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시대의 헬스케어 스타트업①장지호 닥터나우 대표]

"1년 새 이용자 80배 늘어…코로나19 끝나도 원격 진료 수요 여전할 것"
[사진=김기남 기자]

한국에서 원격 의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된 지 2년이 지났다. 2019년 스물두 살의 의대생이 창업한 ‘닥터나우’는 지난 3월까지 400만 명이 거쳐간 한국 1위 원격 의료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이용자는 1년 만에 80배 뛰었다.

초기 스타트업이 겪는다는 ‘죽음의 계곡(데스밸리)’도 피해 갔다. 지난해 소프트뱅크벤처스를 비롯한 유수의 벤처캐피털에서 10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고 4명으로 시작한 조직은 60명을 품을 정도로 커졌다.

2020년 원격 의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되면서 원격 의료의 수요가 급증했다. 최근까지 열이 37.5도가 넘으면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기 전까지 환자를 받아 주는 병원이 없었다. 코로나19로 인한 발열이 아니더라도 음성 판정을 받기까지 하루 정도를 꼬박 기다려야만 했다. 닥터나우는 이렇게 발생한 의료 공백을 채우며 성장했다. 환자가 언제 어디서든 닥터나우 애플리케이션(앱)에 들어가 증상과 의사를 선택하면 원격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병원에 갈 필요 없이 전화나 화상으로 진료를 받으면 배달 업체가 약을 집 앞에까지 배송해 준다.

승승장구해 온 닥터나우는 이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정부가 임시 허용한 원격 의료는 ‘코로나19 상태가 심각 단계일 경우’라는 조건이 붙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 닥터나우 사무실에서 만난 장지호 대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원격 의료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는 꾸준할 것”이라며 “지금은 원격 의료를 허용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가 아니라 원격 의료를 언제, 어떻게,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와 발전적인 규제 방안이 오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장 대표는 의대에 진학할 때부터 원격 의료 플랫폼 창업을 꿈꿨다. “수술로 한 명을 살리는 것도 의사의 일이지만 의료 문턱을 낮춰 1000명에게 편리함을 주는 것도 의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했죠.”

장 대표는 원격 진료가 불법이던 2019년 약 배달 서비스로 먼저 창업했다. 원격 의료까지 서비스를 확대한 것은 원격 의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된 2020년부터다. 1997년생 의대생이 의료계에서는 ‘금기어’에 속하는 원격 의료 서비스에 나서자 주변에서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장 대표는 창업 이후 하나부터 열까지 발로 뛰었다. 약 배달부터 코딩, 디자인까지 직접 참여했다. “원격 의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된 후에도 6개월간은 의사와 약사들도 그 사실을 잘 몰랐어요. 병원 및 약국과 제휴하기 위해 한양대 의대 사진 동아리 명부를 펼쳐 30년 전 선배들까지 만나 설득했고 동업자들과 1주일간 약 1000개의 병원과 약국을 돌아다니며 서비스를 키웠어요.”

제휴 병원 수익 1995% 상승

코로나19 사태의 확산으로 환자가 줄어든 동네 의원과 약국에도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닥터나우 제휴 의료 기관은 지난 1월 360곳에서 3월 900곳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원격 의료를 통한 수익성도 입증됐다. 지난 1분기 닥터나우 제휴 의료 기관의 수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995% 상승했다. 제휴 의료 기관의 이용량은 전년 대비 약 20배 증가했다. 병원은 월평균 700여 건의 비대면 진료를 수행했고 약국은 월평균 440개의 처방전을 접수해 약을 조제했다.

장 대표는 “최근 코로나19 사태의 확산으로 폐업 위기에 놓였던 약국에서 ‘살려줘서 고맙다’는 피드백을 받았다”며 “원격 의료를 반대하던 의료업계도 이제는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체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닥터나우는 원격 의료의 실효성과 편의성을 데이터로 증명하는 게 목표다. G7 국가 중 원격 의료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한국의 의료 접근성이 높아 원격 의료의 필요성이 낮다고 지적한다.

장 대표는 이런 주장에 대해 “병원은 점심시간과 퇴근 후 사람이 몰리게 돼 있다”며 “이 외 시간에는 응급실로 가다 보니 응급실 과밀화 현상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원격 진료가 응급실 과밀화를 해소하고 경증 환자들이 1차 의료 기관으로 향하게 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원격 진료의 79%가 동네 의원에서 이뤄졌다. 상급종합병원 진료율은 8% 정도였다. 약물 오남용 등의 문제 역시 의약품 안전 사용 서비스(DUR)를 통해 데이터화되기 때문에 현재의 기술로도 이를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닥터나우의 미래는 불확실하다. 닥터나우가 현재 시행하고 있는 원격 진료와 의약품 배달 모두 정부에서 원격 의료 한시적 허용을 끝내면 다시 불법이 된다. “원격 의료가 논의되기 시작한 지 30년이 지났어요. 지금 원격 의료에 대한 논의가 한 발짝 나아가지 않으면 30년 뒤에도 똑같은 얘기를 하고 있을 겁니다.”

장 대표는 토스가 금융 규제의 벽을 넘었듯이 의료 규제의 벽을 넘고 싶다고 말한다.
“한국에서 간편 송금 서비스가 시작됐을 때 하루 최대 한도는 10만원이었습니다. 간편 송금이 위함하다는 이유에서였죠. 원격 의료를 막는 법들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지금처럼 보급되기 전에 생겨났습니다. 이 법을 기준으로 국민적 수요를 함부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