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것’ 얻는 게 협상의 전부는 아냐…미래 내다보고 우호적 관계 구축할 필요 있어

[경영 전략]
‘협력·대결·수용·회피·절충’…성공하는 협상의 5가지 법칙[이태석의 경영 전략]
협상의 성공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원하는 것을 가져오기만 하면 성공일까. 협상을 앞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민한다. 그것이 비즈니스 협상이든 아니든 말이다. 그리고 어떤 전략을 택했느냐에 따라 협상의 결과물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우선 가시적인 성과다. 예를 들어 가격이나 계약 조건이 얼마나 유리하게 책정됐느냐 하는 것이다. 목표치에 근접할수록 협상 성과는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 하지만 수치로 계산된 것이 전부는 아니다. 상대방과의 관계 또한 중요하다. 협상 후 양측의 관계가 더욱 탄탄해졌다면 또 다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반면 관계가 훼손됐다면 결코 성공했다고 할 수 없다. 이런 함수 관계를 잘 설명하는 것이 ‘관계와 결과 이원 관심 모델’이다. 예를 들어 관계를 고려해 단기적으로는 손실을 감수하는 전략을 구사할 수도 있고 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파이’를 최대화하는 전략을 세울 수도 있을 것이다. 어디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협력 전략(collaboration)’, ‘대결 전략(competition)’, ‘수용 전략(accommodation)’, ‘회피 전략(avoidance)’, ‘절충 전략(compromising)’이 있다.1.협력 전략협력 전략은 협상학에서 가장 선호하는 전략이다. 이른바 ‘윈-윈’이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상대와의 관계도 중요하다고 판단될 때 채택된다.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면서 동시에 상대와의 관계를 발전시키려는 부분에 초점이 맞춰진다.

관계와 결과에서 단기적인 이익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때 가능하다. 이때 필요한 것은 공동의 문제를 협력적으로 해결하려는 자세와 열린 대화, 상호 신뢰다. 더 중요한 요소는 헌신이다. 상대와의 이해관계와 관심사를 고려하려는 헌신, 자유롭게 정보를 제공하려는 헌신, 최고의 해결책을 찾으려는 헌신 등이 그것이다.

이런 협상은 ‘제로섬(zero-sum)’이 아닌 ‘포지티브섬(positive-sum)’이라는 결과를 가져다준다. 양측이 나눌 수 있는 협상의 파이가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가장 바람직한 협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때로는 자신의 의도와 달리 협상 상대가 대결 전략으로 맞설 수도 있다. 이때 협력 전략을 사용하면 오히려 자신에게 불리할 수 있다. 또 다른 협상 전략에서 해답을 찾아보자.2.대결 전략대결 전략은 상대방과의 관계보다 협상의 결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할 때 채택하는 전략이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협상에서 많은 이익을 챙기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통상적으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전략으로, 일시적 승리 전략(win-lose) 또는 제로섬 게임의 형태다. 협상의 파이가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고 ‘누가 많이 가져가느냐’에 몰입한다.

이런 전략은 어떤 때 채택하게 될까. 첫째, 미래에 다시 협상할 가능성이 없는 일회성 협상일 때다. 둘째, 상대와의 관계가 크게 중요하지 않거나 큰 의미가 없을 때다. 셋째, 상대가 대결 전략을 사용할 때다. 넷째, 상대가 협상에 진정성을 갖고 임하지 않을 때다. 상대에 대한 믿음이 없기 때문에 ‘너는 너’, ‘나는 나’라는 식의 협상 분위기가 지배하게 된다.

처음부터 투쟁적으로 협상하려는 사람은 별로 없다. 윈-윈하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일방이 대결 전략을 택하면서 상황이 결과 중심으로 흘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다른 한쪽도 대결 전략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이 전략의 결정적인 취약점은 잠시 이익을 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관계 악화로 더 큰 손실이 초래될 수 있다는 점이다.3.수용 전략수용 전략은 얻을 수 있는 결과보다 상대와의 관계 유지나 개선이 중요하다고 생각할 때 채택된다. 관계를 고려해 결과의 상당 부분에 대한 희생을 감수하는 전략이다. 이 전략을 채택함으로써 단기적인 이익이 물론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상대와의 관계 지속을 통해 단기적 손실을 만회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이 전략의 선택을 유인한다. 즉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반드시 힘의 열위에 있는 당사자가 선택하는 전략이라고 할 수는 없다. 우위에 있더라도 장기적 차원에서 또는 다른 협상 사안과 연계해 특정 사안에 대해 수용 전략을 선택할 수 있다. 이 전략은 협상 결과에서 져 준다는(lose to win) 의미에서 ‘양보 전략’이라고 할 수도 있다.

