드 시장에서 46%의 점유율을 지닌 1위 업체다. 전 세계에 운행하는 차량 두 대 중 한 대에는 효성첨단소재의 PET 타이어코드가 들어가 있다. 동시에 효성첨단소재는 PET 타이어코드와 나일론 타이어코드, 스틸코드까지 3대 타이어코드를 모두 생산하는 유일한 기업이기도 하다.

지난해 타이어코드 시장 등의 호황으로 효성첨단소재는 매출 3조5978억원, 영업이익 4373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타이어 보강재 부문의 매출은 2021년 기준 효성첨단소재 전체 매출액의 55%를 차지하고 있다. 주요 시장은 북미와 유럽 지역이고 브리지스톤·미쉐린·굿이어·한국타이어 등 글로벌 제조사들을 고객으로 보유하고 있다.

효성 관계자는 “타이어코드는 품질과 기술 안전성이 매우 중요시되는 제품으로 2~3년의 품질 테스트를 거쳐야만 납품할 수 있다”며 “타이어 메이커도 기존의 공급 업체를 바꾸지 않으려는 성향이 높아 후발 업체의 시장 진입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타이어코드 시장 1위 업체지만 최근 변화하는 자동차 시장의 발맞춰 효성첨단소재는 타이어코드 생산법에도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효성첨단소재는 최근 타이어코드의 ‘지속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수소 경제의 활성화로 전기차·수소차 타이어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전기차·수소차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전기 모터 작동과 함께 최대 토크(물체를 회전시키는 물리량)가 발휘돼 타이어가 빨리 마모된다. 여기에 전기차용 타이어는 타이어의 회전 저항을 낮춰 에너지 손실을 줄이기 위해 내연기관차 타이어보다 폭이 좁다. 하지만 배터리 무게로 내연기관차보다 수백 kg 정도 무겁기 때문에 내구성은 더 좋아야 한다. 기존 타이어보다 훨씬 까다로운 조건의 보강재가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고객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효성첨단소재는 아라미드를 타이어의 캡플라이 부분에 나일론과 혼용해 강도를 보강하고 있다. ‘고강도 타이어코드’의 등장이다. 효성 관계자는 “효성첨단소재의 고강도 타이어코드는 일반 타이어코드보다 강도가 높고 코드의 두께를 줄여 압연 고무 사용량을 절감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타이어의 회전 저항을 줄여 자동차 연비를 개선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저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목재에서 추출한 셀룰로스를 원료로 한 타이어코드, 친환경 딥 레시피 등을 개발해 유해 물질 발생이 적은 타이어코드를 생산함으로써 환경 오염 방지 효과도 목표로 하고 있다.

1만9000톤 증설 눈앞에 둔 코오롱인더스트리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생산하는 타이어코드를 엮어 만든 타이어코드지.(사진=코오롱인더스트리)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생산하는 타이어코드를 엮어 만든 타이어코드지.(사진=코오롱인더스트리)
지난해 타이어코드 시장은 공급자 중심의 시장이었다. 증설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코오롱인더스트리의 베트남 공장 증설로 공급량이 다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약 684억원을 출자해 베트남 타이어코드 공장을 증설 중이다. 베트남 빈증성에 있는 공장의 증설 규모는 1만9000톤으로 올해 9월 가동을 목표로 삼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이번 증설은 2018년 연산 1만6800톤 규모의 타이어코드 공장을 신설한 후 둘째로 추진하는 투자다. 증설이 완료되면 베트남 공장의 생산 능력은 기존 대비 두 배를 넘어서고 회사 전체로는 10만3200톤의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된다.

코오롱인더스트리 관계자는 “현재 모든 타이어코드 생산 설비를 가동하고 있고 타이어코드 수요의 견조한 추세에 따라 안정적으로 생산량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증설은 전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백영찬 KB증권 애널리스트는 “2022년 예정된 신·증설은 코오롱인더스트리의 베트남 증설 1만9000톤이 전부”라며 “올해 예상되는 수요 증가치는 4만2000톤으로 추정돼 공급은 여전히 모자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해는 물론 내년까지 타이어코드 공급 부족 현상이 유지될 것이란 예측도 있다.

지난해 코오롱인더스트리는 매출액 4조6620억원, 영업이익 252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16%, 영업이익은 55% 증가하며 최근 5년 내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타이어코드와 아라미드 등 산업 자재 부문이 ‘캐시카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타이어코드는 차량용 반도체의 수급이 원활하지 않고 운송비도 오르면서 사업에 영향을 미쳤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이에 대응해 물류비 절감과 같은 조치를 통해 성장했다고 설명한다. 글로벌 완성차와 타이어 제조사들의 실적도 지난해 대비 두 자릿수 성장할 것으로 보여 실적 호조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꾸준히 시장 지배력을 넓히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재 타이어코드와 아라미드 모두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대규모 증설을 진행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관계자는 “교체용 타이어 수요의 지속 증가세에 따라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보이고 연평균 성장률 3.5%를 이어 갈 것”이라며 “타이어 시장의 성장과 발맞춰 타이어코드 공급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