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군 입대 이슈에 요동치는 주가, 게임·플랫폼 등 비엔터 분야 키워야

[비즈니스 포커스]
 BTS는 지난 4월 1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공연을 성공적으로 끝마쳤다. (사진=하이브)
BTS는 지난 4월 1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공연을 성공적으로 끝마쳤다. (사진=하이브)
사회적 거리 두기가 본격 해제되면서 여행과 엔터테인먼트(이하 엔터) 등 ‘리오프닝’ 관련주가 급등하고 있다. 엔터업계의 대장주인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 ‘하이브’는 많은 리오프닝주 중에서도 가장 많은 기대를 얻고 있다. 여전한 BTS의 글로벌 영향력을 감안하면 향후 상승 가능성은 더욱 높아 보인다.

하지만 하이브엔 몇 가지 숙제가 있다. 당장 투자자들은 하이브를 지금의 규모로 성장시킨 ‘BTS’의 공백을 어떻게 채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얼리전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를 관람하기 위해 팬들이 줄을 서 있다. (사진=하이브)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얼리전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를 관람하기 위해 팬들이 줄을 서 있다. (사진=하이브)

여전히 부재 중인 ‘넥스트 BTS’
미국 라스베이거스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마친 BTS에게 때아닌 ‘병역 특례’ 이슈가 불거졌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4월 9일 열린 기자 회견에서 하이브 관계자는 BTS 멤버들의 병역 문제에 대해 밝혔다. 그간 직접적인 언급을 피해왔던 것과는 다소 달라진 행보였다.

이진형 하이브 최고커뮤니케이션담당자(CCO)는 “최근 몇 년간 병역 제도가 변하고 있고 시점을 예측하기 어려워 아티스트가 힘들어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국회에 계류 중인 병역법 개정안의 결론을 조속히 내려 줄 것을 요구했다. 만약 BTS 멤버들이 순차적으로 군대에 입대한다면 ‘BTS 완전체’를 보기 위해서는 최소 5년을 기다려야 한다.

병역 문제가 이슈가 되자 하이브의 주가가 덩달아 요동치기도 했다. BTS의 공백은 하이브의 매출에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BTS의 비율이 높다는 점은 하이브의 가장 큰 약점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하이브는 2019년부터 여러 레이블을 인수함으로써 다양한 아티스트를 영입했다. 현재 활동하는 아티스트로는 플레디스 소속의 세븐틴과 프로미스나인, 빌리프랩 소속 엔하이픈이 있다. 또 2019년 데뷔한 빅히트뮤직 소속의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데뷔 전부터 BTS의 동생 그룹이라고 불리며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하이브에서 BTS가 차지하는 비율은 절대적이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하이브의 영업이익 1903억원 중 BTS가 소속된 빅히트뮤직의 영업이익이 67%인 1270억원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플레디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24억원 수준이었다.

‘넥스트 BTS’의 발굴은 하이브에는 여전한 숙제다. 병역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는 이상 BTS 멤버들은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입대해야 하기 때문에 공백을 피할 수 없다.

올해 하이브가 출격시킬 신인 그룹에 자연스럽게 시선이 쏠린다. 먼저 하이브와 레이블 쏘스뮤직이 협력해 론칭한 걸그룹 ‘르세라핌’이 5월 2일 첫 미니 앨범을 발매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직접 앨범 총괄 프로듀싱을 맡으며 지원 사격에 나섰다.

이른바 ‘민희진 걸그룹’으로 알려졌던 하이브의 신규 레이블 어도어가 론칭하는 걸그룹은 올 하반기에 선보일 예정이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전체적인 제작 과정을 총괄한 것으로 알려졌다. 걸그룹 멤버들은 2019년 ‘플러스 글로벌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멤버들이 포함된다. 민 대표는 SM엔터테인먼트 재직 시절 아트 디렉터로 소녀시대·샤이니·에프엑스 등의 앨범 콘셉트 등을 설계한 인물이다.

