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3연승 질주…여의도 장악 당한 윤석열 정부, 지방마저 잃으면 국정 운영 차질

[홍영식의 정치판]
대선 연장전 지방선거, “4연승” vs “새판 짜자” [홍영식의 정치판]
6월 1일 실시되는 제8회 지방 선거는 17개 시·도광역단체장과 교육감, 광역 시도 의원 824명, 시·군·구 기초단체장 226명, 기초의원 2927명을 뽑는다. 지역 주민들에겐 실생활 측면에서 대선과 국회의원 총선 못지않게 중요한 선거다. 명실상부한 풀뿌리 권력 대이동이 가지는 의미는 여야에 그만큼 크다. 여당으로선 중앙 정부의 정책을 뿌리까지 제대로 흡수하도록 하기 위해선 지역 일꾼을 장악하는 게 필수다. 반면 야당은 지자체를 여권을 견제하기 위한 ‘진지’로 삼을 필요가 있다.

여야는 이렇게 ‘국정 운영 탄력’이냐 ‘견제’냐를 놓고 사활을 건 싸움을 시작했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지방 선거에서 이겨야 국정 동력에 불을 붙일 수 있다. 2016년 20대 총선과 이듬해 대선, 2018년 지방 선거, 2020년 21대 총선에 이르기까지 전국 단위 선거에서 4연패(連敗)하면서 중앙과 지방 정치 기반이 많이 약화된 마당이다. 연패의 사슬을 지난 ‘3·9 대선’에서 가까스로 끊었지만 신(新)여소야대라는 큰 벽에 가로막혀 있다.

이 벽이 얼마나 단단한지는 정부 출범 이전부터 여실히 절감하고 있다. 이른바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 싸움에서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의원 수적 우위의 강점을 마음껏 누렸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기껏해야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한풀이할 수 있는 정도였다. 그마저 민주당은 ‘쪼개기 회기’라는 꼼수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했다. 그렇지 않아도 조각(組閣)에서 불거진 인사 파문으로 국민의힘은 큰 상처를 입은 상황이다.

이런 기울어진 정치권의 판도를 바꾸려면 2년이나 기다려야 한다. 그 기간 민주당은 마음껏 힘자랑을 할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시도하는 무수한 법안들이 틀어막히게 되면 국정 운영은 목에 가시가 박힌 듯 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2002년 대선에서 승리한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대통령 못해 먹겠다”는 말을 내뱉은 상황과 비슷하다. 당시 거대 야당인 한나라당이 정부가 추진하는 법안을 국회 문턱에서 꽁꽁 막으니 이런 한탄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윤석열 정부로선 이번 지방 선거에서 민주당의 기를 꺾어 놓아야 그나마 국정 운영에 숨통을 틔울 수 있다. 지역 민심이 신여당의 손을 들어준다면 국회를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도 이런 국민 여론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을 것이다. 역으로 민주당으로선 초장부터 윤석열 정부의 기를 꺾을 버팀목을 단단하게 틀어쥐어야 정국의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

2010년 이후 지방 선거의 성적표는 민주당의 우세다. 4년 전 지방 선거에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완패했다. 17개 광역시·도 단체장 중 민주당은 14곳에서 승리했고 한국당은 2곳을 건지는 데 그쳤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원희룡 전 제주지사를 한국당의 몫으로 넣는다고 해도 3곳에 불과했다. 한국당은 서울 구청장 선거에서 24 대 1로 참패했다. 2014년 지방 선거 때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은 8곳,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은 9곳에서 이겼다. 2010년에도 민주당이 판정승을 거뒀다.

6·1 지방 선거의 관건은 대표적 스윙보터(누구에게 투표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그때그때 사안별로 판단해 결정) 지역으로 꼽히는 서울·경기·인천·강원·충청권·제주 등 9곳의 승부 결과다. 호남과 영남이 각각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텃밭이라고 한다면 이곳의 성적표가 승부를 가르게 된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각각 9곳에서 승리를 챙긴다는 목표를 잡고 있다.

현재 서울을 제외하고 모두 민주당이 단체장을 장악하고 있다. ‘3·9 대선’ 득표율로만 보면 국민의힘은 9곳 중 5곳에서, 민주당은 4곳에서 각각 우위를 보였다. 최근 여론 조사를 보면 서울은 국민의힘 우위를 보이고 나머지 지역은 모두 박빙이다. 여야의 전체 판세를 쉽사리 점칠 수 없는 상황이다.

최대 변수는 민주당이 강행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에 대한 민심의 흐름이다. 여론 조사상으론 검수완박에 대한 반대가 많지만 진영 결집도에 따라 선거에 어떻게 작용할지는 정확하게 예상하기 어렵다. 총리와 장관 인사청문회와 ‘용산 대통령’의 순조로운 출발 여부, 한·미 정상 회담 결과 등도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홍영식 논설위원 및 한경비즈니스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