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감속·급가속 없이 '안전 운전'하면 혜택 주는 서비스도 눈길

[비즈 포커스]
MZ세대 사로잡은 캐롯…주행 거리만큼만 내는 후불 보험료 적중
“갑작스러운 사고에 많이 놀라셨죠? 보내 드린 커피 한잔으로 조금이나마 편안한 시간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막 운전을 시작한 지 세 달이 조금 넘은 초보 운전자 이 모 씨. 출근길에 그만 다른 차량과 작은 접촉 사고가 나고 말았다. 차량이 살짝 긁힌 정도의 작은 사고지만 충돌 사고는 처음이라 잔뜩 얼어 있는 이 씨는 부랴부랴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앱)을 열고 사고 접수를 마쳤다. 커피 쿠폰과 함께 ‘이제부터는 캐롯이 알아서 처리하겠다’는 문자가 온 직후 보험사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한국 1호 디지털 손해보험사인 캐롯손해보험(이하 캐롯손보)의 성장세가 심상치 않다. 캐롯손보는 한화·SK텔레콤·현대자동차·알토스벤처스·스틱인베스트먼트 등 국내외 대형 투자사들이 합작해 2019년 설립됐다.

캐롯손보의 주력 상품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겨냥한 ‘퍼마일자동차보험’이다. 한국 최초로 주행 거리와 연계한 보험료를 산정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2020년 첫선을 보인 이후 출시 11개월 만에 누적 가입 건수 10만 건을 돌파한 뒤 지난해 12월 40만 건, 올해 3월 50만 건을 넘어섰다. 한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 중인 보험사다. 늘어난 고객 수만큼 자동차보험의 매출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캐롯손보의 발표에 따르면 2021년 3분기까지 들어온 자동차 보험료는 948억원으로 전년 대비(97억원) 98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 고객인 ‘MZ세대 공략’은 최근 한국 보험업계의 가장 큰 화두다. 하지만 취향과 기준이 뚜렷한 MZ세대의 눈길을 끄는 것은 그만큼 쉽지 않은 도전 과제이기도 하다. 캐롯손보가 까다로운 MZ세대의 마음을 잡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MZ세대 사로잡은 캐롯…주행 거리만큼만 내는 후불 보험료 적중
“탄 만큼만 내세요” MZ세대 인기 비결은 합리성

이제 막 운전을 시작한 사회 초년생들에게 연 100만원에 가까운 돈을 내는 자동차보험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캐롯손보가 ‘퍼마일자동차보험’을 통해 공략한 지점이기도 하다. 보험료를 전액 선납하는 기존 자동차보험과 달리 매월 쪼개 보험료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보험 가입자가 한 번에 지불해야 하는 보험료의 부담을 낮췄다.

여기에 또 하나 퍼마일자동차보험의 중요한 차별점이 더해진다. 주행 거리 연계형 자동차보험이라는 점이다. 실제 주행 거리와 연동한 자동차보험은 미국 등에서는 메트로마일·올스테이트 등의 보험사가 도입해 인기를 얻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캐롯손보가 유일하다.

퍼마일자동차보험 월 정산형 가입자들에게는 보험 가입 후 ‘캐롯플러그’라는 조그마한 디바이스가 배달된다. 이 기기를 자동차에 장착하면 위성항법장치(GPS) 신호를 통해 실시간으로 주행 거리가 측정된다. 보험 가입자는 매월 기본료에 그 달의 주행 거리에 따른 보험료를 더해 후불로 납입한다.

물론 캐롯손보는 고객의 선택권 보장을 위해 월 정산형과 별도로 연납 후 정산형도 운영하고 있다. 이 경우 보험 가입자는 계약 때 보험료를 일시 납부하고 1년 후 만기 시점에 실제 운행한 거리에 따라 킬로미터 단위로 정산하게 된다. 연간 일정 km 이하로 주행하면 일정 금액을 환급 받게 된다.

퍼마일자동차보험의 핵심 장치라고 할 수 있는 ‘캐롯플러그’는 주행 거리 측정 외에도 중요한 기능이 있다. 사고가 났을 때 캐롯플러그의 SOS 버튼을 누르면 고객센터의 ARS 전화로 자동 수신된다. 사고 접수를 위해 고객센터에 따로 전화할 필요 없이 빠른 접수가 가능한 만큼 2차 사고를 방지하는 데도 효과가 있다는 것이 캐롯손보 측의 설명이다. 캐롯플러그의 SOS 버튼 외에도 캐롯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서도 사고 접수가 가능하다.

김재환 캐롯손해보험 상무는 “정보기술(IT)을 접목한 신개념 자동차보험으로 기존 자동차보험의 틀을 깼다는 점에서 혁신적인 서비스로 평가받고 있다”며 “특히 매월 후불로 보험료를 결제하는 합리적인 시스템이 MZ세대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온라인에는 긍정적인 후기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가장 많이 눈에 띄는 부분은 역시 “평소 운전을 많이 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그 누구보다 합리적인 자동차보험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1년 주행 기준 1만km 이하인 운전자들에게는 개인의 차량 이용 패턴과 관계없이 1년 치 보험료를 미리 지불하는 방식의 기존 자동차보험들과 비교해 유리한 선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그렇다면 자동차를 적게 타는 이들에겐 유리하지만 평소 주행 거리가 긴 운전자라면 보험료 부담이 더 커지는 것은 아닐까. 실제 1년 주행 거리가 1만5000km를 넘어서는 운전자라면 더욱 저렴한 다른 선택지가 있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김 상무는 “주행 거리가 짧을수록 보험료 측면에서 유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주행 거리가 길다고 해서 더 불리해지지는 않는다”고 답한다. 현재 한국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연간 주행 거리 2만4000km를 최대 기준으로 보험료를 산정하는데 이는 캐롯손보 또한 마찬가지다. 연간 주행 거리가 2만4000km를 넘어서면 주행 거리가 더 늘어나더라도 추가 요금을 받지 않는다.

