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 경쟁률 11.7 대 1로 사상 최고…코로나19 뛰어난 대처로 쏠림 현상 일어나
[비즈니스 포커스] 서울 성동구 금호동에 사는 민혜윤(가명·40) 씨는 현재 일곱 살인 자녀를 내년 사립초등학교에 입학시키기를 희망한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사립초에 대한 좋은 평가가 이런 마음을 먹게 했다. 민 씨는 “공립초등학교는 거리 두기 해제 이전까지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았지만 사립초는 다르다고 들었다”며 “학부모의 선택에 따라 대면 수업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줌’ 등을 활용한 온라인 수업 커리큘럼도 잘 짜여 있다는 정보들을 듣고 사립초에 보내기로 결심했다”고 설명했다.사립초의 열풍이 불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2022년 서울 사립초 신입생 모집 추첨 경쟁률은 평균 11.7 대 1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 사립초의 정원은 총 3698명인데 4만3108명이 지원한 것이다. 과거 사립초의 평균 경쟁률은 2 대1 수준에 불과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 속에서 사립초들이 보여준 뛰어난 대응 능력이 경쟁률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사립초의 사정은 좋지 못했다. 낮은 출산율로 인해 학령 인구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사립초에 지원하는 학생들도 점차 줄어들었다. 사립초인 서울 은혜초는 2018년 폐교를 결정하기도 했다.
사립초의 ‘위기’는 수치로도 나타난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직전인 2020년 초까지만 하더라도 사립초의 경쟁률은 2.05 대 1 수준이었다. 그 이전에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해 왔다. 자녀를 사립초에 보내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어렵지 않게 사립초에 보낼 수 있었던 셈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상황이 달라졌다. 2021년 사립초의 경쟁률은 6.8 대 1로 치솟았다. 올해는 무려 11.7 대 1을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불과 2년 사이 경쟁률이 5배나 올랐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국면에서 사립초들이 보여준 뛰어난 대처가 엄마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며 ‘사립초 쏠림’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면서 공립초들은 사실상 수업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 교육청의 방침에 따라 학생들의 등교가 전면 금지됐다. 자녀가 공립초 2학년인 이은혜(가명·39) 씨는 “코로나19 확산 첫해인 2020년 공립초는 온라인 수업도 따로 진행하지 않고 가정 학습이나 교육방송(EBS)으로 수업을 대체하도록 해 아이가 사실상 방치된 느낌이었다”고 설명했다.
사립초들은 달랐다. 진성미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는 “법인이 운영하는 사립초는 교육청의 방침을 따르지 않아도 되다 보니 대부분의 학교가 학부모들이 원하면 등교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줌’ 등을 활용한 온라인 수업도 즉각적으로 진행하며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는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사립초로 전학시키는 학부모도 늘어나
무상으로 교육이 이뤄지는 공립초와 달리 사립초는 연간 교육비만 1000만원이 훌쩍 넘지만 공립초에 재학 중인 자녀를 사립초로 전학시키는 부모들도 증가하는 추세다.
서울 삼성동에 거주하고 있는 학부모 김해영(가명·42) 씨는 공립학교에 다니면 초등학교 5학년 아들(현재 6학년)을 올해 1학기 사립초에 전학시켰다.
사립초는 유학이나 전학 등 개인 사정으로 학교를 그만두는 학생들이 발생하면 이들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학기마다 공개 추첨으로 전학생을 받는다.
그는 “실제로 전학을 희망하는 인원이 수십 명에 달할 만큼 경쟁이 치열했는데 운 좋게 대기 2번을 받아 입학에 성공했다”고 했다.
사교육비를 생각하면 학비가 비싸다고 볼 수 없다고도 덧붙였다.
김 씨는 “공립학교에 다니면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방과 후 학원을 보낸다. 비록 추가 비용이 붙기는 하지만 사립학교는 방과 후 수업도 잘돼 있어 사실상 학원을 보낼 필요가 없다”며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사립학교의 학비는 합리적”이라고 했다.
향후 사립초의 경쟁률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도 학부모들 사이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이런 사립초에 대한 강점들이 학부모들 사이에서 널리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사립초의 입학 경쟁률 상승이 일시적인 추세라는 견해도 있다. 서울시교육청 역시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한 지난해부터 사립초의 추첨 방식이 온라인으로 이뤄지면서 중복 지원이 가능해진 것이 경쟁률을 높인 요인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과거에는 중복 지원을 막기 위해 모든 사립초가 같은 날짜와 시간에 학부모·학생이 참석한 가운데 공개 추첨했다. 코로나19 사태의 확산으로 비대면 추첨이 이뤄지면서 중복 지원이 허용되자 학부모들이 몰렸다는 얘기다.
진 교수 역시 “사립초에 비해 한 발 늦기는 했지만 지난해를 기점으로 많은 공립초들도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이제는 사회적 거리 두기까지 해제돼 전면 등교도 가능해졌다”며 “내년에도 예년보다 높겠지만 올해 만큼 (사립초) 경쟁률이 치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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