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4월 한 달간 예·적금 잔액 2조원 늘어

[스페셜리포트]
원·달러 환율이 장중 1270.10원까지 올랐던 4월 2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장중 1270.10원까지 올랐던 4월 2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연합뉴스]

“주식 수익률은 마이너스 35%인데 적금 이자는 2.5%예요.”
직장인 손지영(30) 씨는 여느 개미 투자자들처럼 '불장'이던 지난해 주식 시장에 입문했다. 손 씨보다 1년 앞선 2020년 주식 투자를 시작한 친구의 성공기를 옆에서 지켜보며 ‘지금이 기회’라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졌다.

지난해 1월 투자를 시작한 손 씨의 수익률은 그해 8월 말 정점을 찍었다. 이후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우량주는 언젠가 오른다’는 마음으로 추가 매수에 나섰지만 이제는 원금 회복이 목표다. 손 씨는 “코인에 이어 주식마저 원금 회복을 목표로 하게 될 줄 몰랐다”며 “나름 유튜브와 기업 뉴스를 챙겨 보며 실적이 좋고 성장성이 있는 기업을 골라 투자했는데 지금은 적금 수익률이 가장 높다”고 한탄했다.

지난해까지 주식과 부동산으로 향하던 돈이 안전 자산으로 돌아오고 있다. 저금리에 매력을 잃었던 은행 예·적금이 증가했고 올해 환율이 급등하면서 달러 투자자들은 웃었다. 주요 은행의 예·적금 잔액이 4월 한 달 동안 약 2조원 증가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4월 말 기준 정기 예·적금 잔액은 한 달간 1조9591억원 늘었다.

반면 2020년과 2021년에는 매달 급격하게 불었던 투자자 예탁금과 신용 거래 융자 잔액은 감소했다. 투자자 예탁금은 주식 투자를 위한 대기 자금이다. 올해 1월 말 70조원이던 투자자 예탁금은 4월 말까지 3개월 사이에 9조원이 빠져나갔다. 개인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투자 하는 신용거래 융자 잔액은 지난달 말(22조2963억원) 기준 지난해 말(23조886억원)보다 8000억원 가까이 줄었다.

대표 안전 자산인 금값도 올랐다. 지난해 10월 트라이온스당 1722달러까지 떨어졌던 국제 금값은 지난 3월 2040달러까지 올랐다. 지난 4월부터 가격이 다시 안정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트라이온스당 1850~1900달러 선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처럼 안전 자산에 돈이 몰리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유동성의 시대가 가고 긴축의 시대가 왔기 때문이다. 2020년 세계 중앙은행은 코로나19 사태로 얼어붙은 경제 ‘백신’으로 유동성 공급을 택했다. 초저금리와 경기 부양책으로 ‘헬리콥터 머니’를 살포하자 증시와 부동산에 광풍이 불었다. 한국 주식 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액은 다달이 늘었고 시장에서는 “전 국민이 주주”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마이너스인 주식보다 2.5% 적금이 낫다” 안전 자산에 돈 몰린다
2022년 전 세계 주식 시장을 들썩이게 한 유동성 파티는 끝났다. 미국 중앙은행(Fed)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렸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대출 금리와 저축 금리도 오른다. 대출 금리가 오르면 빚을 내 투자하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저축 금리가 오르면 투자 대신 저축을 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또 다른 이유는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과 함께 전 세계 공급난, 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이 겹치면서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저지선인 달러당 1250원을 뚫었고 증시는 출렁였다.

전문가들은 시장 변동성에 대처하기 위해 현금성 자산을 보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인플레이션 시대에 물가가 오르고 화폐 가치가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지금으로서는 시장 변동성이 더 큰 이슈기 때문이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현금 보유의 실익은 없지만 변동성이 커지면서 피해 갈 곳이 없다면 현금 만한 것도 없다”고 조언했다. [인터뷰]홍춘욱 EAR리서치 대표
금·달러·채권 어디에 투자할까? “시나리오별 투자 전략 짜라”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한국경제]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한국경제]
안전 자산은 큰 이득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큰 손실을 감수할 필요도 없다. 주식이나 암호화폐만큼 자극적인 차트에 기대 일확천금을 노릴 수는 없지만 불확실성의 시대에 이만한 피난처도 없다. 29년 차 베테랑 이코노미스트인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를 만나 자산 배분 전략에 대해 물었다.

