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 금액 할인하고 리터당 할인율도 높여
포인트로 적립돼 현금처럼 사용 가능

[비즈니스 포커스]
그래픽=박명규 기자
그래픽=박명규 기자
#1 부업으로 자동차를 이용해 배달업을 하는 A 씨는 최근 고민이 생겼다. 코로나19 사태로 배달 주문이 급증하면서 음식 배달이 본업보다 쏠쏠했었는데 기름값이 오르면서 수익이 쪼그라들고 있다. A 씨는 “퇴근 후 서너 시간 일하면 5만원 이상은 벌 수 있었는데 요새는 2만원이 겨우 넘는다”고 말했다.

#2 서울에서 평택으로 출퇴근하는 B 씨는 최근 주머니 사정이 빠듯하다. 기름값이 갈수록 올라가면서 주유비 지출이 커졌기 때문이다. 회사가 외곽에 있어 대중교통 이용도 쉽지 않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가가 급등하면서 운전자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한국에선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이 지난 3월 리터당 2000원을 돌파했다. 전국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2000원을 넘은 것은 2012년 10월 이후 약 9년 5개월 만이다.

휘발유 값의 고공 행진 속에 기름 한 방울이 아쉬운 만큼 단돈 10원이라도 주유비를 아끼기 위해 자신에게 맞는 신용카드를 골라 전략을 마련해 보자.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카드 등 카드사 주유 할인 카드의 혜택을 짚어 봤다.
결제 금액 할인이 대세
유가 상승세 속에 카드사들이 주력으로 내놓은 ‘주유 할인 카드’는 기름값 결제 금액에서 일정 비율 할인을 제공하는 형태다. 기름값이 오를 때는 리터당 할인형보다는 주유 금액에서 할인해 주는 정률 할인형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카드사 상품별로 차이가 있지만 최대 15%의 주유 할인을 제공한다. 또 편의점·카페 등 생활 밀착형 업종과 관련해 높은 혜택을 담았다.

카드업계 1위인 신한카드의 딥 오일(Deep Oil)은 주유 금액 기준의 10%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이용 편의성을 높인 주유 특화 상품이다. GS칼텍스·SK에너지·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중 소비자가 직접 1개 정유사를 선정, 해당 정유사 이용 금액의 10%를 할인받을 수 있다. 정유사는 연 1회 변경할 수 있다. 조건은 전월 실적 30만원 이상이고 연회비는 1만원대다.

이 밖에 차량 서비스는 정비소인 스피드메이트와 전국 모든 주차장 이용 금액의 10%를 할인해 준다. 정비소는 오프라인 현장 결제만 가능하고 주차장은 주차장 업종으로 등록된 신한카드 가맹점에 한해 제공한다. 편의점·카페 이용 등 생활 소비와 영화 등 문화 지출 관련 할인 서비스도 제공한다. 생활 서비스는 GS25·CU 편의점과 스타벅스·이디야커피점·택시 등을 이용할 때 각각 5% 할인율을 적용한다. 영화 서비스는 롯데시네마 일반관에서 5000원 현장 할인 받을 수 있다.

다만 카드 할인 혜택은 전월 이용 금액에 따라 차등을 뒀다. 전월 이용 금액이 30만원 이상 70만원 미만은 주유·차량·생활 서비스 월 이용 금액 한도가 각 1만5000원이고 영화 서비스 월 제공 횟수 한도는 1회다. 전월 이용 금액 70만원 이상이면 주유·차량·생활 서비스 월 이용 금액 한도는 각 3만원, 영화 서비스 월 제공 횟수 한도는 2회로 늘어난다. 예를 들어 전월 이용금액이 40만원인 경우 주유 서비스 월 이용금액 한도는 15만원으로, 선택 정유사에서 주유 이용금액 15만원의 10%인 1만5000원까지 할인 가능하다.

할인 폭이 가장 큰 카드는 KB국민카드의 ‘탄탄대로 오토카드’다. 모든 주유소와 충전소에서 10~15%, 월 최대 5만원까지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연회비는 5만원으로 1만원대인 다른 카드사의 상품과 비교해선 높은 편이다. 조건은 전월 실적 50만원 이상이다. 차량 정비·부품·인테리어, 주차장, 세차장, 기타 차량 서비스 업종에서도 10% 할인되고 자동차보험 연 1회 2만원 할인 등의 혜택도 제공한다. 통신 요금 자동 납부와 편의점 등 생활 혜택도 갖췄다.

