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제주맥주 등도 신제품으로 ‘맞불’…여름 성수기 앞두고 ‘격전’ 예고
[비즈니스 포커스] 최근 맥주업계의 화두는 신세계의 맥주 시장 진출이다. 이마트 자회사 신세계엘앤비(L&B)는 최근 발포주 ‘레츠 프레시 투데이(이하 레츠)’를 출시했다. 신세계엘앤비는 와인 수입을 주력으로 해왔던 이마트의 자회사였지만 최근 맥주를 찾는 소비자들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추세를 반영해 신시장 진출을 결정했다. 신세계엘앤비는 레츠를 앞세워 종합 주류 유통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전략을 세웠다.신세계가 맥주 사업에 진출하면서 맥주업계에 ‘전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편의점(이마트24)부터 대형마트(이마트)까지 탄탄한 유통망을 갖춘 신세계가 이 시장에 진입한 만큼 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맞서 오비맥주·제주맥주 등 기존 맥주 시장의 강자들도 소비자 니즈에 발맞춘 이색 신제품을 출시하며 맞불을 놓고 있다. 올여름 ‘신상 맥주’ 대전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워질 조짐이 보인다.오비맥주, ‘카스 화이트’ 앞세워 밀맥주 공략업계에서는 신세계엘앤비의 향후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레츠는 4월부터 편의점과 대형마트 등에서 본격적으로 판매에 들어갔다. 향후 유흥 시장에까지 유통망을 넓힐 계획이다.
신세계엘앤비는 레츠의 특징으로 ‘뛰어난 가성비’를 꼽았다. 레츠는 맥아 비율 9%, 알코올 도수 4.5도로 500mL 캔 기준 판매 가격이 1800원이다.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국산 맥주(약 2500원)와 국산 발포주(약 1600원)의 중간 가격이다. 기존 발포주보다 조금 비싸지만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신세계엘앤비에 따르면 레츠의 실제 전체 보리(보리+보리 맥아) 함량은 물을 제외한 원료 내 비율 환산 시 99%에 달한다. 한국에서 유통되는 국산 맥주와 비슷한 수준으로 기존 발포주보다 가격을 약간 높게 책정했지만 그만큼 뛰어난 맛을 구현했다는 설명이다.
레츠는 캔 맥주로만 출시됐음에도 불구하고 식당과 술집 등 유흥 시장까지 공략할 계획이어서 업계를 더욱 긴장하게 만든다. 실제로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레츠는 일부 식당 등에서 판매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성비를 앞세워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후문이다.
김설아 신세계엘앤비 파트장은 “식당과 술집 등에서 현재 레츠캔은 29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며 “비록 유흥 시장에서 낯선 형태인 캔 제품이지만 일반 병맥주는 물론 생맥주보다 싼 가격 때문에 판매처가 늘어날수록 찾는 소비자들 역시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맥주업계에 떠오르는 신흥 강자는 또 있다. 교촌F&B(이하 교촌)다. 교촌은 지난해 중순께 유명 수제 맥주 업체인 문베어브루잉을 인수하며 맥주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말 3종의 수제 맥주를 출시했다.
하지만 큰 반응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했다. 소비자들의 구매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촌의 수제 맥주는 주로 교촌치킨 점포와 일부 편의점(세븐일레븐)에서만 판매돼 소비자들이 쉽게 만나기 어려웠다.
올해는 사정이 달라졌다. 최근 교촌은 자사가 생산하는 수제 맥주를 롯데백화점에 입점시키는 데 성공했다. 회사 관계자는 “계속해 유통망을 확대해 더 많은 소비자들이 교촌의 수제 맥주를 맛볼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의 강자들도 이들에 맞서 신제품 출시에 시장 방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오비맥주는 약 7년 만에 주력 브랜드인 ‘카스’의 신제품을 내놓았다. 주인공은 밀맥주인 ‘카스 화이트’다. 세븐브로이가 생산한 ‘곰표 밀맥주’ 등 수제 맥주 업체들이 돌풍을 일으킨 밀맥주 시장을 ‘국민 맥주’라고 불리는 카스 브랜드로 공략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제품이다.
