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거리로 몰려나온 사람들…놀이동산은 주차만 한 시간, 대학가는 오프라인 축제

[비즈니스 포커스]
4월 22일 이태원 거리는 불금을 즐기기 위한 인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사진=김정우 기자
4월 22일 이태원 거리는 불금을 즐기기 위한 인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사진=김정우 기자
걷기 위해 서로 어깨를 피해 줘야 만큼 거리엔 몰려드는 인파들이 가득했다. 인근 술집들에는 입장하기 위해 기다리는 손님들로 긴 대기 줄이 만들어졌다.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 이후 첫 ‘불금(불타는 금요일)’을 맞은 4월 22일 오후 8시 서울 이태원 거리의 모습이다. 이른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주변 술집과 음식점은 곳곳이 만석이었다.

더 이상 코로나19 사태를 걱정하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친구와 함께 술집을 찾은 김주현(가명·37) 씨는 “이미 코로나19에 감염된 적이 있는데 크게 아프지 않고 넘어갔다”며 “사람이 너무 많아 우려스럽기는 하지만 이미 한 번 (코로나19를) 경험해 봤기 때문에 예전처럼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팬데믹(세계적 유행)’에서 ‘엔데믹(주기적 유행)’으로 전환되면서 한국 사회 곳곳도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다. 장기간 침체됐던 상권은 생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감염 확산 우려에 썰렁했던 놀이동산과 대학가 등 역시 서서히 어린이와 학생들이 모여들고 있다.

이날 찾은 이태원 거리는 가득 채운 사람들의 목소리에 술집에서 나오는 음악 소리까지 섞여 축제에 온 듯한 분위기였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주말에도 한산했던 거리의 풍경은 온데간데없었다.

이태원 거리의 새로운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는 해변 콘셉트의 스탠딩 펍 ‘와이키키’에 들어가려고 줄을 섰다. 예상보다 대기 시간이 더 오래 걸렸다. 약 30분을 넘게 기다린 후에야 입장할 수 있었다. 내부는 마스크를 벗은 채 춤추고 술을 마시는 이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한 직원은 “원래도 사람이 적은 편은 아니었지만 영업시간 제한이 해제된 첫 금요일이다 보니 평소 대비 2~3배 가까운 사람이 몰렸다”고 했다.

상권이 살아나자 이태원을 상징하는 ‘클럽’들도 운영 방침을 변경했다. 해밀톤호텔 바로 옆에 자리한 ‘펌킨’ 클럽은 이태원을 대표하는 인기 클럽 중 하나다. 코로나19 사태 기간 동안 펌킨은 무료로 손님을 받았다. 금요일이나 주말에도 사람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객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이제는 달라졌다. 직원은 “주말에는 1만원을 내야 클럽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는 ‘귀갓길’의 모습도 바꿔 놓고 있다. 거리에 몰려드는 사람들로 인해 늦은 저녁이 되면 집으로 향하는 택시 잡기가 녹록하지 않은 상황이 됐다. 상당수 택시 운전사들이 음식 배달로 ‘전업’한 상황에서 택시 손님이 급증한 영향이다. 결국 서울시까지 나서 택시 대란 해소 대책을 발표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조치로 거리에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저녁 시간 택시 잡기는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  사진=연합뉴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조치로 거리에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저녁 시간 택시 잡기는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시는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 이후 택시 잡기가 어려워졌다는 불만이 이어지자 심야 시간대(오후 9시~이튿날 오전 4시) 개인택시 부제를 전격 해제했다. 개인택시는 이틀 일하면 하루를 쉬도록 돼 있다. 심야에 한해 이 규정을 적용하지 않도록 한 것이다.