주유 시 포인트를 쌓아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카드도 있다. KB국민카드의 ‘KB국민 이지오토(Easy auto) 티타늄카드’는 SK와 GS칼텍스의 주유소 또는 충전소 이용 시 전월 이용 실적에 따라 월 최대 3만 점까지 리터당 150점이 포인트로 적립된다. 전월 이용 실적이 50만원 이상이면 월 최대 1만 점, 100만원 이상이면 월 최대 2만 점, 150만원 이상이면 월 최대 3만 점까지 포인트가 쌓인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1포인트가 1원의 가치를 가지기 때문에 계좌 이체를 통해 현금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서 “카드 이용 대금 결제, 현금처럼 계좌 이체, 포인트 전환(네이버페이, 항공 마일리지 등), 국카몰(국민카드 회원 전용 쇼핑몰) 쇼핑 등 다양한 방식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차량 정비·세차장·자동차 보험료 등 자동차 관련 적립 혜택도 있다. 전월 이용 실적이 50만원 이상이면 차량 정비·주차장·세차장 등 차량 관련 업종에서 월 최대 1만 점까지 이용 금액의 5%가 포인트로 쌓인다. 자동차보험료는 건당 10만원 이상 결제 시 1년에 한 번 1만 점이 적립된다. 영화·제과·아이스크림·편의점 등 생활 밀착 업종에서 추가 적립 혜택도 누릴 수 있다. 이때 전월 이용 실적 조건과 적립 한도 제한 없이 국내외 모든 가맹점에서 이용 금액의 0.2%가 포인트로 적립된다.
범용과 특화 상품으로 혜택 확대
반면 롯데카드는 리터당 할인형 카드를 선보였는데 리터당 할인 금액을 높이고 범용 카드와 연계해 혜택의 범위를 넓힌 것이 특징이다. 롯데카드의 로카 포 오토(LOCA for Auto) 카드는 SK에너지·에쓰오일·GS칼텍스·현대오일뱅크에서 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 매달 주유 이용 금액 30만원까지 리터당 100원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예컨대 리터당 2000원이라면 30만원 이상을 주유할 때 최대 1만5000원을 할인받게 되는 셈이다. 이와 함께 배달 애플리케이션(배달의민족·요기요)과 편의점(세븐일레븐·GS25·CU) 업종에서 건당 1만원 이상 결제 시 5%를 각각 월 5000원까지 할인해 준다. 자동차보험 업종에선 건당 30만원 이상 결제 시 1만원을 연 1회 할인해 준다.

로카 포 오토 카드는 롯데카드가 지난해 선보인 로카 시리즈 중 하나다. 로카 시리즈는 모든 가맹점에서 할인·적립 받을 수 있는 범용 혜택 카드와 맞춤형 혜택 카드로 구성됐다. 소비자는 자신의 소비 패턴에 맞게 로카 카드 1종과 로카 포 카드 1종을 선택해 2장의 카드를 세트로 발급 받는다. 마치 하나의 상품처럼 두 카드의 지난달 실적을 합산해 주기 때문에 한 카드의 실적만 달성해도 두 카드의 혜택을 모두 누릴 수 있다. 연회비는 로카·로카 포 모두 2만원이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두 카드 혜택 중 더 좋은 혜택을 자동으로 적용해 결제비용을 청구한다”며 “오는 6월 말까지 전월 이용 실적에 금융 서비스(현금서비스·카드론) 이용 금액도 포함해 주고 지난달 이용 실적을 1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낮춰 주는 이벤트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삼성카드도 지난해 말 삼성 아이디(iD) 카드 시리즈를 선보였는데 이 상품도 범용 혜택 카드와 맞춤형 혜택 카드로 구성됐다. 다만 로카 시리즈와 달리 세트 상품은 아니다. 소비자의 취향과 상황에 따라 범용 카드나 특화 카드를 이용하면 된다. 범용 카드는 ‘자동 맞춤 혜택’, ‘취향 저격 혜택’ 등 기능이 특징이다. 자동 맞춤 혜택은 소비자의 이용 내역을 기반으로 가장 많이 쓴 영역에서 할인 혜택을 자동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예를 들어 범용 혜택 카드인 iD 온(ON) 카드는 커피 전문점,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등에서 가장 많이 쓴 영역을 찾아 30% 할인 혜택을 자동으로 제공한다. 취향 저격 혜택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용자의 성향에 맞춰 상품에는 없는 혜택을 매월 추가로 제공한다. 예컨대 이용자의 소비 패턴이 매달 변하면 1월에는 편의점 할인 혜택을, 2월에는 주유 할인을 제공하는 것이다.

iD 시리즈 중 주유 특화 카드는 삼성 iD 에너지(ENERGY)다. 이 카드는 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주유소에서 1만원 이상 주유 시 1만원 할인되며 전월 실적에 따라 월 3회, 최대 3만원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PLCC)의 강자인 현대카드는 GS칼텍스와 함께 ‘에너지플러스카드 에디션2’를 선보였다. 이 카드는 최대 15%의 주유 할인을 제공한다. GS칼텍스의 에너지플러스 앱을 통해 주유하면 이용 금액의 15%, 일반 카드 결제는 1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할인 한도는 전월 카드 이용 실적에 따라 월 최대 4만원이고 연회비는 1만원이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