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간 제약 사라지고 자산관리도 앱 하나로 거뜬
‘소비자 편의’ 중심으로 더 진화하는 모바일 뱅킹
불과 5년 전 은행 점포의 풍경이다. 소비자들이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다. 이 시간을 넘기면 다음 날을 기다려야 한다. 예외는 없었다. 금융 서비스가 일어나는 중심이 은행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금융 서비스의 주체는 소비자에게로 넘어왔다. 금융 소비자들은 점심에 시간을 내 굳이 은행을 방문하지 않는다. 24시간 365일 스마트폰에서 모바일 뱅킹 애플리케이션(앱) 하나로 계좌를 개설하고 송금하고 대출을 받는다. 인증 방식이 까다롭고 앱 구동 속도가 느리면 탈락이다. 디자인이 직관적이지 않고 이벤트 혜택이 적으면 외면한다. 위기감을 느낀 전통 은행권은 과거 대면 영업 위주의 영업 방식을 벗어던지고 디지털 접점을 활용해 먼저 소비자에게 접근하는 영업으로 무게 중심을 옮겼다. 자산 관리 등 금융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것은 물론 모바일 뱅킹 앱에 보험료 청구, 공과금 납입 등 각종 생활 금융 서비스 기능을 탑재하거나 별도 앱을 내놓고 있다. 반면 점포 축소에는 가속 페달을 밟는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은 지난해 200여 개의 점포를 축소한 데 이어 올해 4개월간 총 146곳의 점포와 출장소를 통폐합했다.
변화의 시작은 어디일까. 2017년 등장한 인터넷 전문 은행이다. 오프라인 점포가 없는 이들의 목표는 단 하나였다. ‘모바일로 소비자를 홀려라’다. 특히 카카오 플랫폼을 등에 업은 카카오뱅크는 ‘노란 메기’라는 기대에 걸맞게 소비자에게 간편 인증과 송금, 대출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동안 소비자들은 고작 적금 하나를 들기 위해 시간을 쪼개 은행을 방문하고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계 모임 총무들은 더 이상 일일이 통장 내역을 찍어 올리지 않아도 됐다. 총무가 계좌를 만들고 카카오톡에서 모임원들을 초대하면 입출금 등 내역을 함께 공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재까지도 대규모의 사람들이 통장 내역을 함께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카카오뱅크뿐이다.
짐작했듯이 소비자 접점 측면에서 카카오뱅크의 성적표는 좋다.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1300만 명, 한국 경제 활동 인구(2022년 3월 기준 2860만 명)의 45%에 달하는 수준이다. 돈을 벌거나 직장을 구하려는 사람 중 절반 가까이는 카카오뱅크 앱을 설치한 셈이다. 리딩 뱅크인 KB국민은행의 KB스타뱅킹(MAU 950만 명)에 비해선 350만 명 이상이 더 많다.
변화의 물결은 현재 진행형일까. 지난해 5년 만에 제3의 인터넷 은행이 출범했다. 토스뱅크다. 이 은행에는 ‘인력 블랙홀’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전 직장의 최대 1.5배 연봉과 1억원어치 스톡옵션(주식 매수 선택권) 등 조건을 내걸며 전문가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청바지, 운동화, 모자 등 자유로운 옷차림과 ‘~님’ 호칭 등 자유로운 조직문화도 실력있는 인재들의 토스행을 부채질했다. 입사 경쟁률이 두 자릿수는 기본이고 100 대 1까지 된다는 후문이다.
출범 반년, 토스뱅크의 이용자는 230만 명을 넘어섰다. 소비자들은 자투리 돈이 나오고 알기 쉬운 앱 디자인에 지갑을 맡겼다. 하루만 맡겨도 연 2%의 이자를 제공하는 서비스와 매일 이자를 지급하는 ‘지금 이자받기’, 한눈에 볼 수 있는 오픈 뱅킹 등 특징아다. 지난달 선보인 ‘지금 이자받기’ 서비스는 출시 한 달 만에 상시 이용자 100만 명을 넘겼다. 이중 2030세대의 비율이 절반을 웃돈다. 이 기간 이용자에게 지급한 이자는 총 261억 56000만 원. 이용자 1인당 평균 약 2만6156원의 이자를 받은 셈이다. 이용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생활비와 적금을 제외한 모든 돈은 토스뱅크에 넣고 필요할 때마다 이자 받기를 한다.”
토스뱅크의 반격은 금융권에 다시 한 번 혁신의 종을 울린다. 이제는 기존 은행권에 더해 카카오뱅크·케이뱅크까지다. 은행의 혁신이 곧 소비자의 편의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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