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등 도시 봉쇄로 글로벌 공급망 부담…세계은행, 동아시아 성장률 5.4%→5.0%

[글로벌 현장]
4월 1일 중국 상하이 창닝구에서 코로나19 검사가 이뤄지고 있다. 상하이는 지난 3월 28일부터 봉쇄에 돌입했다. (사진=연합뉴스)
4월 1일 중국 상하이 창닝구에서 코로나19 검사가 이뤄지고 있다. 상하이는 지난 3월 28일부터 봉쇄에 돌입했다. (사진=연합뉴스)
중국에서 지난 3월부터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되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은 감염자가 한 명만 나와도 주거지와 직장 등을 폐쇄하는 강력한 방역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이른바 ‘제로 코로나’ 정책이다. 상하이 등 대도시 봉쇄로 물류 대란이 발생하면서 중국은 물론 세계 경제에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광저우 “시민 모두 코로나19 검사 받아라”
중국의 ‘경제 수도’ 상하이가 3월 28일 봉쇄에 들어간 데 이어 인근 도시들로 강력한 통제가 확산되고 있다. 광둥성의 성도인 광저우는 4월 10일 시민 모두에게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검사를 받지 않으면 광저우 밖으로 이동할 수 없다. 감염자가 집중 발생한 바이윈구 등 일부 지역에는 이동 제한령도 내려졌다. 이어 4월 11일부터 1주일간 초·중·고교생들의 등교를 중단하고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했다.

광저우시는 4월 9일 11명의 감염자가 추가됐음에도 시민 모두에 대한 코로나19 검사 계획과 함께 생필품 보장 대책까지 발표했다. 국유 기업들을 동원해 물자 배송을 관리하고 전자 상거래 기업들에는 배달원을 충분히 확보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수출입상품교역회(캔톤페어) 전시관 일부를 임시 병원으로 개조했다. 보건 당국은 감염자들에게서 오미크론 BA.2 변이를 확인했고 새로운 전파가 시작됐다는 의미일 수 있다고 밝혔다.

시민들은 당국의 이런 발표를 곧 이어 나올 전면적 봉쇄의 예고로 해석했고 다수 상점들에서 사재기 현상이 발생했다. 광저우 시민들은 지난해 5~6월에도 40여 일간의 봉쇄를 경험했다.

인구 1800만 명의 광저우는 중국의 제조업 허브인 광둥성에서도 선전과 함께 쌍두마차로 꼽힌다. 3만여 개의 외국인 투자 기업이 입주해 있고 중국 4위, 세계 5위 컨테이너항인 광저우항도 자리 잡고 있다.

광저우에 앞서 허난성 정저우도 4월 7일부터 1100만 명에 대한 전수 검사에 착수했다. 정저우에는 애플의 최대 하청 업체인 폭스콘의 주력 공장이 있다.

후베이성 이창시는 인근 도시에서 감염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에 4월 12일부터 380만 명의 모든 주민을 대상으로 PCR 검사를 시작했다. 이창시에서는 최근 코로나19 감염자가 보고되지 않았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가 처음 발생한 후베이성 우한시도 최근 10여 명의 감염자가 발생하자 버스와 지하철 탑승 시 48시간 내 실시한 PCR 검사 음성 증명서 제출을 요구했다. 사실상 주민에게 이틀에 한 번씩 검사를 받으라고 한 셈이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은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주고 있다. 봉쇄 지역에선 대부분 공장과 상점의 운영이 중단된다. 트럭 운행 등 물류도 멈춘다. 항만 가동이 중단·지연되면 글로벌 공급망에도 부담이 가중된다.

전국적 봉쇄로 중국의 경기는 급속히 둔화되고 있다. 기업들의 경기 기대를 보여주는 3월 차이신 제조업구매관리자지수(PMI)는 48.1로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2월(40.3) 이후 2년여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

중국의 경기 악화는 전 세계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은행은 4월 5일 동아시아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5.4%에서 5.0%로 내렸다. 세계은행은 “중국의 강력한 코로나19 통제가 아시아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중국이 통제를 고수하면서 경기 부양에 실패하면 동아시아의 성장률이 4%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5위 규모의 광저우항은 지난해 봉쇄 당시 컨테이너 체류 시간이 평균 5일에서 20일로 늘어나면서 글로벌 운임 상승을 부추겼다. 상하이항에는 트럭 접근이 제한되면서 물류 대란이 심화되고 있다. 해운 정보 업체 제네타에 따르면 4월 둘째 주 동아시아~미국 서부 운임이 전주 대비 2% 정도 오르는 등 운임 상승세가 다시 시작되고 있다.

