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 조서 내용에 따라 ‘임대차보호법’상 강행법 규 위반 주장할 수 있어

[법으로 읽는 부동산]
서울의 한 상가 건물에 붙어 있는 임대 현수막.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상가 건물에 붙어 있는 임대 현수막. 사진=연합뉴스
제소전 화해조서의 문구를 잘 살펴야 하는 이유[이철웅의 법으로 읽는 부동산]


상가 건물 임대차는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제소전 화해조서를 받아둘 것을 조건으로 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있다. 임대차 계약 분쟁이 현실화되는 것에 대비한 조치다.

소송은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이 때문에 임대인 혹은 임차인의 요구에 따라 그전에 미리 확정 판결과 동일한 효력, 즉 곧바로 강제 집행할 수 있는 기판력을 갖는 조서를 받아 두기 위해 제소전 화해조서가 진행된다.

제소전 화해와 관련해 최근 대법원은 이런 판결을 내렸다. 사례를 살펴보자. 갑과 을 등이 점포에 관해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후 “갑(임차인)은 임대차 기간 만료일에 을 등(임대인)으로부터 임대차 보증금을 반환받음과 동시에 점포를 을 등에게 인도한다”는 내용의 제소전 화해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갑이 제소전 화해조서 작성 이후에도 여전히 법이 보장하는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유는 갑이 임대차 기간 만료 전 임대차 계약의 갱신을 요구한 사안에서 임대차 계약에 갑의 계약갱신요구권을 배제하는 내용이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제소전 화해조서에 오히려 계약을 갱신할 경우에 상호 협의한다고 정한 점, 임대차 계약이 기간 만료로 종료하는 경우 갑이 임대차 보증금을 반환받음과 동시에 을 등에게 점포를 인도한다고 기재돼 있을 뿐 갑의 계약갱신요구권이나 이에 관한 권리 관계에 대해서는 아무런 기재가 없었던 점도 이 같은 판결을 내린 배경이다.

즉 대법원은 제소전 화해가 확정 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고 당사자 사이의 사법상 화해 계약이 그 내용을 이루는 것이면 화해는 ‘창설적 효력을 가진다’고 해석했다.

화해가 이뤄지면 종전의 법률 관계를 바탕으로 한 권리의무 관계는 소멸하지만 제소전 화해의 창설적 효력은 당사자 간에 다툼이 있는 권리 관계에만 미치는 것이지 당사자가 다툰 사실이 없었던 사항은 물론 화해의 전제로서 서로 양해하고 있는 사항에 관해서는 미치지 않는다는 얘기다.

제소전 화해가 있다고 하더라도 화해의 대상이 되지 않은 종전의 다른 법률 관계까지 소멸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에서 앞서 살펴본 제소전 화해조서의 문구만으로는 임차인이 계약갱신요구권을 포기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반대로 위 판례에 따라 제소전 화해조서에 명시적으로 ‘임차인이 계약갱신요구권을 포기한다’는 문구를 넣었다면 임차인이 미리 계약갱신청구권을 포기할 수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상가 건물 임대차보호법(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 계약갱신요구권은 상가임대차법 제15조의 적용에 따른 강행 규정이다. 이 때문에 이에 위반된 약정으로서 임차인에게 불리한 것은 효력이 없게 된다.

제소전 화해는 당사자들의 합의(약정)에 의한 신청에 따라 이뤄진다. 이 때문에 위와 같은 제소전 화해에 의해 계약갱신청구권의 포기를 인정하게 되면 상가임대차법의 강행 규정에 반하게 된다고 볼 여지가 있다.

다만 대법원은 “재판상의 화해를 조서에 기재한 때는 그 조서가 확정 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고 당사자 간에 기판력이 생기는 것이므로 확정 판결의 당연 무효와 같은 사유가 없는 한 재심의 소에 의해서만 효력을 다툴 수 있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재심의 소로 다투는 것을 따로 생각해 보면 일단 위와 같은 내용의 문구가 들어간 제소전 화해조서가 성립되면 계약갱신청구권의 포기가 유효한 것으로 인정하는 편이다. 따라서 임차인은 임대인이 위와 같은 문구를 넣은 제소전 화해조서 작성을 강요하는 경우 강행 법규 위반이라는 것을 적극적으로 주장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철웅 법무법인 밝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