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가치 제고·홍보 효과 노리며 유통·패션업계 잇단 출점

[비즈니스 포커스]
프랑스의 가정집처럼 꾸며 놓은 딥디크 플래그십스토어 2층. 방문객들이 공간을 체험하고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사진=김정우 기자
프랑스의 가정집처럼 꾸며 놓은 딥디크 플래그십스토어 2층. 방문객들이 공간을 체험하고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사진=김정우 기자


지난 3월 28일 신사역 8번 출입구에서 나와 가로수길 메인 거리에 들어서자 하나의 예술 작품을 연상케 하는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수입·판매하는 프랑스 니치 향수 브랜드 딥디크의 한국 첫 플래그십 스토어였다.

3월 23일 문을 연 이곳은 현재 총 두 개 층을 사용하고 있다. 1층은 여느 향수 점포와 다를 바 없었다. 고풍스러운 인테리어와 함께 판매 중인 제품들이 빼곡하게 진열돼 있다.

2층이 이 매장을 다른 매장과 차별화해 주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제품을 판매하지 않는다. 오로지 방문객들이 브랜드에 대한 좋은 경험만 담아 갈 수 있도록 구성해 눈길을 끌었다. 파리의 아늑한 가정집을 연상케 하는 공간 사이사이에 시제품들이 숨겨진 듯이 비치돼 있었다. 평일 오전이었음에도 꽤 많은 소비자들이 매장을 채우고 있었다. 이들은 2층에서 자유롭게 제품을 사용하고 공간을 배경으로 사진 촬영도 했다.

유통·패션업계에 플래그십 스토어 바람이 일고 있다. 기존에 운영하던 점포들보다 더 화려하고 큰 형태의 플래그십 스토어들이 곳곳에 들어서고 있다. 소비자들도 색다른 경험을 반기고 있다.

최근 들어 플래그십 스토어가 급증하는 배경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확산으로 인한 ‘비대면 소비’ 증가가 지목된다. 아이로니컬한 대목이기도 하다.

온라인에서는 브랜드의 가치와 아이덴티티를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는 데 뚜렷한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이런 갈증을 해소하기 위한 마케팅 채널로 오프라인 공간이 다시 급부상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플래그십 스토어 운영을 통해 브랜드가 얻을 수 있는 효과는 크게 두 가지가 꼽힌다. 첫째는 브랜드 가치 제고다.

“애플은 세계의 주요 도시의 가장 값비싼 상권에만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외관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여는 점포 출점 전략을 취해 왔다. 이는 애플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명품’ 대접을 받는 이유 중 하나다.” 마케팅 전문가인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가 밝힌 플래그십 스토어의 강점이다.
딥디크 플래그십 스토어 외관.
딥디크 플래그십 스토어 외관.
둘째는 홍보 효과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전성시대다. SNS에 사진을 찍고 올리는 일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포함한 다양한 연령층의 삶에 빼놓을 수 없는 일상으로 자리매김했다.

매장을 화려하고 고급스럽게 꾸민 플래그십 스토어는 많은 이들이 찾아와 사진을 찍어 자신의 SNS에 올리도록 유도한다. 별다른 비용을 쓰지 않고 브랜드를 홍보할 수 있는 셈이다.

서 교수는 “요즘 들어 플래그십 스토어는 점포에서 직접 발생하는 매출보다 점포 운영을 통해 간접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시너지에 초점을 맞춰 운영하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역시 이번에 가로수길에 딥디크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면서 이런 부분을 겨냥했다.

회사 관계자는 “다시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상권으로 살아나기 시작한 가로수길 대로변에 이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요소들을 곳곳에 넣어 점포를 구성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딥디크의 주요 고객층을 넓히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오픈 배경을 설명했다.

딥디크 단일 매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260㎡)로 구성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고 여행이 정상화되면 수많은 해외 관광객들의 발길을 그러모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편의점도 대열에 가세
이런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온라인에서 성장한 브랜드들도 오프라인 플래그십 스토어를 하나둘 열며 소비자들과 만나기 시작했다.