상하이·저장성·랴오닝성·산시성·허베이성·허난성·산둥성 등 10여 개 성의 고속도로가 방역 조치로 전면 봉쇄돼 화물차 통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달 넘게 봉쇄가 이어진 북부 지린성에선 농번기를 앞두고 비료 배급이 중단되기도 했다. 올해 식량 생산까지 타격을 입을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의 식량 부족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글로벌 식량 인플레이션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은행 UBS는 3월 말 현재 전면 또는 부분 통제 중인 중국 지역의 국내총생산(GDP)과 인구 비율을 각각 34%, 26%로 추산했다. 노무라증권은 23개 도시 2억 명이 봉쇄 상태라고 집계했다. 중신증권은 코로나19 확산과 봉쇄로 1분기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정도 떨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4월 이후 봉쇄 지역이 더욱 늘어났기 때문에 경제 피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궈하이증권은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은 봉쇄가 끝난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라며 “소비 충격은 4∼5개월, 인프라 투자 제약은 6개월에 걸쳐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 정부가 제시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 5.5%는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UBS와 세계은행은 4월 들어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5.4%에서 5.0%로 낮췄다.

중국의 봉쇄 확산이 한국 기업들에도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중간재를 중국에 수출한 뒤 완성품으로 가공해 글로벌 시장에 판매하는 사업 구조를 갖고 있기 대문에 물류 대란은 특히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상하이에는 한국 기업이 3000여 개, 광둥성에는 광저우와 선전 등 주요 도시에 1000여 개 기업이 생산 설비를 가동하고 있다. 2020년 코로나19 초기 중국이 우한과 후베이성을 봉쇄한 여파로 한국의 1분기 성장률이 0.2~0.3%포인트 떨어졌다는 분석이 있었다. 최근 봉쇄 지역이 확산되면서 그 영향이 더욱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극에 달한 불만…방역 통제 완화 요구 커져
경기 하강 압력이 거세지자 상하이는 봉쇄를 일부 해제했다. 봉쇄 보름째인 4월 11일부터 통제구역·관리통제구역·방어구역 등 3단계로 방역 수준을 구분했다. 통제구역은 7일 이내, 관리통제구역은 14일 이내에 감염자가 나온 지역으로 봉쇄 관리를 지속한다. 4월 10일 기준 통제구역은 7624곳, 관리통제구역은 2460곳, 방어구역은 7565곳으로 여전히 봉쇄된 지역 비율이 57%에 달한다. 도시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14일 이상 양성 사례가 없는 방어구역의 주민들은 집 밖으로 나갈 수 있지만 한국의 동에 해당하는 행정 단위인 가도나 진을 벗어날 수 없다. 방어구역 내 마트 등 일부 필수 업종은 단계적으로 영업을 허용한다. 방어구역에서 감염자가 나오면 다시 통제 또는 관리통제구역으로 전환된다.

상하이의 상황을 제로 코로나로 보기는 어렵다. 중국은 2020년 초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이후 우한·시안·광저우·톈진 등 여러 도시를 전면 봉쇄한 적이 있고 모두 코로나19 확산을 완전히 차단한 이후 해제했다. 이번에 상하이에서 일부 해제에 나선 것은 식량난 등으로 시민 불만이 폭발 직전인 데다 중국 전체의 경제도 악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국 안팎에선 제로 코로나 정책의 변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에 방역 장벽이 무력화되는 가운데 통제로 인한 경제·사회적 손실이 바이러스 차단보다 훨씬 크다는 지적이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은 크게 대외와 대내로 구분할 수 있다. 해외에서 중국으로 입국하는 사람에겐 최소 3주의 시설 격리를 의무화한다. 선양 등 지역에 따라선 4주의 시설 격리와 4주의 자가 격리 등 총 8주를 강제하기도 한다. 중국은 이에 앞서 비자 발급을 최소화하면서 입국자 수부터 조절하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은 가족과 2년 가까이 떨어져 지낸 중국 주재 직원들이 귀국하려고 하는 게 중국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로 꼽고 있다.

중국 내에선 감염자와 밀접 접촉자를 무조건 시설에 격리한다. 감염자가 폭증하면 컨벤션센터나 체육관 등을 임시 격리 시설로 바꿔 가면서 100% 격리를 유지한다. 감염자가 발생한 아파트 단지나 마을, 직장 건물 등은 관련자 모두가 음성 판정이 확정될 때까지 봉쇄한다. 감염자·접촉자가 방문한 지역에는 ‘시공간 접촉’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동일한 시간대에 방문한 사람들까지 모두 추적해 1주일 자가 격리를 강제하고 있다.

베이징(중국)=강현우 한국경제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