오비맥주에 따르면 카스 화이트는 수많은 소비자 설문조사와 내부 테스트를 거친 뒤 출시한 야심작이다. 오비맥주는 카스 화이트가 새 주력 제품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비맥주는 또 지난해 설립한 수제 맥주 협업 전문 브랜드인 ‘코리아브루어스콜렉티브(KBC)’를 통해서도 올해 다양한 제품들을 만들어 낼 계획이다. KBC는 타 업종의 유명 브랜드나 수제 맥주 업체들과 오비맥주가 직접 머리를 맞댄 협업 제품을 만들기 위해 설립됐다. 일례로 지난해 아웃도어 브랜드 노르디스크와 함께 ‘노르디스크맥주’를 선보였다. 오비맥주는 올해도 여러 협업 제품들을 KBC의 주도 아래 출시할 방침이다. 지난해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제주맥주도 색다른 맥주를 앞세워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업계 최초로 연예 기획사인 AOMG와 협업해 ‘AOMG 아워에일’을 발매했다. 음악을 들으며 맥주를 마실 수 있는 ‘신개념 음악 맥주’라는 콘셉트다.
제품 패키지에 부착된 QR 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찍으면 디지털로 구현된 AOMG 아티스트의 프라이빗 공간에 입장할 수 있다. 맥주를 사야만 입장할 수 있는 일종의 초대장인 셈이다. 제주맥주 관계자는 “이를 실행하면 아티스트가 직접 고른 맥주와 어울리는 플레이리스트가 재생돼 마치 아티스트와 함께 맥주를 마시는 것 같은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출시된 제품은 AOMG 소속 아티스트인 사이먼 도미닉(쌈디)과 함께했고 앞으로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AOMG 아워에일을 통해 소비자들과 만나게 된다.
▶박스 인터뷰
이진영 제주맥주 PM
“AOMG 맥주 완판, 5월 두 번째 플레이리스트 공개” 제주맥주의 ‘AOMG 아워에일’은 출시와 함께 빠르게 입소문을 타며 단숨에 시장에 안착했다. 편의점 CU는 현재 AOMG 아워에일을 업계에서 단독으로 판매 중인데 초도 물량인 20만 개가 완판되며 소비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이 맥주를 직접 기획한 이진영 제주맥주 PM(Product Manager)은 “QR 코드로 스타와 간접적으로 만날 수 있는 이색적인 상품과 마케팅 전략이 소비자들에게 먹혀들었다”며 “올해 제주맥주의 돌풍을 이어 갈 제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이 PM에게 AOMG 아워에일 출시 과정과 계획을 들어봤다.
독특한 맥주를 출시했다.
“‘아워에일’은 2020년 11월 현대카드와 협업해 탄생한 제주맥주의 브랜드다. 기존 맥주 시장에서 볼 수 없던 이종 산업 간의 컬래버레이션으로 고객들에게 신선함을 전달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었다. 문제는 다른 회사에서도 하루가 멀다고 협업 제품들이 쏟아진 것이다. 소비자들이 머지않아 ‘협업 맥주’ 자체에 피로감을 느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이번에 출시한 신개념 음악 맥주 AOMG 아워에일이다.”
출시 과정에서 가장 신경을 썼던 부분은 무엇인가.
“AOMG 아워에일을 만드는 과정에서 ‘맥주로 어디까지 경험할 수 있을까’를 주제로 숱한 고민을 했다. 그 결과 맥주가 플랫폼 역할을 하는 형태의 제품을 고안해 냈다. QR 코드를 바꿔 아티스트와 음악을 주기적으로 교체하는 것이 가능한 만큼 소비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새로운 느낌의 맥주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연예 기획사인 AOMG와 협업하게 된 배경도 궁금하다.
“제주맥주와 함께 새로운 맥주 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을 만한 가치관과 철학을 가진 파트너사를 물색했다. 많은 후보들이 있었는데 그중 음악 장르를 경계 없이 넘나들고 다양한 개성의 아티스트들이 소속돼 있는 AOMG가 눈에 들어왔다. 함께 맥주를 만들면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결론 내리고 제주맥주 측에서 먼저 AOMG에 러브콜을 보냈다. 아워에일의 철학을 담은 제안서를 전달했는데 AOMG가 흔쾌히 요청에 응해 줬고 협업까지 이어지게 됐다.”
또 어떤 맥주를 출시할 예정인가.
“이번엔 힙합 아티스트 사이먼 도미닉이 고른 음악을 즐길 수 있게 제품을 출시했는데 향후에도 계속해 AOMG 소속 아티스트들과 만날 수 있는 제품들을 순차적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사이먼 도미닉의 뒤를 이은 둘째 아티스트의 영상을 담은 AOMG 아워에일은 5월 초 공개된다. 아직 누구인지 밝힐 수 없지만 기대해도 좋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