김 상무는 “MZ세대는 단지 보험료가 얼마나 저렴한지를 기준으로 삼기보다 ‘얼마나 합리적인지’를 더 중요한 기준으로 본다”며 “많이 탄 달엔 많이 내고 적게 탄 달엔 적게 낸다는 것 자체를 긍정적인 요인으로 평가하는 고객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더해 캐롯 모바일 앱을 통해 매달 기본 보험료와 주행 거리에 따른 보험료를 투명하게 보여주는 방식 또한 이와 같은 ‘합리성’을 강조하는 데 효과가 컸다는 분석이다.
MZ세대 사로잡은 캐롯…주행 거리만큼만 내는 후불 보험료 적중
“우리는 핀테크 회사” 직원 50%가 디지털 인력

이와 관련해 김 상무가 또 하나 강조하는 지점이 있다. 바로 ‘안전 운전 캠페인’이다. 퍼마일자동차보험 가입자들은 운전을 하고 나면 주행 거리에 따라 ‘안전 운전 포인트’를 지급받게 된다. 이 포인트를 적립해 보험료 납부 등에 현금처럼 이용할 수 있다. 김 상무는 “안전 운전 포인트는 평소 안전 운전을 하는 가입자들에게 혜택을 제공해 보험료를 낮추는 효과를 내도록 하는 것”이라며 “예를 들어 주행 거리가 늘어날수록 안전 포인트 또한 증가하는 만큼 혜택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캐롯손보가 이처럼 평소 가입자들의 ‘안전 운전’ 습관을 만드는 데 공을 들이는 이유는 또 있다. 보험사로서도 가입자들이 안전 운전을 통해 사고가 줄어든다면 사고 처리 등에 들어가는 비용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캐롯손보도 한때 높은 자동차보험 손해율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가입 시 1년 치 보험료를 한 번에 납입하는 일반적인 자동차보험과 달리 매월 후불제로 보험료를 납부하는 방식이 영향을 미쳤다. 보험료는 나눠서 들어오는 데 비해 보험금 지급은 한 번에 큰 비용이 나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고객 수가 증가하면서 어느 정도 해결되는 부분으로, 지난해 150%였던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은 현재 100% 초반까지 개선된 상황이다.

이와 같은 특성을 감안할 때 안전 운전 캠페인은 보험사가 우량 고객을 확보함으로써 손해율을 관리하고 보험 가입자 또한 이를 통해 보험료를 낮추는 ‘윈-윈’ 구조가 되는 셈이다.

캐롯손보는 현재 또 다른 도약을 준비 중이다. 지금처럼 ‘주행 거리와 연계한 보험’을 뛰어넘어 ‘안전 운전 습관’과 연계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급감속·급가속 등 주행 습관 외에도 차로 이탈이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지, 노란불일 때 과속하는지, 멈추는 지와 같은 실제 운전 습관을 보험료와 연동하는 행위 기반 자동차보험(BBI : Behavior Based Insurance) 상품을 준비 중이다.

물론 쉽지는 않다. 인공지능(AI)을 포함해 다양한 기술이 요구되는 것 외에도 실제 운전자들의 행동을 분석하고 이를 보험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많은 연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운전 중 휴대전화를 만지는 횟수가 많다면 이는 분명 사고율을 높이는 중요한 요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운전자들이 스마트폰으로 내비게이션을 보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단순히 ‘휴대전화를을 만지는 횟수’만으로 안전 운전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김 상무는 “일반적으로 보험사의 디지털 인력이 5~10%인 것과 비교해 캐롯손보는 전 직원의 50%가 디지털 인력으로 구성돼 있다”며 “사내 문화 자체도 보험사라기보다 핀테크 회사라고 봐야 한다”고 정체성을 강조했다. 실제 보험 상품 하나를 개발하기 위한 접근 방식 자체도 일반 보험사와 상당히 다르다는 설명이다. 상품을 개발한 뒤 이를 앱 등을 통해 어떻게 디지털로 옮길지 고민하는 방식이 아니라 처음부터 디지털 기술과 보험 상품을 결합해 고객들이 현재 겪고 있는 불편함을 해소할지에 더 방점을 찍고 있다. 향후에는 자동차보험을 넘어 ‘아파트 층간 소음 이사 보험’ 등 생활 밀착형 보험 상품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김 상무는 “단순히 IT를 활용하는 것을 넘어 이를 어떻게 적용해야 실제 고객들의 불편을 해결할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며 “MZ세대의 호응을 얻고 있는 ‘퍼마일자동차보험’처럼 각자의 상황이나 필요에 따라 합리성과 투명성을 강조한 보험 상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