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주요국 통화 긴축으로 실물 경제 꺾여…올 하반기쯤 ‘한파’ 예상

[머니 인사이트]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지난 1월 21일 트레이더들이 마스크를 쓴 채 시세를 살피고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지난 1월 21일 트레이더들이 마스크를 쓴 채 시세를 살피고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지난해 연말 금융 시장은 2022년을 앞두고 길었던 코로나19 터널의 출구가 보인다는 기대감 등으로 새 희망을 바라보며 한 해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2022년 시작과 함께 세계 경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거대한 암초를 만나며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도 금융 시장에는 불안감이 가득한 상황이다.
완연한 봄이지만 ‘금융 시장의 겨울’은 이제 시작
국제 원자재 가격 크게 높인 우크라이나 전쟁

2월 21일 ‘러시아 특별 군사 작전’이라는 이름으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거의 두 달 가까이 지난 현재도 침공은 진행형이다. 당초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의 수일 내 압도적 승리가 예상됐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정부와 국민의 강력한 저항으로 전쟁이 장기화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을 이끌었다. 이와 함께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은 미국 등 주요국 통화 정책의 긴축 속도를 높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희망찬 기대로 시작한 2022년의 세계 경제에 다시 암울한 먹구름이 드리워진 상황이다.

앞으로의 전망도 그리 밝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작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세계 경제는 국제적 물류 대란에 따른 공급망 차질 그리고 전 세계 오미크론 확산에 따른 코로나19 확진자 급증 등으로 경기 여건이 크게 악화됐다. 물류 대란 상황과 오미크론 확산은 2022년 크게 개선될 가능성이 높았다. 이 때문에 2022년 세계 경제에 대한 예측은 일상 회복 등에 따른 경기 개선 요인이 더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의 불확실성과 예상하지 못한 주요국의 통화 긴축 가속화 등은 점진적으로 경기 하락 부담을 높이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불안 요인이 돼 가고 있다. 실제로 세계 경제의 경기 사이클을 짚어 볼 수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는 작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하락세로 전환됐다. 특히 최근에는 장기 경제 성장 추세의 기준치(=100) 수준까지 근접하며 경기 수축 국면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경기 전망이 나빠지자 금융 시장 전망 역시 불안감이 높아졌다. 최근 미국 채권 시장에서는 한때 국채 10년물과 2년물의 금리차가 역전(-)되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는 미국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채권 시장의 대표적 경기 예측 지표인 장·단기 금리차는 일반적으로 장기 금리가 단기 금리보다 높은 양(+)의 값을 가지고 장·단기 금리차의 방향성은 향후 경기에 대한 예측 지표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난 3월 말에서 4월 초에 걸쳐 일시적으로 미국 국채 10년-2년 금리가 역전됐고 이에 따라 향후 미국 경제의 경기 침체 가능성이 부각됐다. 과거 1990년 이후 미국 경제가 경험한 네 차례의 미국 국채 10년-2년 금리차 역전 당시 6개월 내에 경기 침체가 발생했다. 이는 장·단기 금리차 역전이 통화 정책 측면에서 볼 때 금리 인상이 과도하게 이뤄져 실물 경기에 부담을 주는 경제 상황으로 진행되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 5월을 기점으로 세계 금융 시장은 달러 공급 감소라는 찬바람이 대기하고 있다. 현재 미국의 통화 정책을 결정하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50%포인트 금리 인상과 미국 중앙은행(Fed)의 자산 규모 축소를 예고한 상황이다.

현재 Fed는 지난 3월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과거 Fed의 금리 인상 스텝은 0.25%포인트 단위로 진행된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Fed가 5월 FOMC에서 통상적인 금리 인상 단위의 2배인 0.50%포인트 금리 인상을 시사한 것은 통화 긴축 속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지난 3월 미국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8.5% 상승해 198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Fed는 이러한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통화 긴축 강도를 강화하는 분위기다. 특히 5월 FOMC에서는 Fed가 950억 달러 정도 자산 규모를 축소해 달러 공급이 줄어들게 되는 양적 긴축(QT) 역시 예상된다.
완연한 봄이지만 ‘금융 시장의 겨울’은 이제 시작
잘나가는 미국, 달도 차면 기운다

미국 경제는 아직까지 실물 경기가 양호한 상황이다. 현재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도 불구하고 고용 호조 등에 따라 경제 여건이 전 세계 주요국 중에서 가장 좋다고 할 수 있다. 역설적으로 이러한 실물 경제 여건이 통화 긴축 가속의 배경이다.

하지만 달도 차면 기운다는 말이 있다. 경기는 ‘경제의 사계절’처럼 등락을 반복하는 특성을 지닌다. 뜨거운 여름이 지난 미국 경제는 앞으로 가을을 지나 겨울에 들어가는 것이 순리인 것으로 보인다. 금융 시장의 겨울은 자산 가격의 하락으로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금융 시장은 장·단기 금리차 축소→주가 하락→채권 금리 하락의 순서로 겨울을 맞는다. 장·단기 금리차가 줄어든 현재는 겨울 진입의 1단계를 지나는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세계 경제는 실물 경기 둔화와 함께 금융 시장의 겨울을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올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금융 시장이 월동에 들어 갈 것으로 예상된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투자전략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