온라인을 앞세워 매출을 끌어올리며 유명세를 탄 널디·LMC·마크엠과 같은 스트리트 브랜드들은 ‘젊음의 거리’라고 불리는 홍대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운영 중이다.

‘온라인 패션 공룡’으로 자리매김한 무신사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무신사는 지난해 7월 자체 브랜드(PB) 제품 ‘무신사 스탠다드’를 판매하는 첫 오프라인 플래그십 스토어의 문을 홍대에 열었다.

무신사 관계자는 “무신사의 주요 고객층이자 패션 트렌드를 주도하는 MZ세대가 결집하는 곳이면서 더 많은 고객을 공략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고 판단해 홍대를 첫 플래그십 스토어 장소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유통 업체 가운데 편의점들이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에 열을 올리고 있다. GS25는 올해 초 관광지로 유명한 수원 행리단길에 한옥 콘셉트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개점했다.

지난해 11월 서울 합정동에 오픈한 카페 강화형 GS25 합정프리미엄점에 이은 둘째 플래그십 스토어다.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MZ세대 사이에서 수원의 ‘인증 명소’로 떠오르며 개장 효과를 톡톡히 내고 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향후에도 여러 지역에서 멋진 명소가 될 수 있는 다양한 콘셉트의 GS25 플래그십 스토어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이나래 무신사 PB마케팅 팀장
“급증하는 소비자 니즈에 귀 기울여 공간 오픈”
홍대에 위치한 무신사 스탠다드 플래그십 스토어 내부 모습.  사진=김정우 기자
홍대에 위치한 무신사 스탠다드 플래그십 스토어 내부 모습. 사진=김정우 기자
3월 29일 개점 시간에 맞춰 찾은 ‘무신사 스탠다드 홍대’ 플래그십 스토어는 오픈과 동시에 쇼핑객들이 몰려들었다. 온라인에서만 구매할 수 있었던 무신사 스탠다드의 의류 제품들을 직접 입어 보고 살 수 있었고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작품들도 곳곳에 전시해 볼거리를 더했다. 이나래 무신사 PB마케팅 팀장에게 플래그십 스토어의 출점 배경과 계획을 들어봤다.

-‘무신사 스탠다드’ 제품을 판매하는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무신사 스탠다드는 온라인 기반의 브랜드로 론칭해 폭발적으로 성장해 온 브랜드다. 시간이 흐를수록 매출이 늘어나고 널리 알려지면서 자연히 무신사 스탠다드의 제품을 직접 입어 보고 구매하고 싶어하는 소비자의 수요도 크게 증가했다. 이런 고객들을 위해 홍대 플래그십 스토어의 문을 열게 됐다.”

-코로나19 확산 속에서 문을 열어 우려도 있었을 것 같다.
“이곳을 오픈하기 전 홍대 AK플라자에 있는 무신사 테라스에서 약 1년 6개월 동안 무신사 스탠다드 제품 일부를 팝업 스토어 형태로 판매한 바 있다. 팝업 스토어치고 꽤 길게 운영했는데 판매 성과가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코로나19 시국에 문을 열어도 매장을 찾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오픈을 결정했다. 그리고 예상은 적중했다. 문을 연 지 1년이 되지 않았지만 벌써 누적 방문객이 55만 명이 넘는다.”

-매장 구성에서 가장 신경을 썼던 부분은 무엇인가.
“플래그십 스토어는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공간 개념을 넘어 브랜드가 추구하고 지향하는 가치·이미지·제품력 등을 고객이 직접 경험하고 느낄 수 있도록 제공할 수 있는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정수’를 담은 공간이라고 본다. 무신사 스탠다드 홍대 역시 이런 기준에 맞춰 공간을 구성하고 기획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끊임없이 순환하는 시간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보여주는 무신사 스탠다드의 브랜드 정체성을 보여주기 위해 ‘타임리스(timeless)’를 테마로 공간 디자인을 완성한 것이 특징이다. 내부에 폐기물을 활용한 아티스트의 작품들을 군데군데 전시한 것도 타임리스라는 브랜드 정체성 때문이다.”

-추가 출점 계획이 궁금하다.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지만 1호점의 반응이 좋은 만큼 추가적인 오프라인 공간에 대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