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1년 간 비상경제대책회의 26회 통해 부산의 중요한 의제들 다뤄

지방 대학 위기 극복은 혁신으로 바뀌어져야···각 대학별 비즈니스 모델 마련 위해 규제 풀어야

북항창업밸리, 유라시아플랫폼 등 창업 클러스터 조성···게임 산업 인재 키워 창업 활성화

‘2030 월드 엑스포’ 유치 성공 하면 흑자 전환 가능···정부, 기업 총력 기울여 유치 힘써야

△박형준 부산시장.
△박형준 부산시장.
[지자체장 24] “부산에서 뭘 하고 싶습니까?”

“부산, 참 살기 좋은 도시라는 칭찬 듣고 싶어요.”

‘소설과 시를 좋아하던 문학소년이 있었다. 늘 창작을 꿈꾸던 그 소년은 커서 기자가 된다. 글을 쓰는 것은 문학과 비슷한 일이었다. 시간이 흘러 그 소년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가 되고, 우연한 기회에 정치권에 발을 들인다. 그러는 사이 소년은 문학박사가 된다. 몇 갈래의 길에 선 소년은 우연히 찾아 온 정치의 길을 선택한다. 그 길을 선택한 소년에겐 영광도 있었고, 때론 핍박도 뒤따랐다. 시간이 흐른 뒤 그 소년은 고향을 찾는다. 그곳에서 꼭 하고 싶은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 때 문학도를 꿈꿨던 박형준 부산시장은 2021년 4·7 재보궐 선거로 부산시장에 당선된다. 임기 중 바통을 이어받은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1년 남짓이었다. 시차 적응할 여유는 없었다. 보이는 대로 시정과 마주해야 했다. 그간 쌓아 둔 경험도 아낌없이 써야 했다. 시간과의 싸움을 하면서도 시급한 사안, 중요한 사안은 구분했다. 그래야만 체계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그의 지론 때문이었다. 시민 그리고 이해 당사자들의 목소리도 빼놓지 않았다. 회의만으로 끝나는 탁상행정(卓上行政)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짧다면 짧은 시간을 부산에서 보낸 박 시장은 3년 같은 1년을 보냈다고 소회했다.

대한민국 제 2의 도시, 제 1의 무역항을 보유한 부산이 바뀌고 있다. 곳곳에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부산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바뀔지 박형준 부산시장에게 들어봤다.



작년 4·7 재보궐 선거 이후 1년이 조금 지났습니다. 그간의 1년 되돌아보면 어떠셨습니까.
“1년이라는 시간의 제약이 있었지만 당선 이후 제가 생각한 일을 빨리 만들기 위해 3년 같은 1년을 보냈습니다. 시간을 굉장히 쪼개 써야만 했어요. 그래서인지 1년이라는 시간에 비해 많은 일이 있었고,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짧은 시간 동안 생겨난 변화는 무엇이었는지요.
“취임 이후 1년 동안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스물여섯 번 정도 했습니다. 비상경제대책회의는 제가 청와대 있을 때 한 회의를 벤치마킹을 한 것인데요.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이 회의를 했었는데, 일종의 집단지성을 모으는 방법이자 소통, 협치를 하는 방법이기도 해서 바로 우리 시에 도입을 했죠.”



“취임 이후 26번의 비상경제대책회의 열어···소상공인 정책·대학 혁신 등 중요 사안 대책 마련”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는 어떤 의제들을 다뤘습니까.
“스물여섯 번의 회의에서는 부산의 중요한 의제라 생각되는 건 거의 다 다뤘지요. 그 회의를 통해 부산시의 분명한 비전과 전략을 결정할 수 있었고요. 비상경제대책회의의 방식이 저를 포함한 공무원들만 모여서 하는 게 아닙니다. 의제별로 현업 종사자 그리고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취합한 내용으로 회의를 하면서 정책의 방향을 잡아 나가는 것이죠. 이렇게 하면 정책에 대한 이해도도 전체적으로 높아질 뿐만 아니라 집행력도 강화할 수 있거든요.”
박형준 시장 "부산, 참 살기 좋은 도시'라는 이야기 듣게 만들 겁니다"
△(위)부산시 교통대책 추진상황 회의 (아래) 윤석렬 대통령 당선인과 시도지사 간담회.(사진제공=부산시)
△(위)부산시 교통대책 추진상황 회의 (아래) 윤석렬 대통령 당선인과 시도지사 간담회.(사진제공=부산시)
취임 이후 가장 시급한 사안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사실 기계적으로 구분하긴 힘든데, 예를 들어 코로나19로 당장 급한 소상공인들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에 대한 것은 단기적 대책으로 3無(무이자·무신용·무보증) 대출로 2천억 원을 긴급히 집행했어요. 중장기적 대책의 경우에는 지-산-학 협력 방안을 세워 진행 중이고요. 대학이 혁신되지 않으면 지역이 발전할 수가 없습니다. 그건 해외도 마찬가지죠. 이 비상경제대책회의는 시급하고 중요한 일을 하는데, 중요한 일과 시급한 일은 같을 수도, 때론 다를 수 있어요. 그렇다고 시급한 일에만 매달리면 중요한 일을 놓치게 될 수도 있죠. 그 두 가지 일을 잘 구별하면서 진행하는 게 중요합니다.”