홍 대표는 국민연금공단에 재직하던 시절부터 달러 투자로 성공을 거둔 주인공이다. 국민연금·은행·증권사 등 30년 동안 경제 전문가로 일하다 지금은 유튜버로도 활약하며 개인 투자자들에게 돈의 흐름과 자산 배분 전략법을 나누고 있다. 홍 대표는 “전쟁, 스태그플레이션, 유가 상승 등 다양한 외부 변수에 따라 시나리오별 투자 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증시가 급락하면서 활발하던 머니 무브가 멈췄습니다.
“지난해 한국 증시의 가장 큰 문제는 ‘기업공개(IPO) 버블’이었다고 봅니다. IPO로 시중 자금을 다 끌어갔는데 내실 있는 성장보다 상장에 대한 관심만으로 초기 주가가 너무 크게 올랐어요. IPO 이후에는 경영진의 매도로 주식 시장 전체의 신뢰가 흔들렸습니다. 코스피 200의 평균 주가순자산배율(PBR)은 1배인데 지난해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의 PBR은 10배, 카카오페이의 PBR은 54배거든요. (지난해 말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의 주당 순자산 가치(BPS)는 3만9831원이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순자산을 발행 주식 수로 나누면 주당 3만9831원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주가는 이 수치의 10배가 넘는 40만원대다. 주가가 자산 가치에 비해 10배 부풀려진 셈이다. 카카오페이의 BPS는 1969원, PBR은 54배 수준이다.) 지난해 한국 주식 시장은 IPO 거품으로 망가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향후 달러 흐름은 어떻게 보나요.
“달러 강세가 진정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올해 미 중앙은행(Fed)이 개최하는 FOMC 회의는 6월, 7월, 9월, 11월, 12월 다섯 차례 더 남아 있는데 연말까지 50bp 추가 인상 가능성이 계속 남아 있어 달러 강세가 진정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향후 달러 상승 혹은 하락을 유발하는 요인은 무엇인가요.
“전쟁이 끝나면 환율은 떨어질 겁니다. 전쟁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인플레이션에 불을 붙인 상황이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마무리되면 에너지와 곡물 가격이 안정되면서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공포가 진정되고 달러가 약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입니다.”

-금은 최근 몇 년 새 변동성이 커졌습니다. 여전히 안전 자산이라고 할 수 있나요.
“만약 1970년대 같은 스태그플레이션이 온다고 가정할 때는 금이 가장 좋은 투자처일 수 있습니다. 지금은 전쟁에 대한 공포와 안전 자산 선호로 금이 오른 것이어서 그에 대한 전망이 유지되면 괜찮은 투자처라고 할 수 있어요.”

-추천하는 금 투자 방법은 무엇인가요.
“지금처럼 환율이 높을 때는 환을 헤지하는 금 상품 말고 환율을 반영하는 ‘환 노출형’ 금을 사야 합니다. 국제 금값은 달러 기준인데 달러가 비쌀 때는 이를 원화로 환산한 가격이 더 커지는 효과가 있잖아요. 금 상장지수펀드(ETF) 상품명 뒤에 ‘(H)’가 붙어 있는 것은 환율을 반영하지 않는 ‘환 헤지’ 상품으로 달러가 비쌀 때는 투자 효과가 떨어지죠. 한국거래소(KRX)에서 나온 현물 투자나 금 현물에 연동된 ETF를 사는 게 달러 강세의 효과를 금 투자를 통해 누릴 수 있는 방법입니다. 작년부터 금이나 달러를 산 사람들은 팔아서 차익을 얻는 것도 추천해요. 저도 달러와 금을 팔고 천천히 채권을 사고 있거든요. 지금 이미 금과 달러 가격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매수의 적기가 아니라 매도의 적기일 수 있어요.”

-통화 정책이 긴축·재정 정책은 부양으로 갈 확률이 높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주의할 것은 무엇인가요.
“불확실성이 클 때는 시나리오별 투자 전략을 준비해야 합니다. ‘스태그플레이션이 온다’는 시나리오에 베팅할 사람들은 금과 달러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꾸리면 돼요. 여기에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채권도 천천히 사면 도움이 될 겁니다. 미국 국채 금리가 3%를 돌파한 것은 채권 투자에서 좋은 기회예요. (채권 시장에서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채권 금리가 상승한다는 말은 채권 가격이 하락한다는 의미다. 홍 대표의 의견은 채권 가격이 하락하는 시장에서 채권을 저가 매수하라는 말이다.)

둘째, ‘하반기에 인플레이션이 꺾인다’는 시나리오에 베팅할 사람들은 미국에서 셰일가스를 다시 증산할 때까지만 기다려 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세계 3위 산유국이고 세계 최대 천연가스 수출국인 러시아가 전쟁에 나서면서 미국 내에서도 셰일가스 증산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있거든요. 내년에 유가가 지금의 80% 수준으로만 내려가도 인플레이션은 꺾이거든요.

셋째, ‘미 Fed가 빅스텝을 넘어 금리를 더 올린다’는 시나리오에 베팅할 이들은 달러가 최고입니다. 만약 Fed가 금리를 4% 수준으로 올리면 이때는 금도 못 버티거든요. 이 세 가지 시나리오에서 다 살아남을 수 있는 투자 자산은 결국 달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