르세라핌과 어도어 걸그룹은 하이브가 처음으로 제작하는 걸그룹이다. 보이그룹 BTS의 성공이 걸그룹에서도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동시에 최근 에스파·아이브 등 신인 걸그룹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상황에서 이들이 과연 하이브의 오랜 숙제를 해결해 줄지가 관심사다.

“엔터 외 신사업 키워야 할 시점”

방시혁 의장을 비롯한 하이브의 경영진은 그동안 하이브는 엔터 회사가 아니라 ‘정보기술(IT) 기업’이라고 강조해 왔다. 실제 최근 하이브 등 연예 기획사들은 플랫폼,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 등 다양한 신사업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리오프닝에만 기댈 수 없기 때문이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엔터사들을 향해 “추세적인 엔터주 상승을 위해서는 메타버스·콘텐츠 등 엔터 외 신사업 구체화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이브는 한 발 앞서 있지만 동시에 올해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하는 시점이다.

올해 하이브가 추진할 비엔터 영역 중 역점을 가하는 분야는 ‘게임’이다. 하이브는 3년 전부터 게임 산업 진출을 준비하면서 음악 기반의 게임에 특화된 수퍼브를 인수했고 사내에 자체적인 게임 사업 조직을 꾸렸다. BTS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신작 게임도 곧 공개될 예정이다. 박지원 하이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월 콘퍼런스콜을 통해 “게임 산업은 다가오는 메타버스 세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하이브는 좋은 게임을 만들기 위한 역량과 경험을 이미 많이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팬 서비스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팬 플랫폼 영역에서도 변화가 예정돼 있다. ‘위버스’는 오는 7월 브이라이브와의 통합으로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게끔 탈바꿈한다. 위버스를 통해 집결한 팬덤의 ‘빅데이터’는 향후 하이브의 신사업에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보인다.

용산의 새로운 랜드마크, 하이브의 신사옥
하이브 신사옥 지하에 위치한 하이브 인사이트 전시 공간.(사진=하이브)
하이브 신사옥 지하에 위치한 하이브 인사이트 전시 공간.(사진=하이브)
‘SM엔터테인먼트·YG엔터테인먼트·JYP엔터테인먼트’ 등 3대 기획사 체제를 깨뜨린 하이브는 용산 신사옥을 통해 과거와는 달라진 위상을 과시했다. 신사옥 이전은 하이브엔 중요한 이정표이기도 했다. 하이브는 ‘용산 트레이드센터’로의 이전과 함께 예전 사명인 ‘빅히트’를 버렸다.

이 사옥은 지상 19층, 지하 7층으로 전체 면적만 약 6만㎡ 규모의 으리으리한 크기를 자랑한다. 음악 작업실과 촬영 스튜디오를 포함한 엔터 특수 시설, 사무용 공간, 공용 복지 공간 등 크게 세 곳의 섹션으로 구성됐다. 1000여 명이 넘는 임직원이 근무 중인데 연간 임차료만 약 250억원으로 알려졌다.

하이브는 지난해 5월 신사옥 지하에 일반인에게 공개되는 뮤지엄 공간 ‘하이브 인사이트’의 문을 열었다. 온라인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는데 지하 2층에는 BTS를 비롯한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들의 음악 세계를 재현해 놓았다. 안무 영상은 기본이고 프로듀서들이 음악을 만드는 과정을 인터뷰로 확인할 수 있다. 지하 1층은 유명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을 통해 미술관으로 운영한다. BTS 팬덤인 아미뿐만 아니라 용산을 찾는 일반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 공간이 됐다.

최근 용산은 아모레퍼시픽 사옥과 함께 ‘하이브 사옥’이라는 신흥 랜드마크의 등장으로 북적이고 있다. 하이브 사옥 덕분에 과거 명동과 가로수길이 담당했던 케이팝 팬덤의 집결지 역할을 용산이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만약 대통령 집무실까지 이전을 마친다면 서울의 새로운 관광 명소로 이 부근이 들썩일 가능성이 높다. 하이브 신사옥이 가져 올 용산의 경제적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