“지방 대학 위기, 혁신으로 바뀌어져야···각 대학별 비즈니스 모델 마련해 자체 재원 확보해야, 대학이 죽어있는 도시가 발전하는 경우는 없어”



말씀하셨듯이, 지방 대학의 위기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부산도 피해갈 순 없어 보이는데요. 지방대학을 살릴 수 있는 방안도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나왔는지요.
“결국엔 혁신입니다. 혁신. 우리 모두가 지역 대학을 살리자고 하는 건 대학이 다 혁신 역량을 갖도록 하는 것이죠. 그 혁신 역량의 축은 연구개발과 교육분야입니다. 교육 분야의 혁신은 대학 때 이미 기업과 연계를 해서 취업할 영역에서의 교육을 대학에서 받게 하는 것이죠. 지-산-학 센터를 통해 일자리 매칭을 하고, 부산 기업과 인턴십 프로그램을 아예 학점화로 전환하는 프로그램도 계획 중에 있습니다. 그리고 대학 자체적으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줘야 합니다. 현재 운영이 어려운 대학의 경우 교육부의 지원과 등록금만으로 살아남을 수가 없는 게 현실입니다. 예를 들어, 동아대의 경우 인증 밸브 센터를 보유하고 있고, 부경대는 캠퍼스 내 스타트업 밸리를 만들었어요. 동명대의 경우엔 영화 스튜디오를 제작해 영화 촬영 장소를 제공하고 관련 산업의 인재를 키우는 것이죠. 각 대학별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비즈니스를 만들어서 키워나가야 하는 것이죠.”

각 지방 대학별로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시군요.
“맞아요. 대학이 자체적으로 재원을 확보해 살길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죠. 앞으로는 대학의 통폐합을 피할 수 없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부에서 과감하게 규제 혁신을 해줘야 합니다. 현재 인수위에서도 아주 중요한 의제로 생각하고 있고, 시 차원에서도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지역 대학이 살아야 지역 경제가 삽니다. 지역 경제가 살아나야 지방 정부도 세수를 더 많이 확보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시민들을 위해 공적 서비스를 제대로 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대학이 죽어있는 도시가 발전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지자체의 숙제 ‘청년 이탈 문제’ 해결 위해 디지털 인재 해마다 2천명 양성···
부산 인재 양성해 자연스레 기업들 부산으로 유치“
‘북항창업밸리’ ‘유라시아플랫폼’ 등 창업 클러스터 조성···글로벌 IP 콘텐츠 기업 유치 및 게임 산업 인재 양성 등 창업 활성화 준비“
박형준 시장 "부산, 참 살기 좋은 도시'라는 이야기 듣게 만들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 청년의 수도권 이탈 현상은 부산뿐만 아니라 지방도시의 숙제입니다. 인재를 양성하는 것부터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다는 지적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그렇죠. 부산도 청년 이탈의 고민을 안고 있지만 최근 좋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10년 간 연간 1만 여명 정도의 부산 청년이 지역을 떠났는데, 2018년 이후에는 청년 유출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유는 울산이나 경남 등 영남권 청년들이 부산으로 일자리를 찾아 유입되는 수가 늘어난 것인데요. 궁극적으로 지방 청년 이탈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답입니다. 인재가 있어야 기업이 오고 도시가 활성화되죠. 그래서 시에서는 금년부터 2천여 명의 디지털 인재 양성 계획을 세웠습니다. 연간 2천 명을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5년 간 운영하면 1만 명이 됩니다. 그럼 외부 기업들도 부산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자연스레 기업 유치로 이어지게 될 겁니다.”


몇 년 전부터 창업 붐이 일고 있습니다. 매년 스타트업의 수가 늘어나고 있고 성과도 나타나고 있는데요. 이제는 ‘지역 유니콘 기업’이 나와야할 때라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부산의 창업 환경의 현주소 그리고 앞으로의 청·장년 창업 인프라는 어떻게 구축할 계획이신가요.
“저희 부산도 창업기업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술기반 창업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고요. 무엇보다 창업 생태계의 가장 중요한 건 돈과 공간입니다. 공간은 단순히 일할 수 있는 곳뿐만 아니라 스타트업의 클러스터를 만들어줘야 시너지를 얻을 수 있다고 봅니다. 시에서는 부산역과 북항 일대 동남권 스타트업 거점을 마련할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북항창업밸리’를 조성하고 부산역 유라시아플랫폼을 중심으로 민간 창업플랫폼을 지속 유치할 계획도 추진 중이고요. 창업펀드도 운영 중인데, 지금 세운 계획보다 더 확대할 생각입니다.”

