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 김범수·‘전임CEO’ 한성숙, ‘거물’들이 직접 챙긴다

[비즈니스 포커스]
네이버 웹툰의 원작을 IP로 둔 다양한 OTT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다.(사진=네이버웹툰)
네이버 웹툰의 원작을 IP로 둔 다양한 OTT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다.(사진=네이버웹툰)
올해 네이버와 카카오는 조직 정비와 함께 글로벌 시장 확장이라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러한 해외 비즈니스의 선봉에 선 것은 콘텐츠, 그중에서도 ‘웹툰’이다.

이는 웹툰이 해외에서 갖는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웹툰 시장 자체가 성장하는 것은 물론 웹툰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콘텐츠들도 해외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올해 1월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 글로벌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드라마 ‘사내 맞선’의 원작은 각각 네이버와 카카오의 웹툰이다. 드라마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원작인 웹툰의 조회 수도 다시 상승하고 있다.
한국·일본 넘어 유럽까지 전선넓힌 네이버vs카카오 ‘웹툰 전쟁’

유럽 시장 개척자 역할 도맡은 네이버

정보기술(IT)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다양한 사업 영역에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최근 양 사가 가장 치열하게 신경전을 벌이는 분야는 ‘웹툰’이다. 특히 일본에서 양 사는 그야말로 엎치락뒤치락하는 경쟁을 벌여 왔다. 먼저 자리 잡은 곳은 네이버 웹툰이었다. 하지만 2020년 카카오픽코마가 일본 시장을 석권하면서 양 사의 경쟁이 달아올랐다. 세계 최대 만화 시장인 일본은 웹툰 플랫폼으로서는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둘째 격돌이 시작된 곳은 유럽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프랑스를 시작으로 유럽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프랑스는 디지털 만화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일본 망가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며 “최근에는 한국 웹툰의 인지도와 인기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네이버웹툰은 상반기 내 프랑스에 유럽 총괄 법인 ‘웹툰EU(가칭)’를 신설한다.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는 “유럽의 디지털 만화 시장은 이용자가 빠르게 증가하는 잠재력 높은 시장”이라고 평가한다. 유럽 총괄 법인이 신설되면 네이버웹툰은 북미 본사를 중심으로 한국·일본·유럽까지 주요 시장에 사업 거점을 확보하게 된다.

네이버는 웹툰이라는 새로운 콘텐츠 포맷을 유럽 시장에 알린 ‘개척자’였다. 2019년 글로벌 플랫폼 ‘웹툰’의 프랑스어·스페인어 서비스를 출시했고 2021년 독일어 서비스를 추가해 유럽 시장에서 행보를 넓혔다. 모바일 데이터와 분석 플랫폼 데이터닷에이아이에 따르면 ‘웹툰’ 프랑스어 서비스는 올해 2월 기준 프랑스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웹툰·만화 애플리케이션(앱) 중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와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독일어 서비스도 MAU와 매출 모두 현지 양대 앱 마켓 내 웹툰·만화 앱 중 1위다.

유럽 법인 설립은 카카오가 한 발 더 빨랐다. 지난해 9월 카카오픽코마는 픽코마가 프랑스에서 안착할 수 있도록 ‘픽코마유럽’ 법인 설립을 완료하고 김형래 대표를 선임했다. 김 대표는 유럽 내 첫 디지털 만화 플랫폼 델리툰SAS에서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지낸 인물로, 현지 사정에 익숙한 디지털 콘텐츠 산업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당시 김 대표는 “프랑스픽코마는 이용자들의 다양한 취향과 섬세한 니즈까지 만족시킬 수 있도록 다채로운 장르의 신선한 작품을 지속적으로 제공해 나갈 예정”이라며 “프랑스 현지 만화(BD)를 비롯해 유럽 전역의 작품들까지 아우르며 작품 비중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한·일 양국 콘텐츠 제공하는 카카오
카카오가 운영 중인 '프랑스 픽코마'.(사진=카카오픽코마)
카카오가 운영 중인 '프랑스 픽코마'.(사진=카카오픽코마)
콘텐츠 비즈니스는 자연스러운 번역은 물론 정서에 맞는 작품을 발굴하는 등 각 문화권에 맞는 전략을 펼쳐야 한다. 웹툰도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양 사는 유럽 진출과 동시에 현지 시장에 대한 철저한 분석에 돌입했다.

카카오픽코마는 3월 17일 프랑스에서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서비스를 앞두고 카카오픽코마는 현지 문화, 콘텐츠 이용 방식, 라이프스타일 등을 분석해 현지에 최적화된 플랫폼 론칭 전략을 수립했다.

동시에 픽코마의 강점인 ‘일본 망가 콘텐츠’를 유럽 시장에서도 활용한다. 카카오픽코마의 예전 사명은 ‘카카오재팬’이다. 카카오픽코마가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일본 시장에 대한 공략 덕분이다. 특히 픽코마는 다양한 망가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는데 이를 토대로 2020년 7월부터 일본 비게임 앱 부문 1위(데이타닷에이아이 리포트 기준)를 유지하고 있다.

카카오픽코마 관계자는 “프랑스에 공개되지 않은 다수의 일본 망가와 인기 한국 웹툰을 작품 라인업에 올리는 등 현지 이용자들의 취향을 반영한 작품을 서비스하기 위해 각별히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향후 일본과 한국 등 세계 각국의 작품을 소개하면서 이용자가 디지털 환경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는 ‘기다리면 무료’도 도입한다.

네이버웹툰은 유럽 총괄 법인 설립 후 연재 작품 수를 더욱 확대하고 현지 창작자 발굴에 나선다. 우선 올해 프랑스어 플랫폼에 약 200개, 독일어 플랫폼에 100여 개 작품을 추가해 콘텐츠 라인업을 강화한다. 현지 작가들의 작품 외에도 검증된 한국 인기 웹툰과 미국과 일본 등 타 글로벌 서비스 지역에서 인기를 얻은 작품들을 추가해 장르의 다양성도 넓힌다. 또 오는 7월 프랑스에서 셋째 웹툰 공모전을 진행할 예정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지난해 7월 진행된 제2회 웹툰 공모전에 1200여 명의 지원자가 몰리며 웹툰에 대한 현지 창작자의 관심이 높아졌음을 증명했다”며 “독일에서도 올해 하반기부터 현지 작가 등용문 시스템인 ‘캔버스(CANVAS)’를 가동해 현지 창작자 발굴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웹툰을 앞세운 양 사의 해외 비즈니스에 신임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창업자’와 ‘전임 CEO’가 나선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지난 3월 29일 열린 카카오 주주 총회에서는 카카오픽코마의 역할이 강조됐다. 카카오는 향후 해외 시장 확대에서 카카오픽코마를 필두로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특히 이사회 의장에서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으로 자리를 옮긴 김범수 창업자가 직접 글로벌 사업을 챙길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 웹툰과 관련 IP 산업을 수행 중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2024년까지 글로벌 거래액을 3배까지 성장시킬 계획이다.

한성숙 네이버 전 대표는 유럽사업개발 대표에 선임됐다. 유럽사업개발 대표는 네이버가 유럽에서 시작한 웹툰과 IP 등 콘텐츠·커머스 사업에 기술력을 전파하고 제휴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한 대표는 5월에 출국해 스페인·프랑스·한국을 오가며 유럽 사업을 직접 챙길 예정이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