대리 운전사들은 일하는 시간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한다. 한 대리 운전사는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 이전엔 식당 영업 제한 시간인 10시에 손님이 몰렸는데 이런 규제가 풀리면서 다시 예전처럼 새벽에 콜 요청이 빗발친다”고 설명했다.파리 날리던 면세점도 부활 조짐놀이동산도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4월 23일 찾은 용인 에버랜드는 그야말로 북새통을 방불케 했다. 사전에 부여 받은 QR코드를 찍으면 돼 입장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문제는 이후부터였다. 로스트밸리나 아마존 익스프레스 같은 인기 놀이 기구를 타기 위해선 기본 두 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했다. 이 밖에 놀이 기구도 한 시간을 넘게 대기해야 탑승할 수 있었다.

식사도 어려웠다. 식당가는 들어갈 엄두조차 나지 않을 만큼 사람들로 가득했다. 어쩔 수 없이 길에서 파는 간식(추로스)으로 끼니를 때우려고 했는데 이마저도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 쉽지 않았다. 15분 줄을 선 후에야 주문이 가능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완전히 돌아간 듯했다.
놀이동산도 코로나19 이전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다. 4월 23일 찾은 용인 에버랜드는 북새통을 방불케 했다.  사진=김정우 기자
놀이동산도 코로나19 이전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다. 4월 23일 찾은 용인 에버랜드는 북새통을 방불케 했다. 사진=김정우 기자
북적이는 인파에 볼멘소리도 나왔다. 주말을 맞아 가족과 에버랜드를 방문한 유민형(가명·43) 씨는 “차를 몰고 개장 시간인 10시에 맞춰 도착했는데 주차하는 데만 1시간이 넘게 걸렸다”며 “놀이 기구 대기 시간까지 길어 결국 포기하고 집에 간다”고 말했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아 한산하기만 했던 면세점들도 생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4월 24일 서울 장충동 신라면세점 입구에 들어섰다. 가장 먼저 중국말을 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쇼핑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전반적으로 매장 내부는 한산했다. 그래도 손님들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에르메스·구찌·셀린느와 같은 명품 점포에서는 꽤 많은 손님들이 안에서 진열된 상품을 둘러보고 있었다.

면세점에 진열된 영업시간 안내 표지판을 통해서도 최근 방문자 수가 늘어나고 있음을 가늠할 수 있었다. 장충동 신라면세점은 그동안 평일엔 오후 5시 30분까지만 운영했다. 5월 1일부터 영업시간을 1시간 늘려 오후 6시 30분까지 영업을 하기로 정했다.
신라면세점 에르메스 매장 안에서 쇼핑하는 사람들.   사진=김정우 기자
신라면세점 에르메스 매장 안에서 쇼핑하는 사람들. 사진=김정우 기자
신라면세점은 5월 1일부터 평일 운영 시간을 한 시간 늘리기로 했다.  사진=김정우 기자
신라면세점은 5월 1일부터 평일 운영 시간을 한 시간 늘리기로 했다. 사진=김정우 기자
대부분의 수업을 온라인으로 운영해 학생들을 찾기 힘들었던 대학가 역시 이제는 사람 냄새가 물씬 풍겼다.

4월 25일 동국대 미래융합학과가 있는 ‘혜화관’ 로비에서는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휴게 공간마다 학생들이 앉아 공부를 하거나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동국대 학생 김덕환(중어중문학과·18학번) 씨는 “현재 시험기간인데 올해 들어 교수님들이 대부분 대면 시험을 치르기로 하면서 학교에 사람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동국대 혜화관 로비에는 수많은 학생들이 앉아있었다.  사진=김정우 기자
동국대 혜화관 로비에는 수많은 학생들이 앉아있었다. 사진=김정우 기자
중앙도서관도 상황은 비슷했다. 로비에서부터 학생들이 빽빽하게 들어앉아 공부하는 모습이 보였다. 도서관 앞 벤치에서 만난 김성수(회계학과·18학번) 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도서관이 한산했는데 올해는 자리를 맡기 위해 아침부터 줄을 서야 한다”고 했다.

한동안 멈췄던 캠퍼스 내 행사도 올해는 열린다. 현재 서울대·고려대·한양대·중앙대 등이 올해 먹거리장터·예술장터를 비롯해 교내 취업 박람회 등을 대면으로 개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