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면하기 바쁜 야구단, 선수단 운영에도 등골 휘어
성적 위해 高연봉 선수 영입하는 ‘뫼비우스의 띠’

[스페셜 리포트]
경기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올해 개막식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폭파 시구가 진행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경기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올해 개막식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폭파 시구가 진행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프로야구가 3년 만에 관중과 함께 시즌을 시작했다. 2019년 이후 처음 입장 제한 없는 리그의 시작이다.

1982년 출범한 한국 프로야구는 올해 불혹이 됐다. 한국 최고·최대 프로 리그로 자리 잡았다. 다른 종목과 달리 세계 시장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수준이 팬들을 그러모은 배경이다.

그 결과 야구에서 발생하는 경제효과는 2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자유 계약 선수(FA) 시장만 1000억원대 수준으로 성장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주춤했지만 1000만 관중 시대가 머지않았다는 관측도 낳았다.

협소한 한국 시장만 놓고 보면 프로야구에서 나오는 숫자는 성공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각 구단은 여전히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숫자로 40년 된 프로야구 시장을 분석해 봤다.


LG트윈스 78억원, NC다이노스 38억원, 두산베어스 34억원. 각 팀이 지난해 낸 적자 규모다. 다른 구단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익을 내도 규모가 작거나 아니면 적자다.

프로야구단은 큰 이익을 내는 회사가 아니다. 40년간 관련 시장이 커지고 팀도 많아졌지만 돈을 버는 구단은 없다고 봐야 한다. 과거 선수를 키운 후 팔아서 돈을 벌던 구단이 있기는 했지만 돈 안되는 프로야구 구단을 기업이 운영하는 이유도 분명히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경제적 효과 때문이다.

각 구단의 모기업은 사회 공헌 차원에서 야구단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한다. ‘어린이에게 꿈을’은 프로리그 출범 첫해의 슬로건이다. 야구장에는 꿈과 희망, 노력과 열정이 가득 담겨 있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구호다. 지역 경제 활성화와 스포츠 육성을 위해 운영 중이라는 말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적자와 계속된 투자 금액을 감수하면서도 말이다.
프로야구의 경제학, 2兆 시장에서 움직이는 10개 구단
“적자 면하자” 10개 구단의 시즌 목표

한국 프로야구는 축구·농구·배구 등 4대 프로 스포츠를 통틀어 가장 알차게 성장했다.

국민체육공단이 2010년대 초반 발표한 ‘국내 4대 프로 스포츠의 경제적 파급 효과 분석’에 따르면 프로야구의 경제 효과는 1조1838억원이다. 시장점유율은 52.9%다. 프로축구(770억원·34.8%), 프로농구(1970억원·8.8%), 프로배구(789억원·3.5%) 등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 현재 프로야구의 경제 파급 효과는 2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하지만 2조원 시장의 플레이어인 10개 구단은 매년 시즌 시작에 앞서 적자만 면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은다. 조금이라도 수익이 나면 모기업과 시장에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적자가 나더라도 1개 구단 만의 문제가 아니어서 큰 눈총은 받지 않는다.

야구단이 큰 수익을 얻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높아진 선수의 몸값에 있다. 스토브리그 시즌이 되면 심심치 않게 ‘FA 대박’이란 기사를 접한다. 어느 순간부터 ‘4년 60억 FA 계약’이 최소 기준처럼 자리 잡았다.

10개 구단 중 지난해 가장 많은 매출을 달성한 곳은 LG 트윈스(588억원)다. △광고 222억원 △사업 202억원 △브랜드 홍보 136억원 △입장료 18억원 △기타 10억원 등이다. 반면 선수단 운영비는 408억원, 구장 운영비 71억원 등 667억원을 썼다. 손실은 78억원이다. 지출 비용의 61.2%가 선수단 운영에 쓰인 셈이다.
프로야구의 경제학, 2兆 시장에서 움직이는 10개 구단
코로나19 사태도 뼈아팠다. 야구단의 수익은 관중 입장료와 중계료, 관련 물품(굿즈) 판매 등이다. 이 가운데 코로나19 사태로 관중 입장료는 2020년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1982년 출범 당시 3억원이던 방송 중계권료는 현재 600억원으로 200배 정도 늘었다. 하지만 2019년 기준 728만 명이던 관중은 2020년 32만 명으로 줄었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정책에 따라 대부분의 경기가 무관중으로 치러졌기 때문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코로나 사태 이전 10개 구단이 470여 경기를 치러 얻었던 입장권 수익은 2019년 610억원, 2018년 630억원이었다”며 “하지만 2020년 관중 숫자가 크게 줄면서 입장권 수익이 예년의 4% 수준에 그쳤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2020년 10개 구단의 실적을 보면 흑자를 기록한 구단은 키움뿐이다. 키움은 매출 310억원, 당기순이익 13억원을 달성했다. 다른 구단은 적게는 1억원, 많게는 31억원까지 적자를 냈다.

무관중 규제가 다소 풀렸던 지난해에도 상황은 좀 나아졌다. 키움·롯데·SSG·삼성 등이 흑자를 기록하기는 했다. 하지만 LG·NC·두산·KT 등은 여전히 적자다.

유호승 기자 y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