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감사로 활동하는 이상철 전 외환은행 부행장,
현역 시절 경험과 네트워크가 재취업의 가장 큰 자산

[신중년의 인생 파워업]

<한경무크 인생 리뉴얼 ABC>…은퇴 선배의 인생 이모작 성공 사례로 은퇴 준비생들 열독


쉰 살에 퇴직하고 여유 있는 노후를 즐길 수 있을까. 생애주기를 따져 59세부터 기대수명 84세까지 필요한 노후자금 필요액은 약 6억7000만원. 은퇴 시점에 6억원 이상의 여유자금을 모아놓지 않았다면 퇴직 후 재취업이나 새로운 소득원 마련이 필수인 시대라는 말이다.

실제 잡코리아와 알바몬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이 체감하는 정년퇴직 시기는 지난해 말 기준 평균 만 51.7세.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는 은퇴 연령 59세 기준 기대수명 84세까지 필요한 예상 노후자산을 6억6960만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력 살려 동종 업계 재취업 기회를 잡아라

막막하기만 한 은퇴 후 재취업. 그러나 현역에 있을 때부터 차근차근 준비하면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는 게 은퇴 선배들의 조언이다. 지난 3월 발간한 <한경무크 인생 리뉴얼 ABC>에 소개된 은퇴 선배의 인생 이모작 성공사례 중 외환은행 IT 부서에 근무하며 리스크 담당 부행장까지 지냈던 이상철 씨는 현역 시절의 전문성을 살려 재취업에 성공한 경우다.

이상철 씨는 완전히 새로운 분야로 도전할 수도 있지만 본인이 20~30년 가까이 일해 얻은 경험과 커리어는 그 무엇보다 큰 자산이라고 했다. 그는 퇴직 후 7년간 연세대학교와 중앙대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금융 리스크를 가르쳤다. 현재는 금융연수원에서 리스크 관리를 강의하며 대중교통카드 전자금융 서비스 기업 티머니와 O2O 플랫폼 기반의 핀테크 기업 로드시스템 감사로 활동 중이다.

이 씨가 은퇴를 앞둔 직장인들을 위해 들려준 조언은 크게 두 가지, 전문성과 네트워크다. 그 역시 IT 부서에 근무하며 관련 전문성이나 커리어는 입증받은 상태였다. 다만 재취업할 기업과의 연결이 관건이었는데 뜻밖에도 은행 근무 당시 LG와 진행한 프로젝트로 연을 맺은 사람이 은퇴 이후 감사 활동의 기회를 제안해 재취업에 성공했다. 은행에서 함께 근무한 동료 후배의 소개로 로드 시스템 감사 제의도 받아 활동 영역은 더욱 넓어졌다.

전문직 종사자라면 의외로 이런 기회가 종종 생긴다는 것이 이 씨의 설명이다. 기회를 가져다주는 것은 사람이라 전문성과 함께 업계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했다. 직장생활 할 때부터 우호적인 인간관계를 쌓고 진심으로 상대를 대하면서 긍정적인 시너지를 주고받는 노력은 은퇴 후 유용한 인연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높여준다.

재취업할 기업은 규모는 작아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곳을 추천했다. 다만 이미 잘 알려진 대기업이라면 상관없지만 비교적 인지도가 낮은 중소기업 중에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경영상의 어려움이나 직원 갈등 등의 내부 문제가 있을 수 있으므로 사전 조사도 면밀히 할 것을 당부했다.
▲이상철 전 외환은행 부행장, 현 티머니/로드시스템 감사
▲이상철 전 외환은행 부행장, 현 티머니/로드시스템 감사
능동적 태도와 본인 전문성 파악은 필수

이 씨는 재직 중 은퇴 준비를 할 계획이라면 우선 장기적 안목과 능동적 마음가짐을 쌓는 노력부터 하라고 했다. 은퇴 후에는 일을 스스로 찾아서 해야 하는데 남이 시키거나 주어진 일에만 따르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는 사람은 자기가 직접 개척해야 하는 일상에 적응하기 힘든 경우를 종종 봤다는 것이다.

그다음은 본인이 진짜 잘하는 일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다. 생각만 하면서 막연히 잘할 수 있다고 여기는 일과 실제로 잘하는 일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직에 있을 때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탐구하고 장단점을 파악해야만 은퇴 후에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은퇴 이후, 삶의 가치를 찾는 노력도 중요

은퇴 이후 일상은 과연 어떨까? 이 씨는 은퇴 전 반드시 대출은 정리하라고 말한다. 채무를 정리한 후 개인 지출을 파악해 최소 월 생활비를 측정하고, 국민연금 예상 취득액을 따져 목표 근로소득을 설정하면 자금 계획 세우기가 한결 편하다.

이 씨는 생활비를 월 300만 원으로 설정하고 근로소득과 연금 소득을 따져봤다. 재취업을 통해 생활비 문제를 해결한 뒤 소득보다 본인이 어디에 보람을 느끼고 인생의 의미를 찾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교인인 그는 공부하고 싶던 신학 공부를 위해 신학 대학원에 입학했고 이후 예수마을교회와 하나금융기독선교회 지도 목사로 활동하며 보람찬 하루하루를 보내는 중이다.
더욱이 목회 활동의 대상이 주로 직장인이라 은행에서 터득한 금융 관련 지식이 목회 활동에 큰 도움이 돼 삶의 가치와 함께 업무 지식을 활용할 기회도 얻어 일석이조라고 했다.

<한경무크 인생 리뉴얼 ABC>은 이상철 씨를 비롯해 공무원 퇴직 후 택시 기사로 일하며 새로운 삶의 즐거움 찾은 양완수 씨, 창업에 대한 로망을 이루기 위해 편의점 점주가 된 김민규 씨 등 다양한 ‘인생 리뉴얼’ 성공기를 싣고 있어 실용적 정보를 제공한다.

실제 온라인 서점 리뷰에도 “단순히 멘털 관리 하는 책이 아닌 실질적 도움을 주는 책”, “성향 따라 설계하는 은퇴 라이프 스타일이 흥미롭다” 등 현실 은퇴 준비 조언과 사례가 유용하다는 반응이 많다.

책은 은퇴자의 현실 조언 외에도 연금저축 펀드 수익률 비교 분석과 전문가가 알려주는 연금 운용 전략, 부모님 치매 간병·실버타운·황혼 이혼 등 4050대가 꼭 알아둬야 할 노후 대비 정보를 함께 담았다.

윤제나 기자 ze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