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생산부터 활용까지 계열사 역량 총결집

[스페셜 리포트-새로운 시대 새로운 전략, 트윈 트랜스포메이션]
두산이 ‘세계 가전 전시회(CES) 2022’에서 선보인 연료전지 시스템 트라이젠과 완전 전동식 트랙로더 T7X. 사진=두산 제공
두산이 ‘세계 가전 전시회(CES) 2022’에서 선보인 연료전지 시스템 트라이젠과 완전 전동식 트랙로더 T7X. 사진=두산 제공
두산그룹은 재계의 마지막 고민이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국의 대기업들 대부분은 기존 사업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았지만 두산은 그렇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이 같은 두산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올해 초 채권단 관리 조기 졸업에 성공한 두산그룹은 반도체, 바이오 의약품 용기, 로봇 등 신성장 동력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새로운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반도체 후공정 테스트 기업인 테스나를 인수했다. 두산그룹은 차세대 에너지와 첨단 정보기술(IT) 사업 육성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변화의 DNA’와 ‘차세대 동력 발굴’을 전면에 내걸고 변신에 나서고 있다.

두산그룹은 수소 시장 선점을 그룹 차원의 전략 목표로 설정했다. 핵심은 수소 연료전지 발전 분야에서 독보적 기술력을 갖고 있는 두산퓨얼셀이다. 두산퓨얼셀이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는 제품은 440kW 인산형 연료전지(PAFC)다. 수소와 산소의 화학 반응으로 전기와 열을 동시에 생산하고 청정수소·부생수소·천연가스·액화석유가스(LPG) 등 다양한 에너지원을 활용할 수 있다.

두산퓨얼셀은 올해 상용화를 앞둔 트라이젠(Tri-gen)을 통해 부족한 수소 충전 인프라 확대에 기여할 예정이다. 트라이젠은 수소·전기·열 등 3가지 에너지를 사용처에서 필요한 만큼 동시에 생산할 수 있다.

두산중공업은 ‘두산에너빌리티’로 사명을 변경하고 가스터빈·수소·해상 풍력·소형 모듈 원전(SMR)을 성장 사업으로 적극 육성할 계획이다. 두산중공업은 최근 수소가스터빈 개발 분야로도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수소 가스터빈은 천연가스 대신 수소를 사용하며 기존 복합 화력 발전소의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하면서 노후 가스터빈을 대체하면 적은 비용으로 친환경 발전소로 전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직 전 세계적으로 청정 수소 생산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100% 수소를 연소하는 방식과 수소와 천연가스를 혼합하는 연소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한국기계연구원에 따르면 수소를 30% 혼합하면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10.4% 감축할 수 있고 50% 혼합하면 21.4%까지 줄일 수 있다. 수소 전소 발전소는 탄소 배출이 전혀 없다.

두산은 블루 수소와 그린 수소 등 청정 수소 생산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두산중공업이 올해 12월 완공을 목표로 창원 공장에 건설 중인 수소액화플랜트에서는 블루 수소를 생산할 예정이다. 두산중공업은 고효율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술을 적용해 블루 수소를 생산한다. 풍력 발전과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수소 생산 기술 개발도 진행 중이다.

두산에이치투이노베이션은 고체 산화물 수전해 시스템(SOEC)을 연구 중이다. 일반적으로 수전해는 물을 전기 분해해 수소를 추출하는 기술로, 그중 SOEC는 고온 수전해라고도 불린다.

폐열 등으로 물을 끓여 발생되는 증기를 전기 분해하면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그린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향후 차세대 원전인 SMR 개발이 완료되면 수소 수요지 인근에 SMR을 건설하고 SOEC 기술을 적용함으로써 대량의 수소 생산과 저장·운송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두산중공업은 그린 뉴딜 분야의 한 축인 친환경 미래 에너지 해상 풍력 발전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추진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2005년부터 풍력 기술 개발에 매진해 순수 자체 기술과 한국 최다 실적을 보유한 해상 풍력 발전기 제조사다.

두산은 무인화·자율화 등 첨단 제조를 중심으로 한 신사업에도 힘을 쏟고 있다. 2015년 설립된 두산로보틱스는 독자적인 토크 센서 기술 기반의 업계 최고 수준의 안전성을 제공해 사람과 함께 일할 수 있는 협동 로봇을 생산하고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제조업에 국한하지 않고 서비스 산업 전반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로봇 공학이나 촬영 관련 경험이 없더라도 누구나 전문가 수준의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게 해주는 카메라 로봇을 비롯해 모듈러 로봇 카페, 아이스크림 로봇, 의료 보조 로봇 등 다양한 서비스 로봇으로 라인업을 확장하고 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