부산이 창업하기 좋은 도시라는 점을 구체적으로 어필해 주신다면 뭐가 있을까요.
“부산은 정말 일하기 좋은 도시입니다. 대도시에 이렇게 아름다운 비치를 끼고 살 수 있는 곳이 있을까요.(웃음) 부산은 매력이 넘치고 특화된 산업을 키울 수 있는 유일한 도시이기도 합니다. 지금 저희가 글로벌 IP 콘텐츠 기업을 이곳 부산에 모으는 클러스터를 계획 중인데, 그렇게 되면 많은 콘텐츠 스타트업이 부산으로 내려올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부산은 글로벌 게임산업도시로서의 역할도 준비 중입니다. 얼마 전에는 게임계 하버드라 불리는 디지펜공과대학과 업무협약을 맺었는데, 부산에 아시아캠퍼스를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게임분야의 인재가 양성되고 시에서 좋은 공간을 제공하면 기업들은 자연스레 부산으로 올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사실 부산하면 ‘신발산업’이 유명한데요. 부산 스타트업 중에서 신발 브랜드를 전개하는 청년 창업가들도 꽤 있고, 신발산업의 명맥을 이어가자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신발은 부산이 오래 전부터 전통적으로 해왔던 산업군이지요. 그 역사와 전통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 창출을 할 수 있도록 우리가 함께 해나가야겠죠. 특히 부산에는 부산디자인진흥원과 같은 디자인에 특화된 기관들도 있습니다. 그런 기관들과 신발 특화 스타트업이 합작해 글로벌 브랜드를 탄생시키는 게 꿈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산의 스타트업이 숨어있는 잠재력을 키울 수 있도록 많은 투자도 필요한 상황입니다.”



“‘2030 월드 엑스포’는 도시를 한 단계 성장시킬 수 있는 기회···국가 역량 총동원해 유치하는 것이 목표”
“시장으로서의 목표, 부산 살기 좋다는 말 듣고파···노력하는 시 공무원들과 꼭 이룰 것”
박형준 시장 "부산, 참 살기 좋은 도시'라는 이야기 듣게 만들 겁니다"
'2030 월드 엑스포'의 부산 유치가 새정부의 핵심과제이자 부산의 새로운 목표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어떻게 준비를 하고 있으신지요.
“사실 이번에 유치하려는 월드 엑스포가 여수나 대전에서 개최했던 엑스포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세계적으로 5년마다 한 번 열리는 엑스포 올림픽을 부산에서 유치하려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올림픽이나 월드컵보다 월드 엑스포의 경제적 가치가 약 3배 이상 높다고 평가하고 있지요. 참여국들이 부산에서 국가의 부스를 지어 6개월 동안 전시를 하는 행사라 무조건 흑자가 나는 구조입니다. 상해나 두바이도 월드엑스포를 유치한 이후 미완의 도시를 완성된 도시로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죠. 윤 당선인께서도 명운을 걸고 유치하겠다고 말씀하실 정도로 국가 역량을 총동원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저희 부산도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역량을 동원해서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내부에서는 유치 가능성을 어떻게 보고 있으신지요.
“러시아를 비롯해 여러 상황들을 보고 있는데, 아직 장담할 순 없습니다. 우리가 얼마나 집중해서 준비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정부와 부산 그리고 기업이 힘을 합쳐 뛰어야 합니다.”

일자리 창출, 창업 생태계 조성, 월드 엑스포 등 해야할 곳이 많은 도시가 부산 아닐까 싶습니다. 그 중에서도 시장님께서 부산에서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목표라면, ‘부산 참 살기 좋다’라는 말을 듣는 겁니다. 그렇게 되려면 여러 가지 바뀌어야 할 부분들이 많죠. 지난 1년 간 정말 누구보다 열심히 해 준 공무원들에게 참 감사하지만 살기 좋다는 말을 듣기 위해선 더 노력해야하고, 꼭 그렇게 할 겁니다.”

‘살기 좋은 부산’을 만들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요.
“많은 변화들이 필요할 텐데, 하나만 꼽자면 부산을 서울과 비교해보면 아직까지 민간의 혁신 역량의 격차가 있습니다. 기업이나 대학에서 발생하는 그 역량의 차이를 끌어 올리는데 힘을 집중해야합니다. 말씀드린 지-산-학 협력을 비롯해 대학 혁신, 신산업 클러스터 조성 등을 통해 역량이 티핑 포인트를 넘어서면 그 다음부터는 기업과 인재들의 선순환 구조를 마련하게 되는 것이죠. 저희가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완성이 되면 부산은 그야말로 살기 좋은, 살고 싶은 도시가 될 겁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사진=이승재 기자]