주의해야 할 점은 자신이 양보했다는 것을 상대에게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상대는 당신을 너무 쉽게 생각하거나 자신의 우월한 전략 덕분에 양보를 획득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양보를 한 궁극적인 목적, 즉 관계 개선이나 장기적 이익 추구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게 된다. 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당신의 양보가 상대에게 얼마나 가치가 있는 것인지를 밝히는 것이 좋다.

노련한 협상가는 비용을 적게 들이면서 상대에게 큰 효용이 있는 것을 찾은 다음 작은 양보일지라도 어렵고 힘들게 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왜냐하면 손쉽게 얻은 양보는 그만큼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4.회피 전략회피 전략은 협상 결과에 큰 관심도 없고 상대와의 관계도 크게 중요하지 않을 때 채택된다. 협상한다는 것 자체가 시간 낭비라는 생각에 협상을 지연하거나 아예 거부하는 것이다. 굳이 협상을 통하지 않고서도 해결할 수 있을 때 사용하면 좋다.

예컨대 대화가 아닌 힘이나 법정 투쟁 등을 통해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상황이다. 또는 다른 대안, 즉 ‘배트나(BATNA : Best Alternative to Negotiated Agreement)’가 있을 때다. 반면 상대는 협상 외엔 대안이 없다면 그만큼 불리한 위치에서 협상에 임하게 된다.

이 전략의 잠재적인 약점은 상대를 진정한 ‘협상 상대’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관계가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그런데 반대 상황을 생각해 보자. 자신은 협상에서 얻으려는 것이 있는데 상대가 회피 전략을 쓴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때는 ‘당근과 채찍’이라는 전략을 사용해 볼 것을 권한다. 즉 협상을 회피했을 때 상대가 입을 수 있는 위험(risk)과 협상에 임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익(benefit)을 강조하는 것이다. 협상을 회피하는 것보다 협상에 나오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을 상대에게 인식시키는 것이다.5.절충 전략절충 전략은 협상 결과와 관심에서 모두 중간에 있을 때 채택되는 전략이다. 적절한 수준의 결과와 적당한 관계 유지가 필요할 때 사용된다. 간혹 시간에 쫓겨 해결책을 이른 시간 내에 모색하지 못할 때도 종종 활용된다.

당사자 간의 관계가 너무 복잡하고 어렵거나 지나치게 긴장 상태여서 협력 관계 형성이 쉽지 않을 때도 채택된다. 그래서 이 전략은 차선책(second choice)이라고도 한다. 언뜻 보기에 결과와 관계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중간 지점에 타협하다 보면 협상이 아닌 흥정으로 변해 버린다.

흥정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흥정하다 보면 제로섬 게임의 늪에 빠지기 쉽다. 또 서둘러 봉합하다 보면 양측 모두 뭔가 찜찜함이 계속 남을 수 있다. 결국 재협상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협상을 했지만 제대로 마무리 짓지 않은 것이다.

모든 전략에는 장점과 단점이 있다. 어떤 전략이 효율적인지는 그때그때 다르다. 최적의 전략 수립은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정확한 상황 파악이 우선이다. 관계 중심인지, 결과 중심인지를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이후 자신의 선호도를 고려해야 한다. 자신에게 익숙한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협상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자신의 과거 협상 경험과 고유한 협상 원칙이 여기에 영향을 미친다. 마지막으로 상대의 협상 스타일이다. 상대가 경쟁적일 때 협력적 전략이나 절충적 전략을 구사하는 것은 결과에서 손해를 볼 수도 있고 관계도 악화될 수 있다.

그래서 때로는 특정 전략을 선택하지 않는 것도 최고의 전략일 수도 있다. 이는 협상에서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즉, 협상을 진행하면서 상대의 태도나 전략에 따라 자신의 전략을 효율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하나의 전략을 고수하다 보면 역동적으로 변하는 협상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약자라면 상대의 태도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함으로써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그렇다고 오해는 하지 말자. 전략적 유연성이 ‘무전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전략 수립에 필요한 사전 준비를 생략해도 된다는 말은 더더욱 아니다. 상대 대응에 따라 여러 경우의 수를 계산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많은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이태석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